칼과 책 - 둥핑 지음, 이준식 옮김/글항아리 |
부제는 '전쟁의 신 왕양명의 기이한 생애'. 중국 명나라의 철학가이자 정치가, 무관이었던 왕양명에 대한 전기입니다. 양명학에 대해서 이름은 들어보긴 했지만 왕양명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가진 지식이 전무하였는데 형이 강력하게 추천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책에 소개된 왕양명의 간략한 생애는 다음과 같습니다. 왕양명은 유력한 집안의 자제로 태어나 어렸을 때 부터 '성인'이 되기를 꿈꾸었습니다. 주희의 '격물치지'를 실현하기 위해 대나무를 관찰하다가 지병을 얻었을 정도로요. 그러다 벼슬길로 나서 말단 관리로 일하던 중, 정의를 위해 나서다가 곤장을 맞고 죽기 직전에 살아난 뒤 오지로 발령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암살자의 추격을 겨우 뿌리치고 도착한 임지 용장에서 '도'를 깨우칩니다. 이를 통해 사물 속에 하늘의 이치가 담겨있다는 격물치지가 아니라 모든 사물의 이치는 애초부터 내 자신의 마음 속에 들어있다는 가지고 있다는 '심학'이 수립되게 된 것이지요. 뒤이어 주희가 이야기한 '지선행후', 즉 '먼저 안 다음 실천해야 한다'가 아니라 '알기보다는 실천하는게 훨씬 중요하다'는 '지행합일설'이 태어나게 되고요.
왕양명은 사상적 기반을 수립한 귀양 생활 뒤 조정의 명을 받아 이런저런 곳에서 반란군을 토벌합니다. 그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한 번도 지지 않고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요. 이는 모두 '지행합일'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으로 익혔던 군사적 이론과 지식을 곧바로 실전에 적용한 셈이니까요. 또 실전에서 익힌 지식을 얻어 더 발전하게 된건 '행'이 '지'로 전이된 것으로 '지'와 '행'이 상호 보완적으로 부단히 통일되어 간 것입니다. 과연 '지행합일설'의 창시자다운 모습이에요.
그리고 말년에 이렇게 얻은 경험과 지식을 통틀어 제시한 결과가 바로 '양지설'입니다. 양지는 개개인 마음 속에 원래부터 존재해서 후천적 학습이 필요없는, 우리 본심이며 영혼의 본래 모습이자 본래 상태입니다. 그러나 살면서 종종 은폐되곤 하니 이를 발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게 골자이지요. 양지는 거울과 같아서 오래 사용하거나 닦지 않으면 더러워지기 마련이니까요. 이 양지가 '지행합일'의 '지'를 대체함으로서 영혼과 마음, 사물과 이치에 대한 관계가 완성됩니다.
하지만 양지설 제시 이후 얼마 못가 대규모의 반란과 도적떼 소탕 이후 사망하고 맙니다. 살아 생전에 큰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건 조금 아쉽지만 사후에라도 큰 명성을 얻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네요. 중국에서는 무장, 관료, 철학 세가지 분야에서 불후의 업적을 이루었다는 의미로 '삼불후'라고 불리운다니 대단합니다.
이러한 왕양명의 삶과 철학을 소설처럼 구성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단점이 없지는 않아요. 일단 찬양이 너무 지나칩니다. 그리고 책의 절반 가까운 분량이 왕양명의 화려한 군사적 업적을 다루고 있는데 관련된 도판이 전무하다는 점도 문제고요. 최소한 간단하게나마 지도 정도는 수록하는게 좋았을텐데 말이죠. 아무리 못해도 가장 큰 전과인 영왕의 반란을 진압했던 이야기 정도는 좀 더 잘 알려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잘 몰랐던 인물, 역사에 대해 알게된 건 분명한 수확입니다. 양지설은 지금 시점에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은, 좋은 이야기라는 것도 분명하고요. 제가 비록 성인을 꿈꾸지는 않지만 그래도 남 부끄럽게 살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드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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