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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7

네버 고 백 - 리 차일드 / 정경호 : 별점 2.5점

네버 고 백 - 6점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오픈하우스

잭 리처는 전화 통화로 호감을 느낀 수잔 터너를 만나기 위해 110 특수부대를 찾아간다. 110 특수부대는 과거 잭 리처가 부대장이었으며 수잔 터너가 현재 부대장을 맡고 있는 부대. 그러나 도착한 잭 리처는 자신이 16년 전 폭행 치사 사건과 친부 확인 소송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통보받고, 수잔 캐런도 반역죄 혐의로 수감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 모든 것이 음모임을 깨달은 잭 리처는 수잔 터너와 함께 탈옥한 후 진상을 밝히기 위한 여정에 뛰어든다.

잭 리처 시리즈는 최근 가장 인기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톰 크루즈 주연으로 영화가 제작될 정도죠. 그러나 딱히 끌리지 않아서 아직 소설은 읽어보지 못하던 차, 마침 읽을 책이 없기에 집어든 것이 이 작품입니다. 얼마전 개봉한 신작 영화의 원작으로 영화화될 정도라면 시리즈 중에서도 재미와 인기가 최고 수준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잭 리처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기에 전작을 읽어가면서 배경 설명을 익힐 필요도 없었으니까요.

읽어보니 확실히 인기 있을만 하더군요. 재미만 놓고 보면 어디 내 놓아도 꿀리지 않거든요. 거대한 음모가 있고, 음모를 밝혀내기 위한 과정, 그 와중에 닥치는 여러 위기들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나씩 하나씩 단서가 밝혀지며 음모가 드러나는 전개가 괜찮습니다. 16년전 살인 사건과 문란한 생활이라는 누명으로 수감된 후 수잔 터너와 함께 탈옥하여 이것이 아프가니스탄 작전에 관련된 음모라는 것을 알아내고, 단서를 변호인 설리번과 에드먼즈에게 정당하게 요청하여 하나씩 단서를 수집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결국 음모의 실체에 도달하는 과정이 꽤나 설득력있게 묘사된 덕입니다. 음모의 핵심인 아편 밀수를 '무기'를 밀거래한 것이 아니라면 미국의 병참부대원들을 데리고 무엇으로 어떻게 장사를 한 것일까?라는 수수께끼와 함께 주어진 복선 (예를 들어 에밀 자드란의 형들이 양귀비를 재배한다는)을 통해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이 과정에서 시발점이 되는 탈옥에 대한 묘사도 훌륭합니다. 우연을 적절히 활용하여 당직 대위와 변호사 설리번을 감옥에 가둔 후, 변호사들의 신분증을 이용하여 탈옥하는 과정의 설득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보면 작위적인 우연이 겹친 상황을 잭 리처 시점에서 동전 던지기를 인용하며 최대한 가능성있게 설명하는 것도 좋았어요.
음모와는 상관없이 단돈 30달러로 탈주를 이어갈 수 없기에 산속 오지 마약상 빌리 밥 재산 강탈 (ATM?) 설정을 집어 넣었는데 이 과정 역시 볼만합니다. 사만다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는 나름의 반전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아이 엄마를 알아보지 못함!-도 그럴듯하고요.

잭 리처 캐릭터도 나쁘지 않습니다. 쿨하고 냉소적인 한마리 고독한 늑대 해결사라는 것은 전형적이긴 합니다. 보통 이상의 입담도 특별하지는 않고요. 그러나 엄청난 거구에 적수를 찾을 수 없는 최강자라는 독특함을 그럴듯하게 , 생생하게 그려낸 것이 인기의 비결인 듯 합니다. 옷은 세탁을 하지 않고 버린다던가, 운전을 잘 못한다는 디테일도 묘하게 캐릭터에 실체감을 더해주는 요소였습니다. 워즈워스의 시를 알고 클럽 '도브 코티지''의 어원을 꿰뚫을 정도로 문학에 조예가 있다는 것은 좀 오버스러웠습니다만...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왜 처음에 잭 리처를 죽이지 않았는지 설명되지 않는 것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처음부터 해결사를 보낼 때 경고가 아니라 제거를 목표로 움직였어야 해요. 그들 말대로 사라져도 아무도 찾지 않을 인물을 뭐하러 경고까지 해 가면서 도망가게끔 유도하나요? 있지도 않은 가짜 사건을 억지로 만드느니 없애는게 깔끔한데 말이죠. 아프가니스탄의 미군을 죽이는건 주저하지 않았기에 손을 더럽히기 싫었다라는 이유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또 리처와 수잔의 행적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권력을 소유한 악당이 전투력 부족한 단 4명의 인력만으로 잭 리처를 추격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리처 표현을 빌면 아마추어급인데 말이죠 .
구태여 LA로 가서 딸로 알려진 아이를 만나려는 설정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본 음모와 하등의 상관도 없고요.
잭 리처의 먼치킨 설정도 조금 불만입니다.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지만 위기를 별로 어렵지 않게 뛰어넘어서 가면 갈 수록 긴장이 풀리고 말거든요. 그 중에서도 마지막, '결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쉬라고와의 일기토가 주먹 2방으로 끝나는 묘사는 허무할 정도입니다. 쉬라고가 왜 총을 꺼내지 않았는지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요.
그리고 단점은 아니지만 같이 도망가는 남녀가 하루만에 눈이 맞아서 위기의 순간에 정사를 벌인다는 미국식 설정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단점에도 불구하고 킬링 타임용으로는 충분합니다. 다른 시리즈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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