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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4

흐리거나 비 아니면 호우 2 - 반시연 : 별점 3점

흐리거나 비 아니면 호우 2 - 6점
반시연 지음, 김경환 그림/영상출판미디어(주)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시연 작가의 라이트 노벨 미스터리이전 권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걱정 반, 기대 반이라 읽어야 되나 망설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읽기 잘 했네요. 우려했던 만화적인 설정은 캐릭터 설명이 필요했던 이전 권에 비하면 그렇게 도드라지지 않는 편이며 보다 현실 밀착형의 일상계 추리물로서 기본은 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화 속 해결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셔터 시절의 이야기는 호우가 셔터가 되는, 아동 성폭행범을 찾아 나서는 토막토막난 일부 전개와 셔터를 (아마도) 그만 둔 계기가 된 동생 백설과의 트러블 정도만 등장할 뿐이에요.

이야기는 크게 4개의 단락으로 구분되는데 각각 완결되는 이야기들이 구유 시인과 시집 <<밤벚꽃>> 에 대해 다루는 긴 호흡의 이야기로 묶여 있습니다.
<<호접 "Bad Guy">> 는 과거 호우가 셔터로 인정받기 위한 퀘스트인 아동 성폭행범을 찾는 추론,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사야가 응모하려는 추리 게임 이벤트에 대한 추론이 중심인 이야기입니다. 구유 시인과 시집 <<밤 벚꽃>> 도 구유 본인이 "해브닝" 에 나타나는 것으로 시작되고 있고요.
추리적으로는 과거 셔터 시절 추론은 단편적이라 평가하기 어렵지만 추리 게임 이벤트는 상당히 그럴싸했습니다. 추론 및 이벤트에 대한 견해 모두 말이죠. 서두를 장식할 만 이야기에요.

<<추억 "04:59">> 는 호우의 몸에 이상이 생겨 혹시나 금단증상이 아닐까 싶어 찾아간 금연 클리닉 선생님에 대한 추론, 그리고 기묘한 레미제라블을 사러 온 손님 예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핵심은 스트레스로 정신병에 걸린 예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탄탄한 묘사 덕분에 설득력도 높고 재미있었어요. 예지의 집 구조와 예지가 이야기한 회사 자리에 대한 설명이 일치하는 장면은 그 중 백미였고요. 호우의 추론이 아니더라도 드러난 단서만으로 예지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건 쉽게 알 수 있다는 문제는 있지만 좋은 에피소드임에는 분명합니다.

<<버디 무비 "Bright lights">> 는 고지의 부탁으로 호우와 고지가 하루를 함께 하는, 말 그대로 버디 무비같은 이야기로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한 묘사가 대부분입니다. 브로맨스를 굉장히 강조하는게 눈에 띄는데 호우가 있어야 할 장소에 대해 고민하자 분노하는 고지의 모습이 대표적이죠. 
반면 추리적으로는 부족해서 고지의 단골 목욕탕 수아탕에 대한 추론과 상가 거리 여관집 아들 영조의 여자친구 소미가 들었던 노래가 무엇인지에 대한 추론 정도만이 짤막하게 등장할 뿐입니다. 하지만 일상계 추리물로는 평균 이상 수준의 재미를 선사할 뿐 아니라 목욕탕에서 만난 만물박사의 시집 관련 묘사도 구유 시인 이야기의 중요 복선이기 때문에 빼 놓을 수 없는 에피소드에요.

<<미싱 링크 "Someone to love you">> 는 여고생 가영과 혜윤이 가져온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호우가 동네 해결사로 나서는 설정도 이질적이고 내용도 딱히 특별할 건 없습니다. 진상인 '노는 척 하는 건 연기일 뿐이다' 는 이십여년 전 <<시험의 제왕>> 에 이미 등장했던 소재라 식상하고요. 무엇보다도 가영이 혜윤에게 진실을 이야기했더라면 모든 게 해결되었을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한마디로 이번 권의 워스트, 구유 시인 관련 묘사를 제외하면 구태여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반대로 마지막 수록작 <<데드맨 워킹 "Break the Wall">> 은 아주 괜찮았습니다. 앞선 이야기에서 하나 둘 씩 선보인 여러가지 단서들을 통해 여관 주인 만조, 구유 시인과 상점가 만물박사에 얽힌 진상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데, 설득력도 높고 만물박사를 응징하는 호우의 모습은 권선징악의 표본과도 같은 모습으로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거든요. 

이렇게 수록작들 대부분 재미도 있고 가치도 있지만 단점이 없는건 아닙니다. 가장 큰 단점은 전편을 관통하는 주요 등장 인물인 구유 시인에 대한 설정입니다. 절망의 시집 <<밤벚꽃>> 을 희망 가득한 찬가로 광고한 출판사와 편집자에게 실망하여 절필 선언, 잠적에 이어 자살까지 결심한다는 건... 여러모로 납득하기 힘들었어요. 본인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명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베스트셀러 시인이 그 정도의 자기 표현도 하지 못한다는 건 여러모로 설득력이 떨어지죠.
게다가 만물박사 홍기욱 설정은 더 별로에요. 그가 허세 가득한 거짓말장이라는 것 외에는 여러모로 '최종 보스' 로 보기에는 허술한 탓입니다.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주었으며, 특히 구유 시인이 그 때문에 자살을 기도했다는 건 그다지 설득력있게 묘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구유 시인과 만물박사 모두 이야기를 길게 끌고 나갈만한 캐릭터와 설정은 아니었어요.
이렇게 구유 시인의 <<밤 벚꽃>> 이라는 시집에 관련된 긴 이야기를 축으로 연작 형태로 구성하기 보다는 그냥 주인공 일행과 '해브닝' 손님들 사이에서 일어난 소소한 추론만으로 끌고 가는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니면 긴 연작이 아니라 하나의 단편 에피소드로 처리하던가요. 

그리고 이건 개인 취향일 텐데 불필요한 묘사가 많다고 느껴졌습니다. 호우 시점에서의 독백, 완결되지 않는 과거사, 또 호우가 금단 현상인지 다른 병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름시름 앓다가 갑자기 쓰러지기는 등의 묘사가 그러해요. 전후 일본 추리 소설에 봄직한 구태의연하면서도 불필요한 묘사들이라 생각되더군요. 아울러 호우가 넘버원 셔터와 해브닝의 셔터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설정과 묘사도 캐릭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은 사족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비교적 읽을만한 추리물이라는데 이견은 없습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조금 독특한, 그리고 읽기 편한 가벼운 일상계 추리물을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단, 앞서 말씀드린대로 묘사와 설정은 상당히 취향을 탈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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