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 - 홍성욱 지음/책세상 |
제목 그대로 여러가지 그림을 토대로 과학의 역사와 다양한 과학 이론을 알려주는 독특한 과학 서적. 목차는 크게 3부분, '제 1부 근대 과학의 탄생, 제 2부 이성과 근대성, 제 3부 오래된 이야기와 현대 과학의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고요. 목차별로 다양한 소주제가 포함되어 있으며,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하여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까지의 시대순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그림을 활용하여 설명해 주기 때문에 딱딱한 내용임에도 이해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르키메데스의 준정다면체라던가, 케플러가 코페르니쿠스의 체계를 받아들여 플라톤의 다면체 다섯 개를 이용한 기하학적 원리를 여섯 개의 행성에 대입한다는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부분이 아주 좋더군요. (참고로, 케플러의 이론은 궤도가 타원이라는 것이 밝혀진 뒤 이러한 수학적 조화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곤 하는군요) 그림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었으니까요. '생명의 나무'를 이용하여 진화론을 설명해주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고요.
또 과학과 예술의 관계를 시대순으로 조목조목 짚어주고 있는 것도 눈에 뜨이는 부분입니다. 본인의 그림 실력을 활용하여 자세한 달 그림을 남겼던 갈릴레오 도 이후 서적에서는 추상적인 기하학적 도형만 사용하였는데 이유는 그가 메디치 궁정의 철학자가 된 뒤 예술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예술보다 더 신분이 높다'는 것이 갓 암흑시대를 벗어난 시기에도 존재했다는 것이죠.
아울러 이 이야기를 갈릴레오가 관측한 달 그림이 로도비코 카르디 다 치콜리의 <<성모 마리아>> 그림에 활용되었다는 것과 엮어서 설명해 주는 것도 좋았어요. 울퉁불퉁한 갈릴레오의 달 해석을 카톨릭 교회는 반대했지만 달은 '타락의 결점'을 상징하므로 성모가 짓밟고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해석되어 무사할 수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정밀한 과학이 기존의 예술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예술이 받아들인 결과라고 볼 수도 있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대로 예술가들의 반격 역시 몇가지 예로 설명됩니다. 백과전서의 권두화에 대한 항목, 예술가 블레이크가 "예술은 생명의 나무이고, 과학은 죽음의 나무이다"라고 과학을 비판했다는 항목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백과전서 권두화 이야기는 좀 과잉해석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저자의 의도와 그림이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의도인지 아니면 그냥 그림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일환이였는지가 밝혀지지는 않았으니까 말이죠. 권두화를 창작한 화가가 이렇게까지 고민해서 만들었을 것 같지도 않고요.
그 외, 볼테르의 연인이었던 샤틀레 부인이 뛰어난 과학자였다는 것, 라부아지에의 아내 역시 만만찮은 능력으로 라부아지에를 충실히 내조했다는 것 등 새롭게 알게된 사실도 많습니다.
책의 특성상 도판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대체로 우수한 편이라는 것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림에서 필요한 부분을 "확대" 해서 삽입하여 설명해주는 방식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큰 그림을 접이식으로 수록하는 것보다 훨씬 읽기 편했기 때문입니다. '아테네 학당' 등 유명한 그림들이 사용된 것도 반가운 부분이었고요.
하지만 세번째 챕터인 오래된 이야기와 현대 과학의 이미지 부분은 내용이라던가 분위기 모두 다른 내용과는 좀 분리되어 있는 듯 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유명한 그림도 등장하지 않으며 과학사적인 이야기라기 보다는 좀 더 복잡한 이론에 치우친 느낌이 강했거든요. 특히나 마지막 프리온 이야기는 완전히 생뚱맞은 내용이라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단점이 없지는 않아 조금 감점합니다만 이 정도면 꽤 재미있는 과학 도서라 생각됩니다. 읽기 편한 과학사 중심의 과학 도서를 찾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과학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본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과학과 예술 두 분야가 영원히 양립할 수 없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현대의 미디어 아트같은 것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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