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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3

야간열차 살인 사건 - 케리 그린우드 / 정미현 : 별점 1.5점

야간열차 살인 사건 - 4점
케리 그린우드 지음, 정미현 옮김/딜라일라북스

귀족 영애인 프라이니는 하녀 도트와 함께 밸러랫 행 열차로 여행 중, 일등실 객차에 클로로포름이 뿌려지는 상황에 마주쳤다. 프라이니의 기지로 승객들은 빠르게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승객 중 한명인 헨더슨 부인이 기차 근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헨더슨 부인의 딸 유니스는 명탐정으로 이름난 프라이니에게 사건을 의뢰했고, 프라이니는 기차 승객으로 기억을 잃은 제니까지 떠 맡은 채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데..

귀족영애 탐정 프라이니 시리즈입니다. 어쩌다 보니 세 번째 부터 읽게 되었네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무리 보아도 그 어떤 매력을 찾을 수 없는 졸작입니다. 일단 주인공 프라이니부터 한심합니다. 매력적인 외모와 두뇌, 행동력에 재산까지 갖춘 자유로운 신여성이라는 설정인데 도가 지나쳐서 짜증이 납니다. 비현실적인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요.
그나마 앞선 설정들이야 만화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뻔하디 뻔한 설정이라 쳐도, 남자가 마음에 들면 두 번째 만남만에 정사를 갖는 모습을 자유로운 신여성(?)이라고 포장하는건 무리입니다. 여성 모두를 유혹하는 싸구려 펄프 픽션마초를 빗대어 만든 설정으로 보이는데, 일단 정통파 계보에 드는 탐정들 중에 그런 싸구려는 없으며, 있어도 대체로 그러한 유혹은 사건 해결을 위한 수단의 하나로 사용됩니다. 아니면 상대 여성이 여성의 매력을 이용해서 벌이는 음모이지요. 그러나 이 작품 속 정사는 사건 해결과는 무관한, 순전히 프라이니의 성욕을 해결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심지어 상대방 린지가 숫총각이라는 점에서 '숫총각 사냥하는 선배 누나 혹은 유부녀'가 등장하는 싸구려 성인물에 가깝습니다. 아니,  싸구려 성인물은 성욕 자극이라는 대 명제에 충실한 반면 이 작품은 그렇지도 못하니 더 별로입니다.

추리적으로도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의 연속입니다. 대단한 분장도 하지 않았는데 앨러스테어가 기차에서 보았던 젊고 핸섬한 승무원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부터 문제입니다. 아무리 클로르포름에 취했어도, 사건 직후 키라던가 얼굴 인상을 그대로 기억하고 하고 증언하는걸 보면 설득력이 낮습니다. 하지만 이건 실종된 헨더슨 부인 살인사건의 진상에 비하면 솔직히 약과입니다.

  1. 기차에서 헨더슨 부인의 목을 밧줄로 묶고
  2. 그 줄을 급수탑으로 던진 뒤
  3. 급수탑을 기어 올라가 밧줄을 잡아당겨 노인을 끌어낸 후
  4. 시체 위로 뛰어내렸다.

라는데, 비록 급수 때문에 3분간 정차했다 하더라도 2~3의 과정을 그 짧은 시간 어떻게 했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헨더슨 부인을 창문에 기대어 놓은 후, 객실 지붕에 올라가서 헨더슨 부인의 목에 밧줄을 걸고 그것을 선로에서 10여미터 떨어진 급수탑에 던진 뒤 10미터를 전력 질주하고 급수탑을 올라간 뒤 밧줄을 잡아당겼다? 이게 3분 안에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가능했다 하더라도 앨러스테어가 클로르포름을 이용하여 객실 승객들을 마취시킨 다음이라면 이러한 복잡한 행동으로 노부인을 살해할 이유도 없습니다. 도주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어 수사에 혼선을 주지도 못하니까요. 마지막까지 이유가 설명되는 것도 아니고요. 이럴 바에야 그냥 창 밖으로 내던지는게 훨씬 쉬웠을 겁니다.

또 승무원을 가장한 핸섬한 젊은이가 유력한 용의자이며, 동기와 외모 등을 종합해보면 앨러스테어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그의 유일한 알리바이가 친구 린지에 의해 뒤집혀 버린다는 전개도 시시하기 짝이 없습니다. 추리의 여지도 없어서 프라이니가 사건 해결을 위해서 하는 것 역시 전무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수 있는 동거인의 조사조차 게을리한 경찰의 무능함만 돋보이입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기억을 잃은 소녀 제인 사건은 프라이니와 그의 친구들(버트와 세스)의 활약으로 해결된다는 점에서 그나마 헨더슨 부인 살인사건보다야 낫긴 합니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버튼이 최면술로 불쌍한 고아 소녀들이나 납치한 소녀들을 사창가에 팔아 넘긴다는 범행 자체가 문제에요. 최면술을 기억을 완벽하게 없앤다던가, 마음대로 조종한다는 식으로 무슨 마법처럼 묘사하고 있는 탓입니다. 최면술이 설령 마법과 같은 효과를 발휘했더라도 이 작품에 등장하는 것 처럼 30여명 이상에게 모두 성공적으로 최면을 걸거나, 특정한 자극이나 신호 없이 눈빛과 대사만으로 순식간에 최면을 걸고 푸는건 무리입니다. 마지막 순간에 고양이에게 눈을 공격당한 최면술사 헨리 버턴이 그 능력을 잃게 된다는 결말도 후련하지만, 역시 과학적으로 보이지는 않았고요. 하여간 최면술이 등장한 작품치고 제대로 된 걸 못 봤어요.

그래서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책 만듬새도 괜찮고 여성 작가다운 꼼꼼한 묘사에 약간의 점수를 더하나 추리물로서는 그 어떤 가치를 찾아볼 수 없는 망작입니다. 앨리스테어가 행하는 여자에 대한 막되먹은 행동과 "자고로 여자란 출산 이후엔 전부 쓸모없어지지" 등의 대사를 보면 작가의 의도는 대충 짐작이 가긴 합니다. 유능하고 강력한 여성이 멍청한 남자들을 가지고 놀고 사악한 마초를 응징하는 페미니즘 영웅물을 노골적으로 그리려 한 것이겠지요. 뭐 그 생각이 잘못된건 아니에요. 문제는 그게 뭐든간에 최소한의 완성도는 있어야 했습니다. 2017년 들어 처음 읽은 추리 소설이 이따위라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네요.

덧붙이자면 TV 시리즈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역시나 그닥 기대가 안되는군요. 추리보다는 작중 묘사되는 온갖 화려한 의상들이나 세세한 디테일들, 그리고 사창가에서의 격투라던가 마지막 프라이니 집 앞에서 앨러스테어와 벌이는 격투 등 액션의 비중이 높은 추리 속성이 조금 들어간 시대극 액션물이라 생각되거든요. "각시탈" 처럼요! 잠깐 찾아보았는데 프라이니 캐릭터도 딱히 매력적이지도 않고요. 여튼 이 작품에 대해서는 책이든 영상물이든 더 찾아볼 일은 없을 겁니다.

2006/08/10

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사건과 스캔들 - 전봉관 : 별점 4점

경성기담 - 8점
전봉관 지음/살림

 조선말에서 일제 강점기 사이에 있었던 잘 알려지지 않았던 괴사건들을 모아서 정리해 놓은 책입니다. 역사와 추리를 모두 좋아하는 저로서는 흥미가 안갈래야 안갈 수 없는 책이었는데 마침 형이 구입해서 고마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쌩유!)

책은 크게 2개의 주제로 나뉘어 구성되고 있는데 첫번째가 "1부 - 근대 조선을 뒤흔든 미스터리 살인사건"이고 두번째가 "2부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스캔들"입니다. 두가지 주제 모두 흥미롭고 제목만 보아도 읽고 싶어 지지만 역시 저같은 미스터리 팬에게는 첫번째 주제가 더 와 닿더군요.

1부에는 총 4개의 사건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사건인 "죽첨정 단두 유아 사건"은 대낮 경성거리에서 발견된 아이 머리를 둘러싼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이고 두번째 사건"안동 가와카미 순사 살해사건"은 안동에서 피살되어 발견된 일본인 순사 가와카미와 용의자로 붙잡힌 조선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 세번째 사건은 "부산 마리아 참살사건"으로 부산의 조선인 하녀 마리아가 주인집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을 다루고 있고 네번째 사건은 "살인마교 백백교 사건"으로 지금도 유명한 사교집단 백백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건 자체도 흥미롭지만 단순히 흥미거리위주로 수록된 사건들이라기 보다는 일제 강점기의 조선인과 일본인의 역학관계를 논할만한 주제가 많아 의미 있는 선정이었다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안동 가와카미 순사 살해사건"의 용의자인 조선 청년들의 억울함과 "부산 마리아 참살사건"의 주요 용의자인 다카하시 부인에 대한 수사와 처우, 처벌이 너무나 달라서 한번쯤 비교해 보며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거든요. 특히 고문과 폭행으로 자백을 이끌어낸 순사 살해사건의 경우는 그 수사의 방법이 너무 원시적이고 황당해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어쩐지 영화 "살인의 추억"을 연상시키기도 해서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용의자 동생의 증언인 "형이 목을 졸라 죽이고 어디론가 가는 것을 봤지만 그 다음은 졸려서 잤기때문에 모른다"라는 증언은 폭소 그 자체였습니다. 조선 남아들은 형이 살인해도 졸리면 잔다는 이야긴지 원...

또한"죽첨정 단두 유아 사건"은 "문둥이가 아기 간을 먹으면 낫는다"라는 토속적인 주술적 사고방식을 드러내고 있어서 역시 인상적이었고 법의학자로 경성제대 교수까지 등장하는 등 당시 수사 방식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자료적 가치도 상당합니다. 사건의 엽기성과 내용에서 최근 유명한 "프랑스 영아 유기 사건"을 떠올리게도 하더군요. (이 주술적 믿음을 소재로 퇴마록의 이우혁씨가 쓴 괜찮은 단편이 갑자기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1부의 마지막 사건인 백백교 사건은 다른 매체에서 많이 접해서 크게 새롭거나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역시 "역사적" 측면에서 선정한 것이겠죠? 이만한 대형 사건은 정말 드물테니 말이죠. 뭐 뻔한 내용이지만 그런대로 도판과 자세한 재판과정의 수록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2부는 "스캔들"이라는 주제를 다룬 만큼 내용적으로나 사건 측면으로나 1부에 비하면 아무래도 임팩트가 떨어지긴 하지만 역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전부 6개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첫번째인 "중앙보육학교 박희도 교장의 여제자 정조유린 사건"은 3.1 운동때 민족대표 중 한명이었던 교육자 박희도의 여제자 성추행(?)사건에 대한 내용입니다. 두번째인 "채무왕 윤택영 후작의 부채 수난기"는 순종의 장인으로 매국노였던 윤택영 후작의 어마어마한 빚과 그 최후를 상세하게 그리고 있고요. 세번째 "이인용 남작 집안 부부싸움"은 역시나 매국노였던 이인용 남작 부부의 재산을 둘러싼 의미없는, 허무한 싸움을 다루고 있습니다. 네번째는 "이화여전 안기영 교수의 애정도피행각"으로 조선 제일의 테너로 불렸다는 음악가 안기영 교수가 제자와 사랑의 도피(?)를 한 이야기, 다섯번째는 "조선의 노라 박인덕 이혼 사건"으로 당시 국내 제일의 신여성이었던 박인덕의 이혼에 관련된 이야기, 마지막 여섯번째는"조선 최초의 스웨덴 경제학사 최영숙 애사"로 최영숙이라는 스웨덴 유학생의 비참한 최후를 서술한 내용입니다.

제가 제일 흥미롭게 읽은 것은 매국노들 대부분이 가산을 탕진하여 외려 총독부에 구걸(?)을 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다룬 두편의 이야기인 "채무왕 윤택영 후작" 이야기와 "이인용 남작 부부싸움" 이야기였습니다. 친일파들이 다 떵떵거리면서 한자리 차지하고 살아온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대부분 당대에 가산을 탕진했다는 통쾌한(!) 이야기라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들끼리 싸우는 이야기도 신났고요. 특히 저자의 덧붙인 코멘트, 요사이 매국노들의 후손이 땅 반환 소송을 한다는데 과연 그들에게 남은 재산이 있었는지 부터 조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가장 와 닿았습니다.

그 외의 남녀간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는 요사이 연예면에 나올만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져 역시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여성과 전형적 조선 남자와의 결혼이 "돈"에서 비롯되었다는 "조선의 노라 박인덕 이혼사건"은 읽다보니 요사이 모 아나운서 결혼 이야기와 맞물리는 부분이 있는것 같아 재미있더군요.

마지막 이야기인 "스웨덴 경제학사 최영숙 애사"는 당시 조선에서의 여자의 존재가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내용으로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지금 수준으로 보아도 5개국어에 능통한 수재 여성이 국내에서 대접도 제대로 못받고 콩나물 장사나 하다가 혼혈아를 낙태한 것 때문에 외려 탕녀 취급이나 받다니....저자가 하인스워드의 예를 들어 설명한 것과 같이 지금도 변한 것이 거의 없다는 것 때문에 더더욱 안타깝네요.

기획만으로도 무척 특이한 역사-인문 서적이지만 읽는 재미도 충분히 전해주는 책이었습니다. 현재 30대 중반의 나이로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는 저자의 글 답게 고루한 역사관을 논하는 것이 아닌, 요사이의 시사적인 문제를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새롭고 신선하면서도 재미난 내용이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거든요. 저 스스로도 반성하고 한번 생각해 볼만한 주제도 많았고요. 당시 조선이라는 나라의 또 다른 측면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아울러 구상중인 일제 강점기 배경의 추리 소설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서 기쁨 두배였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단 가격이 12,000원이라는 것은 확실히 문제네요. 책의 내용은 재미있고 가치도 있지만 사진도 거의 없고 그다지 많은 분량의 이야기도 아닌데 솔직히 너무 비쌉니다! 한 8000원 정도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그날 까지 팍팍 밀어줄만 한 책인데 가격이 좀 많이 걸리네요.

2008/10/17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이철 : 별점 5점!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10점
이철 지음/다산초당(다산북스)

이 책은 전에 읽었던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과 같은 시리즈로 제목 그대로 일제 강점기 시대를 중심으로 한 당시 조선의 스캔들(?) 11개를 풀어놓은 책입니다. 그야말로 "경성스캔들" 이죠.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은 읽고나서 실망이 컸지만 이 책은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두 책의 차이점은 정말로 "충격적이고 몰랐던" 역사를 얼마나 디테일하게 설명하면서도 쉽고 이해하기 쉽게 묘사했는지의 여부입니다. "조선을..."은 일단 읽는 것 자체가 힘들 뿐더러, 너무 주제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많아서 실망스러웠는데 이 책은 최소한 재미만큼은 확실합니다. 물론 이 책도 제목과는 다르게 당대에 그다지 충격을 전해주지 않은 스캔들도 몇 건 다루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야기들도 드라마틱하다는 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서 모든 에피소드가 기대했던 것 만큼의 충분한 재미는 전해 줍니다.

또한 11개의 스캔들 중 익히 알고 있었던 사건이 윤심덕과 김우진의 이른바 "사의 찬미" 사건이나 여류화가 나혜석의 사건 두가지 밖에 없었다는 것도 책의 가치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합니다. 아울러 이 두 사건 역시 알고 있는 내용보다 훨씬 자세하게, 당시의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지루한 맛은 전혀 없었다는 것도 탁월하고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사건은 친일파 대부호의 아들 장병천과 기생 강명화의 정사 사건이었습니다. 친일파 대부호의 아들과 기생이라는, 그야말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신분, 재력의 차이로 비극으로 끝난 너무나 순정 만화같고 일일 드라마 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순정파적이고 비극적인 로맨스가 1920년대에 존재했었다는데 놀랐네요. 여러 권의 소설과 영화로도 가공되었을 정도로 당시에 큰 충격을 준 건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이렇게 유명한 이야기가 지금은 전혀 전해지지 않는 이유도 조금 궁금해 지기는 했습니다. 아마도 해방 후 국무총리까지 역임했던 장병천 아버지의 형제인 장택상씨의 권세로 사건을 은폐한게 아닌가 싶은데,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드러나는 친일파들의 행각은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당대 매스컴들과 이른바 "지식인" 들의 편견과 비뚤어진 시각을 보여주는 김명순 사건과 독살미인 김정필 사건도 흥미로왔으며, 유명 공산주의자들과 혁명가들이 다수 등장하는 대하 서사시와도 같은 "제4부 - 경성을 붉은색으로 물들인 혁명적 연애 사건"의 이야기들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산주의 혁명가들의 불꽃같은 삶과 격동의 시대가 잘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그야말로 조선과 중국, 소련, 해방 후 북한을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에 정말로 조선 해방과 민족을 위해 헌신했던 그들의 삶, 체포와 탈옥, 탈출, 고문 등의 고난의 세월 및 해방 후 공산주의자로 남한에서는 매도되었다는 점과 북한에서는 대부분 숙청되었다는 비극적 종말까지 모두 갖춘 극적인 이야기라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당시의 여러 정사사건, 자유 연애주의자들과 신여성들에 대한 이야기, 동성애자 자살 사건 등 흥미로운 주제가 한 가득입니다. 목차만 읽어도 읽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말이죠.

역시나 "경성탐정록" 자료로서 구입한 책이었지만 의외의 재미와 새로운 역사를 알게되는 재미가 쏠쏠하여 횡재한 기분까지 드는 책으로 별점은 5점입니다. 재미와 더불어 당대의 여러 사료와 문헌을 다수 인용하고 있기에 자료적 가치까지 충분했으니까요. 일제 강점기 시대의 또다른 역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2009/02/18

화형법정 경성버젼 시놉시스

엊그제 읽은 화형법정의 경성 버젼을 업그레이드 해서 몇줄 적어보았습니다. 트릭같은것은 대충 구상이 끝났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뭐 이런 번안 소설이 지금와서 먹히진 않을테니.. 그냥 재미 삼아 쓴 것이니 만큼 가볍게 읽어 주세요. 일단은 전반부만 작성되었습니다.

** 주요 등장인물 소개 **
이완두 - 에드워드 스티븐스 : 경성의 모 일보 기자.
마리아 - 마리 도브리 : 이완두의 아내
다구치 - 마크 데스파드 : 이완두 옆집에 사는 지인. 조선 총독부 관리.
배동천 - 파딩턴 : 다구치의 오래된 친구로 전직 의사.
현씨 노인 (현씨 아범) - 헨더슨 노인 : 다구치 집안 고용인
고구수 - 고던 클로스 : 유명 작가.

** 전반부 줄거리 **

조선인으로 동경제국대학 유학 후 경성에서 신문기자를 업으로 먹고 사는 "이완두"는 유학시절에 만나 교제 후 결혼한 미모의 신여성 아내 마리아가 자랑거리이다. 별다른 사건 없이 평탄하고 무난한 나날이 이어지던 중, 완두는 신문사에 새로 연재하게 된 유명 작가 "고구수"의 최신작인 "전설 열전" 이라는 원고를 주말에 집에서 읽기 위해 가져가던 중 우연찮게 전차에서 정조시절 저잣거리에서 유명했던 무당이자 저주에 능했다는 한 여인에 대해 쓴 원고를 읽다가 그 여인의 설명에서 자신의 아내와 굉장히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또한 사실상 아내의 과거라던가 고향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던 것을 깨닫고 집에 도착한 뒤 아내에게 몇가지 물어보려 하지만 갑작스럽게 옆집 사는 일본인 "다구치"의 방문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만다.

큰 교제는 없었지만 제국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 때문에 몇번의 왕래가 있었던 다구치는 조선 총독부 식산과에 근무하는 관리로 얼마전 같이 살던 백부가 사망한 것 때문에 문상도 갔었던 터. 다구치는 자신의 친구라는 전직 의사 "배동천"과 함께 완두를 방문한 뒤 비밀스럽게 방문 목적을 털어놓는다. 방문 목적은 백부가 사실은 독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깊어져서 이문리 묘지에 매장된 백부의 묘를 몰래 파내는 일을 도와달라는 것. 물론 전직 의사 배동천이 시신을 검시하여 독살에 대한 확증을 얻으려는 것이었다. 독살에 대한 의심은 백부가 사망하던 날 우연찮게 백부의방 옆에서 라디오를 듣던 고용인 현씨어멈이 무당같이 보이는 행색의 여인이 독이 든 음료수를 전해주고 유령처럼 사라졌다고 말한 것과 실제로 독이 든 음료수잔이 백부의 방에서 발견된 것 때문이었다.

그다지 멀지 않지만 한밤중에 몰래, 소문이 나지 않게 빨리 파내기 위하여 다구치의 고용인인 현씨 어멈의 남편이기도 한 현씨 노인까지 4명의 일행은 곧바로 묘역에 도착하여 묘 발굴에 착수한다. 그러나... 발굴된 관에는 시체가 없었다! 다구치는 당시 상여꾼으로 직접 참여했었기에 시체가 확실히 매장때까지 관에 들어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시체가 없는 것에는 도리가 없는 상태. 어쩔 수 없이 일행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에는 다구치가 한밤중의 발굴을 숨기기 위해 여행보냈던 다구치의 아내와 여동생이 백부가 독살되었다는, 레이시치 경부가 보냈다는 의문의 전보를 받고 이미 돌아와 있는 상태.

다음날 여러가지 사건과 분위기 탓에 잠을 설친 이완두 앞에 다구치 백부의 고용 간호사와 다구치의 동생 오구리가 나타나고 뒤이어 실제 레이시치 경부 본인이 등장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