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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8

디자인과 인간 심리 - 도널드 A 노먼 / 이창우, 김영진, 박창호 공역 : 별점 4점

디자인과 인간심리 - 8점 도널드 노만 지음/학지사

각종 생활용품에 내재되어 있는 여러 디자인들을 사례로 하여 저자가 디자인의 문제점을 요목조목 지적하면서 인지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재미있게 논한 인지심리학 전문 서적 입니다.

일단 저자 자신의 주장이 확실하면서도 이치에 맞게 이론적으로 정립되어 있는데 그 이론들이 하나같이 심플하면서도 팍팍 와 닿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자가 제안하는 생활용품의 디자인 방법:

- 어떤 때라도 그 시점에서 어떤 행동이 가능한지를 결정하기 쉽게 하라.
- 시스템의 개념적 모형, 대안적 행동들, 그리고 행동의 결과를 포함하여 일이 가시적이게 하라.
- 시스템의 현재 상태를 평가하기 쉽게 하라.
- 하고자 하는 것(의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간의, 행동과 그 결과간의, 그리고 가시적인 정보와 시스템 상태의 해석 간에 자연스러운 대응을 따르라.

다른말로 한다면 (1) 사용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와 (2)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현재 GUI에서 강조되는 사용자 Feedback과 Context, 그리고 Interaction의 함수관계를 잘 나타낸 말인데 10년도 훨씬 전에 이러한 이론을 정립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쉽고 재미있다" 라는 것이죠. 저자 특유의 독설로 여러 바보같은 생활 용품의 디자인 조작 방식의 멍청함을 논하는 부분은 어디를 읽어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라 생각되네요. 여러가지 종류의 문들과 수도꼭지, 전화 등을 예로 들어 해당 사물들에 존재하는 오류를 도판과 더불어 확실하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냥 읽기에도 수긍이 가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물론 등장시킨 사례들이 좀 오래되었다는 것, 그리고 번역 자체가 무지 딱딱하다는 것과 현재와 같이 GUI가 널리 퍼진 시대에는 맞지 않는 이론들도 있다는 것은 단점입니다만 기본 그 자체는 동일한 만큼 충분히 이해 가능한 수준에서 읽어 내려갈 수 있더군요. 즉 디자인은 미적으로도 우수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편하고 쉽게,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라는 것이죠.

한마디로 UI 디자이너 입문용으로 이쪽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어지는 책이었습니다. 이쪽 책이 너무 이론적이라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 많은 편인데 쉽게 시작하기에는 정말 딱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이렇게 재미있고 알기 쉽게 글을 쓰는 것도 정말 대단한 재주이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인 도널드 A 노먼의 강의를 한번 듣고 싶어지더군요. 강의도 무척 재미나겠죠? 별점은 4점입니다.

덧붙여....

어려운 과제를 쉽게 만드는 일곱가지 원칙

1. 머리 속의 지식과 세상 속의 지식을 모두 이용하라.
2. 과제의 구조를 단순하게 하라.
3. 일이 가시적이게 만들어라. 실행의 간격과 평가의 간격을 좁혀라.
4. 대응관계가 올바르게 만들어라.
5. 자연스러운 제약 및 인공적 제약의 위력을 활용하라.
6. 만일의 오류에 대비한 디자인을 하라.
7. 이 모든것이 잘 되지 않으면 표준화하라.

2019/09/20

일러바치는 심장 - 에드거 앨런 포 / 박미영 : 별점 3점

일러바치는 심장 - 6점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미영 옮김/스피리투스

에드거 앨런 포단편집은 그동안 굉장히 많이 소개되어 왔습니다. 저 역시 "우울과 몽상" 이라는 완전판을 가지고 있고요. 하지만 장황한 문체, 그리고 비슷한 작품들이 많고 모든 작품이 전부 빼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얇고 가벼운 책은 에드거 앨런 포 입문용으로 상당히 괜찮습니다. 수록 작품은 모두 아래의 11편인데 에드거 앨런 포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엄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어셔가의 몰락
  • 일주일에 일요일 세 번
  • 붉은 죽음의 가면
  • 구덩이와 추
  • 검은 고양이
  • 일러바치는 심장
  • 도둑맞은 편지
  • 긴 상자
  •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
  • 아몬틸라도 술통
  • 절름발이 개구리

물론 워낙 유명한 작가인 탓에 기존에 접했던 작품이 많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누가 편집을 하더라도 "어셔가의 몰락", "붉은 죽음의 가면", "검은 고양이"를 빼기는 힘들었을테니까요. 추리 소설 애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도둑맞은 편지" 역시 지나칠 정도로 잘 알려진 작품이고요.
그 외의 작품들도 포하면 바로 떠오를, 음산한 분위기의 친숙한 (고딕) 호러물이 대부분이기는 합니다. 솔직히 표제작 "일러바치는 심장"은 "검은 고양이"와 너무 비슷하면서도 의외성이나 반전의 묘미는 부족한 범작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같은 작품들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비교적 밝고 경쾌한 소품인 "일주일에 일요일 세 번"이 좋은 예입니다. 날짜 변경선을 따라 세계일주를 했을 때 요일이 바뀌는 설정을 잘 써먹은게 인상적입니다. 특히 "80일간의 세계일주"보다 30여년 앞서 발표되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정신병자들의 세계를 그린 블랙 코미디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도 눈에 띕니다. 독특한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다는 정신병원을 견학하려는 평범한 방문객이 광인들의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겪는 대소동이 끔찍하면서도 웃기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킹이라면 고어 파티가 펼쳐졌을텐데, 그래도 나름의 해피 엔딩이니 다행이긴 합니다.
호러물이기는 하지만 가슴아픈 비련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이기도 한 "긴 상자"도 아주 유명하다고 보기 어려운 괜찮은 작품이고요.
번역도 이전 번역본들과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깔끔합니다. 작가 특유의 장황한 문체를 잘 살리기도 했고요. 장황하다 못해 지나치게 길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포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니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추리 소설의 시조새격인 작품이라면 "모르그가의 살인"이 더 나았을테고, 다양한 작품을 싣자는 취지라면 모험물 성격을 띈 "황금충"도 수록해 주는게 더 나았겠지요. 그래도 이 정도면 '에드거 앨런 포'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휴대하면서 읽기에 부담없는 크기와 두께, 만원 초반이라는 비교적 상식적인 가격도 마음에 듭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2015/06/08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2 - 최창조 / 김진태 : 별점 2점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2 - 4점 최창조 지음, 김진태 만화/고릴라박스(비룡소)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 최창조 / 김진태 : 별점 3점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1권에 이은 2권. 1권과 마찬가지로 최창조 선생의 풍수지리학을 김진태씨가 만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1화 나쁜 땅은 없다!
  • 상식 이야기 풍수 ① 자생 풍수의 창시자, 도선 국사
  • 풍수 Q&A ① 우리나라 풍수의 역사는?
  • 2화 자연의 기氣를 얻어라!
  • 상식 이야기 풍수 ② 음향오행과 풍수
  • 풍수 Q&A ② 기氣란 무엇일까?
  • 3화 용龍을 잡아라!
  • 상식 이야기 풍수 ③ 현대인을 위한 도시 풍수
  • 풍수 Q&A ③ 지관들이 사용하는 나경이란?
  • 4화 제대로 집을 짓는 법
  • 상식 이야기 풍수 ④ 외국에서 인기 만점, 인테리어 풍수
  • 풍수 Q&A ④ 조상들이 지명地名으로 예언을 했다는데? 

1권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특징은 과거의 이론에서 머무르지 않고, 풍수를 현대 도시와 집에 적용하는 여러가지 방법을 소개해준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고래의 풍수 중 "간룡법"은 백두대간이 지기를 공급한다는 이론인데, 도시는 도로와 철도로 맥이 끊겼으니 "간선도로"를 대안으로 삼자는 식입니다. 높은 빌딩은 산을 대신하고요. 여기서 더 나아가 뒷부분에는 실제 미국 등에서 유행한다는 "인테리어 풍수"까지 알려줍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꽤 그럴듯해서 앞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 방의 배치 같은 것에 신경을 좀 써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1권과 마찬가지로 수박 겉핥기 식으로 간단한 정보만 제공하는 탓에 깊이있는 정보를 얻기는 무리입니다. 입문용으로 간단한 이론만 전해줄 뿐이거든요. 책의 취지가 "만화로 보는 알기쉬운 풍수"이니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일테고,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요.

오히려 진짜 단점은 김진태씨의 만화가 재미 없다는 것입니다. 득수 - 수지 컴비가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과정을 통해 여러가지 현대에 접목한 풍수 이론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정도는 괜찮았지만, 다른 내용 거의 대부분은 득수 아버지나 최창조 선생의 입을 빌어 지루한 풍수 이론을 그림으로 설명해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럴거라면 최창조 선생의 책에 삽화를 그린 것과 다를게 없어요. 1권에서 꽤 재미있게 읽었던 상식 이야기, Q&A도 별로였고 말이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풍수에 대한 관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기대했던 것은 김진태의 만화였는데 이래서야 점수를 줄 수 없지요. 다음권을 구입해야 할지 심히 고민됩니다.

덧붙이자면 "나경" 사용법에 대해 짤막하게 소개해주고 있는데 스마트폰용 App으로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더군요.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방위에 따른 해석은 정확한 GPS의 도움만 받아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2023/05/13

신의 기록 - 에드워드 돌닉 / 이재황 : 별점 4.5점

신의 기록 - 10점
에드워드 돌닉 지음, 이재황 옮김/책과함께

이집트 상형문자의 해독 과정을 시작부터 완결까지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미시사, 인문학 서적.
시작이 된 나폴레옹 프랑스 원정대의 로제타석 발굴에서 시작하여, 샹폴리옹이 해독을 성공하고, 샹폴리옹 해독이 옳았다는게 검증된 카노포스석 발굴로 마무리되는데 핵심은 이집트 성체자 해독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에 대한 설명은 제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자세합니다.
우선, 성체자 해독이 어려웠던 이유는 사례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글자가 어떤걸 나타내는지를 알려면 사례가 많아야 했거든요. 하지만 로제타석 조차도 성체자 부분은 깨져버린 탓에 14줄만 남아있어서 턱없이 부족했지요. 그래서 처음에 학자들은 두 번째 부분인 속체자에 주목했습니다. 속체자는 그림문자인 성체자에 비하면 비교적 정상적인 문자로 보였고, 정상적인 문자는 일반적으로 자모 기반이라서 속체자의 자모를 알아내려고 했거든요. 로제타석의 그리스어 부분에서 자주 반복되었던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이름을 속체자 부분에서 찾아내어 이 둘의 문자열을 짝짓고, 그래서 자모를 알아내려고 했던 시도가 초반에 이루어졌었지요. 이는 비교적 - 반쯤은 우연으로 -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는데, 문제는 이 탓에 속체자는 자모로 이루어져 있다는 오류가 강화된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속체자는 성체자를 바탕으로 간략히 써서 빨리 쓸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간체자여기에, 결국 이 시도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뒤 영국의 토머스 영, 프랑스의 샹폴리옹이라는 두 천재가 등장합니다. 먼저 나선건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던 토머스 영이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다른 학자들처럼 속체자와 그리스어를 비교 분석하여 패턴을 찾아내려 했죠. 이는 앞서 말했듯 실패가 예정된 방법이었습니다. 실패 후 영은 '중국어'를 통해 해독으로 한 걸음 나아갑니다. 바로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는 중국어 - 한자 - 의 외래어 발음법에서 착안한 방법이었지요. 한자는 모든 단어를 가지고 있지만, 외국어를 발음하려면 그 발음에 맞는 문자를 붙여서 써야 합니다. 뜻과 상관없이요. 불란서, 이태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영은 로제타석의 비이집트계 이름 - 프톨레마이오스 - 를 어떻게 성체자로 적었는지 찾아내면, 최소한 그걸 읽는 방법은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타원체 - 카르투슈 - 가 둘러싸고 있는 성체자를 주목했습니다.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고, 음독하라는 지시를 담고 있을 것이라 여겼거든요. 그래서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이름을 찾아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는데는 실패했습니다. 카르투슈 안 성체자만 소리와 상응한다고 생각했고, 그 외의 성체자는 부호에 뭔가 의미가 담겨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탓입니다. 마야 문자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처럼요. 그 때도 마야 문자는 그림으로 관념을 나타내는 부호라는 주장이 널리 퍼졌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음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문자 체계였다는게 드러났지요.

영의 발견은 샹폴리옹이 이어받아서, 그는 여러 카르투슈 속 이름을 해독했고, 로제타석 성체자 숫자도 헤아려 봅니다. 그 결과 일반적인 개념대로 성체자 하나하나가 한 단어나 개념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너무 적다는걸 알아냅니다. 그리고 역시 중국 한자식 발상으로, 평범한 이집트 단어에도 성체자를 소리 문자로 사용했다고 생각하지요.
아부심벨 신전에서 베껴낸 비문을 받은 샹폴리옹은 파라오 '람세스', '토트메스'의 이름을 해독했고, 여기서 '콥트어' 전문가라는 능력이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파라오들 이름이 '탄생'을 뜻하는 콥트어 단어 '미세'가 관련되어 있다는걸 깨달았거든요! "라가 탄생시킨 아들', "토트가 탄생시킨 아들"이라는 뜻으로요! 그래서 카르투슈 밖 성체자에서 이렇게 '탄생'을 의미하는 성체자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그게 그리스어 부분으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찾아보았니다. 그 결과 '탄생일' 이라는 단어를 알아내죠. 성체자가 하나하나가 의미를 가지게 아니라 자모를 가진 문자라는게 드러난겁니다. 이게 샹폴리옹이 그 유명한, 형에게 "내가 해냈어!"를 외치고 기절했다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읽는 방법을 알아낸 샹폴리옹은 콥트어 규칙을 적용해서 성체자 분석을 진행합니다. 성체자에 가장 많은 물결무늬는 콥트어에 가장 많이 나오는 "N"이라고 판단했지요. 


콥트어에서 N은 of의 의미였습니다. P는 정관사 the로 사용되었는데 '프톨레마이오스' 해독으로 p 발음은 무슨 그림인지 알아냈고요. 이를 통해 TheXXXXXofXXXXXX 같은 문장을 끌어낸 뒤, 단어들을 채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큰 진전은 '결정자'의 발견이었습니다. 단어 끝에 붙어있어서, 없어도 되는 글자로 보였던 글자였는데 알고보니 명확하게 단어임을 알려주는 부호였던 겁니다. '고양이'라는 글자 뒤에 고양이 그림을 붙여놓는 식으로요. 결정자는 단어 뒤에 붙기 때문에, 해독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래가 성체자 '고양이'인데, 정말 고양이 그림이 붙어있네요.


또 샹폴리옹은 그리기 어려운 단어를 같은 발음인 그리기 쉬운 단어로 바꾸어 전달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어요. 이집트어에서 '아들'과 발음이 같은 것은 '오리'였습는데, 이 역시 콥트어에서도 두 단어 모두 '사'라는 같은 발음이었던 것에서 떠올린 것이지요. '독수리'도 '어머니'와 발음이 같았고요.
참고로, 이렇게 동음이의어가 쓰기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건 오래된 사실이라네요. 아담과 이브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과'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원래 기독교 성경에서는 선악과가 어떤 종류의 과일인지 특정하지 않았는데, 히에로니무스가 라틴어 성경을 만들면서 라틴어 단어 말룸 (malum)이 '사과'와 '악'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데 착안해 집어넣었다고 하니까요.
이렇게 성체자의 비밀을 푼 샹폴리옹이 이집트를 방문하여, 그 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여왕 - 핫셉수트 -'에 대한 글을 읽어내는 것으로 성체자 해독에 대한 글은 완료됩니다.

정리하기도 힘들 정도로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지만,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관련된 자료도 굉장히 상세합니다. 도판은 물론, 여러 등장인물들의 일대기 소개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덕분입니다. 영국의 부자 윌리엄 뱅크스의 일대기가 대표적입니다. 직접 이집트로부터 오벨리스크를 운반해 자기 저택에 세울 정도로 부자였는데, 여기서 '클레오파트라'라는 카르투슈가 발견되어서 성체자 해독에 기여했지요. 동성애자로 밝혀져 몰락하고 말았다고 하고요.
관련된 역사 소개도 빠지지 않습니다. 시작이 된 나폴레옹 프랑스 원정대의 로제타석 발굴이 대표적입니다. 발굴 뿐 아니라 나폴레옹 이집트 원정의 시작과 끝을 모두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집트 역사 서술도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집트가 그렇게 대단한 고대 문명 국가가 아니었다는 서술은 흥미롭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 기술을 바탕으로 건설된 문화로이며, 근본은 인간의 육체적 노력에 두고 있었다고요. 의학은 초보 수준이었고, 과학적 법칙이라는 관념이 없었으며 세계는 주술과 마법에 의해 지배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글쓰기의 탄생에 대한 언급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글쓰기는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동굴 벽화는 2만년 전의 것인데, 가장 이른 문자도 5천년 밖에 되지 않았지요. 저자는 도시가 발달되어 교역이 복잡해 진 탓에 기록이 생겨나게 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글쓰기의 초기 단계로 밝혀진게 이라크 고대도시에서 기원전 8000년 ~ 3500년 무렵 사용되었던 점토덩이들이었으며, 이를 통해 점토 덩어리가 점토에 누른 자국, 점토에 그린 그림, 점토판 위에 쓴 부호로 추상성이 증가하며 결국 쓰기로 이어지는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됩니다.
라파누이섬에서만 발견되었던 '롱고롱고' 문자, 선형문자 B의 해독, 마야 문자 등 다른 문자들 소개도 빠지지 않고요.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카르투슈 안의 파라오 이름을 읽어내는 과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 뒤 단어 분석은 좀 대충 넘어가는 부분이 그러했어요. The, Of가 무엇인지 알아냈다 하더라도 그 사이에 들어오는 단어를 채워 넣기 위한 자료는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로제타석의 성체자는 몇 줄 남아있지 않았으니까요. 성체자로 로제타석의 그리스어 부분 단어가 무엇인지 다 알아낸다 한 들, 어휘로 따지면 턱업이 부족했을겁니다. 이를 전체 성체자로 어떻게 확대해 나갔을까요?
또 콥트어 전문가였기 때문에 그리기 어려운 단어를 쉬운 단어로 교체했다는걸 알아냈다는 것도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교체한건지, 원래 그 의미로 썼는지를 어떻게 알아냈는지에 대해서 알려줬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그래도 그동안 궁금했었던 이집트 상형문자 - 성체자 - 의 비밀에 대해 어느정도 알 수 있었던 좋은 독서였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입문용 서적과는 수준 자체가 다르네요. 다소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사소합니다. 별점은 4.5점입니다. 이집트 문자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셨던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그나저나, 상형문자가 한자와 비슷한 원리였다면, 동양인 학자가 분석에 나섰다면 어땠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