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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2

중국요리 백과사전 - 신디킴, 임선영 : 별점 2.5점

중국요리 백과사전 - 6점
신디킴.임선영 지음/상상출판

부제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진짜 중국 음식'으로, 중국요리의 정석이라고 하는 8대 요리 - 루차이 (산둥요리), 촨차이 (쓰촨요리), 웨차이 (광둥요리), 쑤차이 (장쑤요리), 저차이 (저장요리), 민차이 (푸젠요리), 샹차이 (후난요리), 후이차이 (후이저우요리) -와 기타 지역별으로 대 분류를 나눈 뒤, 각 분류별 주요 요리를 3~4페이지씩 할애하여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90개가 넘는 요리에 여러가지 기타 정보가 방대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각 요리별 소개는 말씀드린대로 3~4 페이지 분량에 불과해서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주로 그 맛과 유래에 대해 소개해 주고 있어서 불필요한 설명도 별로 없고요.
또 8대 요리에 대한 설명이 요리별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는게 눈에 뜨입니다. '루차이, 즉 산둥 요리의 핵심은 육수로 "군인의 창, 요리사의 탕"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쓰촨의 매운 맛은 화자오와 고추가 조화된 '마라'의 맛이며, 광둥 요리는 제철 음식과 식재료의 궁합을 중하게 생각한다. 장쑤 화이양 요리에서는 칼을 절묘하게 쓰는 요리가 많다. 저장 요리는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식입니다.

'딤섬'을 소개하며 그 종류 - 빠오, 자오, 까오, 펀, 퇀, 쑤 등 - 를 알려주는 것처럼 음식의 종류는 물론, 중국 4대 민물고기는 '황하의 잉어, 송강의 농어, 흥개호의 대백어, 송화강의 쏘가리'이며 저장 요리의 3대 보물은 '룽징차, 사오싱 황주, 진화햄'이라는 등 재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샤오롱빠오는 워낙에 존엄하기에 초간장에 적신 생강채를 만두에 가져가는게 원칙이라는 식문화 관련 내용 등 관련되어 소개되는 정보가 실로 깊고 범위 또한 넓으며, 처음 알게 된 내용도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배추의 탄생이 천여년 전 중국 장강 이남에서 즐겨 먹던 채소 숭차이가 북방에 전해졌는데, 추운 날씨에서 잘 자라지 않자 북방에서도 잘 자라는 순무 우징과 교배시킨게 유래라는 이야기 등이 그러합니다.
전세계에 퍼진 화교의 요리가 주로 푸젠과 광둥 요리인 이유도 그럴듯 했어요. 중원지역 한족들이 청나라의 침략 때문에 푸젠 지방으로 피난을 간 뒤, 난징조약으로 홍콩이 개방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간게 계기라고 하네요. 나가사키 짬뽕을 만들어 낸 천핑순도 푸젠 사람이었죠.

오래된 문헌과 자료에만 의지하는게 아니라 최신 정보에 기반한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쓰촨요리 푸치페이펜이 '2017 레스토랑 어워드'에서 올해의 애피타이저 상을 수상하였는데, 영문이름은 Mr and Mrs Smith였다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푸치는 부부, 페이펜은 허파라는 뜻인데 실제로는 허파가 아니라 여러가지 소 내장을 재료로 쓴다는군요. 데친 뒤 썰어낸 소 내장을 고추기름, 화자오, 깨, 참기름, 간장 등으로 양념하는 요리라는데 차가운 곱창볶음 비슷해 보입니다.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상세하지는 않지만 대략의 맛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수준의 레시피가 수록된 것도 마음에 듭니다. 불과 웍을 자유자재로 다루어야 하는 요리들이 많아서 집에서 해 먹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건 아쉽지만요. 이 중에서는 국내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레시피들이 인상적입니다. 대표적인게 궈바오러우에요. 우리나라에 알려진 '찹쌀 탕수육'이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찹쌀은 중요하지 않고, Double Cooked Pork Slices라는 영어 이름처럼 두 번 나누어 튀기는게 핵심이라는군요. 1차로 고기를 약불에 오래 튀겨 익히고, 2차로 센 불에 빠르게 퀴겨 색을 입히는게 비결이라나요.

이렇게 많은 요리가 소개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먹고 싶었던걸 한 가지 꼽으라면 당나귀 고기 화덕 빵 샌드위치인 뤼러우훠사오를 꼽겠습니다. '천상에는 용 고기, 지상에는 당나귀 고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는 당나귀 고기를 육식 중 최고로 꼽는다니 그 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죠. 고기를 12시간 정도 끓여내는 동안 맛을 살리기 위해 제가 질색하는 중국 향신료도 거의 쓰지 않는다니 왠지 제 입맛에 딱 맞을 것 같고요. 당 현종이 제위 전 허베이성 허지엔에 들어 이 음식을 먹고 갔다는 등 유서까지 깊으니 호기심이 무척 동합니다.

또 이미 접했었던 요리가 소개되는 것도 반가왔습니다. 유명하기 그지없는 동파육, 궁바오지딩, 마파두부, 샤오롱빠오, 훠궈, 탄탄멘 등이야 두 말 하면 잔소리일테고, 그 외에도 국내에서 체인점으로 접했던 '꺼우부리빠오주 (구불리 만두)', 남경 출장 때 접했었던 차가운 오리 요리 '옌수이야', 옛날 구로동 중국인 거리에서 처음 먹어보았던 맵디 매웠던 닭볶음 '라즈지' 등은 나름대로 추억도 떠오르고, 그 맛도 떠올라서 읽는 내내 무척이나 흐뭇했거든요.

그러나 단점도 여럿 눈에 뜨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별 요리를 대표하는 요리로 선정되어 소개되는 요리들이 무슨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겁니다. 단지 저자가 알고 있는 요리라서 소개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해당 지역 요리를 대표하는 요리인지를 알 수 있는 근거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요. 북경 오리는 물론 거지닭, 불도장, 빠바오판, 딤섬, 동파육, 띠산센, 마라롱샤, 마라탕, 마파두부 등 몇몇 요리들은 그 유명세가 익히 국내에도 알려져 소개가 납득이 되지 않는건 아니지만,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요리들은 왜 그게 대표 요리인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연길 냉면이 여기 수록될 정도의 중국요리라는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연길 냉면이 중국 10대 면 요리에 선정되었다는게 이유라면, 다른 10대 면 요리는 왜 다 소개하지 않는지 그 이유도 불명확하고요. 심지어 마카오 에그타르트가 소개되다니, 이건 정말이지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네요.

또 중국 발음과 중국어 한자를 그대로 쓴 표기 방식은 정말이지 최악입니다. 발음이야 그렇다쳐도 원래 이름을 간체가 아닌 일반 한자체로 표시해주었다면 그래도 그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지금으로서는 초보자 수준의 짐작에 그칠 뿐이라 답답했거든요. 레시피도 가지된장볶음 장체즈 항목에서처럼 '집에서 따라할 수 있다', '오늘 당장 해 먹어 볼 수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정확한 분량과 그 방법을 소개하지 않은 건 좀 짜증이 나더라고요. 실제로 소개 자체가 간단해 보여서 양념 분량만 정확하게 알려주었더라면 도전해 보았을텐데 말이죠. 그 밖에도, 대분류별로 분량이 일정치 않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도판도 좋고 내용도 재미있지만 자료적 가치는 상대적으로 조금 부족해 보여서 감점합니다. 재판이 나온다면 분류와 요리 선정에 있어서 학술적인 근거가 좀 더 뒷받침된다면 좋겠습니다.

2019/11/03

종횡무진 밥상견문록 - 윤덕노 : 별점 2.5점

종횡무진 밥상견문록 - 6점
윤덕노 지음/깊은나무

음식 관련 저서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다작가인 윤덕노의 2017년 발표작입니다. 전작들은 특정 요리, 음식에 대해 탐구하는 내용이 많았었는데, 이 책은 부제인 "같은 재료 다른 요리 한중일 음식 문화사" 처럼 특정 재료나 요리가 '한중일' 3개국에서 어떻게 다르게 조리해서 먹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고찰하여 설명해준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모두 여섯 개의 파트, 28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이야기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전복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중일 3개국 모두에서 최고의 귀한 재료로 인정받은 거의 유일한 재료라고 하네요. 중국에서는 조조의 셋째 아들 조식이 아버지를 위해 전복 200개를 얻었다고 자랑하는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가격이 어마어마하고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조선에서도 영조를 비롯하여 세종과 문종 등 왕들의 수라 단골 손님이었고요. 일본에서는 행운의 상징으로 쓰일 만큼 귀한 음식이었다는군요. 전쟁을 떠나는 무사들이 신에게 바치는 세 가지 음식 - 얇게 편 전복, 말린 밤, 다시마 - 일 정도로 말이지요. 

밥을 지을 때 생길 수 밖에 없는 누룽지 역시 한중일 3개국에서 흔히 먹은 식재료입니다. 이 중 한국의 숭늉은 소화제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고 하네요. 숭늉이라는 말이 한자어 숙냉 (熟冷)에서 비롯되었다는건 처음 알았고요. 이렇게 한국에서는 일종의 부산물로 생각하고 음식 재료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반면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누룽지탕'이라는 요리로 발전하였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처럼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주로 과자 재료로 활용했습니다. 중국인들의 요리에 대한 집념이 새삼 느껴집니다.

조기는 한국과 중국에서는 자주 먹는 생선입니다. 중국에서는 '황어'라고 부르는데 황금이 들어온다는 의미가 되어서 맛 이외에도 행운을 바라는 전통적인 재료로 많이 쓰인다네요. 하지만 일본에서는 어묵 재료로나 쓰는 잡어라니 좀 신기합니다. 온갖 해산물에 대해 최고의 맛을 끌어내도록 처리하여 만든다는 '에도마에' 전통이 왜 조기에는 해당되지 않았을지 의문이에요.

그 외에 가지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귀한 채소로 취급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유는 중국과 일본과는 다르게 신라시대부터 재배해서 풍부했던 탓이라는 설도 기억에 남습니다. 보통 외래종 산물은 중국을 통해 전해지는게 일반적인데 인도에서 신라로 바로 전해진 뒤, 다시 중국으로 이동했을 거라는 설을 다양한 사료로 증명하고 있거든요.

재료들 관련 이야기말고 조리된 음식을 가지고 풀어내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점심과 딤섬과 같은 식문화 자체를 다룬 이야기도 있고요. 이 중 송편과 월병, 츠키미당고의 관계가 재미있었습니다. 추석, 즉 보름을 기념하는 음식답게 월병과 츠키미당고는 모두 동그랗고 이름에도 달이 들어가는데 송편만 이질적이지요. 둥그렇지도 않고 이름도 소나무를 의미하니까요. 이건 송편은 추석 고유의 명절 음식이 아니었다는걸 의미한답니다. 또 솔잎으로 찌는 이유는 향 때문이 아니라 보관성을 높이기 때문이라네요.

합격을 기원하며 선물하는 엿, 찹쌀떡 이야기에서 이런 습관의 유래는 당나라부터였다는 설도 인상적입니다. 과거 제도는 수나라 때 부터 있었으니 그 이후부터 이런 전통이 생겼을 것이며 당나라 때로 확인된다는 거지요. 당시 합격 기원 음식은 돼지족발이었다고 하고요. 이유는 장원급제한 사람을 알리는 대자보는 붉은 글씨로 제목을 써서 주제 (朱題)라고 했는데 중국어 발음으로는 '쭈티'입니다. 그런데 이게 돼지족발 발음과 같다는군요. 재미있죠? 그러나 중국에서도 지금은 찹쌀떡의 일종인 장원떡을 먹는다는군요. 합격죽도 먹는다고 하는데 이는 "맛의 달인"에도 소개된 적이 있었지요.

그러나 약간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다른 글에서 많이 본 이야기가 더러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 스스로도 이런 류의 책을 열 권이 넘게 썼으니 오죽하겠습니까... 짜장면이나 다꾸앙, 스키야키와 승기악탕 등의 이야기는 그만큼 많이 보아왔던 내용들이에요.
3개국은 무리였는지 한일, 한중과의 관계만 쓰여있는 소재들도 더러 있습니다. 신선로와 스키야키, 어묵과 오뎅, 한국식 짜장면과 중국의 짜장면이 그러합니다. 어쩔 수는 없겠지만 약간은 반칙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드네요. 이럴 바에야 주제를 줄여서 더 깊게 접근하는게 좋았을 겁니다. '누룽지'는 자포니카 종으로 밥을 하는 나라에서만 생기는 부산물이니 만큼, 그런 쌀로 밥을 만들게 된 이유라던가 전파 경로 등을 함께 알려주는 식으로 말이죠. 그게 더 깊이있는 이야기였을 겁니다.

또 무리수를 둔 이야기도 제법 됩니다. 대표적인건 아귀가 우리나라, 중국과 다르게 일본에서는 나름 고급 음식 재료로 꼽힌 이유입니다. 적당히, 많이 잡혔기 때문이라는 이론인데, 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잖아요? 차라리 많이 잡히지 않아서 귀하게 대접받았다면 모를까,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윤덕노의 다른 저작들처럼 부족한 도판, 그리고 왠지 모르게 조금 읽기 힘들었다는 것도 감점 요소이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재미와 함께 나름 현학적인 욕심도 만족시키는 괜찮은 독서였다 생각됩니다. 한중일 요리 문화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겠네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4/07/24

2024년 7월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중식당 남풍 코스

신라 호텔에서 코스를 즐겼던게 엊그제같은데, 다시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할 일이 생겼네요. 이번에는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부산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부산은 잘 모르지만, 부산 어르신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식당이 파라다이스 호텔 중식당 남풍이라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약 후 지난 일요일 점심에 코스 요리를 즐겼습니다.
저희 가족이 고른건 Steve Jun 코스였습니다. 디저트까지 모두 8개의 요리와 식사가 이어지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Steve Jun 스페셜 냉채 :
랍스터 회, 찐 전복, 해파리 냉채, 멘보샤(?), 닭 조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료도 좋지만 회부터 튀김, 조림까지 다양한 구성에 간도 적당하여 맛있게 먹었습니다.

2. 남풍 시그니처 딤섬 3종 : 
하가우, 샤오마이, 구채하 3종. 새우와 부추가 섞인 구채하가 제일 좋았습니다. 다른 2종은 비교적 흔하게 먹을 수 있기도 하니까요.
3. 최고급 통 상어지느러미 찜 :
크기로 압도하네요. 4년 전 신라호텔에서 먹은 것 보다 소스가 훨씬 묵직하고 진한데, 크기가 커서 그런지 잘 어울렸습니다. 고급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전해 주고요.
4. 남풍 서해산 어자 해삼 활전복 :
'어자'는 소스 이름인 듯 합니다. 재료가 좋아서 맛있게 먹었지만, 간은 다소 심심했습니다. 조금 더 짭짤한게 좋았습니다. 
5. 북경 오리 1마리 :
셰프님이 직접 와서 손질해 주시고 말아주셨지만, 가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배가 부르기 시작해서 양이 적고 조금 자극적인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극히 평범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북경 오리를 뺀 조금 더 저렴한 코스를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홍삼 고법 불도장 :
불도장은 제가 좋아하는 요리입니다. 맛있었습니다. 재료도 좋았고요. 하지만 역시 뭔가 좀 심심하다는게 아쉬웠어요.
그리고 식사로는 랍스터 짬뽕, 마지막으로 다과로 구성된 디저트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식사와 디저트는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두 개 모두 별로였습니다. 랍스터 짬뽕은 랍스터는 질겼고 간도 애매했으며, 디저트도 가격에 걸맞는 퀄리티로 여겨지지는 않은 탓입니다. 

신라 호텔과 비교해본다면, 신라 호텔 쪽이 압승입니다. 맛이 없는건 아닌데, 남풍의 간이 전반적으로 제 입맛과는 잘 맞지 않았던 탓이 큽니다. 많이 심심했는데, 이런 간이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가족과 함께 한 좋은 식사였기에 만족합니다. 서비스도 좋았고요. 다름에 방문하게 된다면, 맛있게 즐겼던 요리 단품으로 몇 가지 시킬 생각입니다.

2017/04/28

음식의 군사 1~3 - 쿠스미 마사유키 : 별점 2점

[고화질] 음식의 군사 03 - 4점 Masayuki Izumi/서울문화사

구루메 만화가 붐이 된 지도 꽤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구루메 만화들 속에서 "고독한 미식가" 등으로 자신만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쿠스미 마사유키의 신작입니다. 사실 일본에서 연재가 시작된 것은 2011년이니 신작이라고 하기는 좀 민밍하지만, 국내에는 얼마 전에나 출간된 따끈따끈한 작품이지요. e-book으로만 출간되어 있는데, 알라딘에서 구입해 읽었습니다.

내용은 무척 단순합니다. '혼고'라는 바바리 코트에 중절모를 걸친 남자가 맛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먹는게 전부거든요. 이런 기본 설정은 유래없는 대 인기작 "고독한 미식가"와 별로 다를게 없습니다.
그러나 혼고가 리키이시에게 갖는 쓸데없는 경쟁 의식을 중심으로 '코미디' 터치가 강하다는 점, 일상 이야기는 쏙 빼고 음식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리키이시라는 라이벌을 등장시켜 대결 구도를 보인다는 점에 더해 혼고의 머리 속에 '제갈공명'이 있어서 음식을 먹는 방법에 대해 지휘를 한다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결합되어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건 첫 번째 에피소드인 "오뎅의 군사"입니다. 오뎅 가게에서 처음으로 리키이시를 만난 혼고는 그가 라이벌임을 직감하고, 리키이시가 주문한 무, 우엉 오뎅에 대항하여 자신만의 오뎅 진을 펼쳐 공방을 펼친다는 전개를 보여주거든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비오는 날에는 파전에 막걸리"라는 전통적인 병법에 대항하여 "비 오는 날에는 소주에 어묵탕이지!"라면서 풀어나가는 식인 셈이지요. 이 에피소드 만큼은 작품의 모든 특징이 잘 어우러진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구입한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요.

그러나 '군사'가 등장하여 맛있는 음식을 먹는 방법을 병법처럼 푼다는 아이디어는 이후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면서도 음식과 잘 접목되고, 또 그것을 대결 구도로 만드는게 굉장히 힘들다는건 당연합니다. 이 아이디어가 빠져도 1권은 나름 괜찮은 이야기가 많기도 하고요. 모츠야키 가게는 신선한 재미가 있었고, 초밥집에서의 이야기도 괜찮았어요. 초밥 먹는 방법이 여러가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돈가스 한 개로 즐기는 풀코스 - 레몬 더하기 소금으로 한 점, 우스터 소스로 한 점, 간장 겨자, 소금 겨자, 소스 겨자, 간장, 마지막은 우스터에 재워둔 한 점과 흰 밥 - 역시 아주 그럴듯했습니다. 딤섬 도시락을 먹는 이야기도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2권은 최악입니다. '군사' 설정은 뒷전이고, 혼고가 지방 맛집을 전전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이야기의 전부인 탓입니다. 지방을 돌아다녀서 라이벌 리키이시조차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스스로의 차별화 요소까지 걷어찬 최악의 전개를 보여줍니다.
그나마 3권은 조금 회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첫 번째 에피소드만큼은 못해요. 간혹 등장하는 '간장의 마술사' 이야기는 도대체 왜 나오는지도 모르겠고요. 너무 뜬금없을 뿐더러 재미도 없거든요. 간장 찬양만 하는 만화라 간장 회사 광고같은데, 돈 내고 광고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에요.
아울러 번역, 전개도 이상한 부분이 꽤 됩니다. 특히 몇몇 이야기는 중간에 페이지가 누락된 느낌입니다. 지금 보니 저자도 Masayuki Izumi라고 되어 있네요. 나 원 참.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1권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추천해드리기는 힘듭니다. 길게 끌고 갈 수 없다는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작품이에요. TV 드라마화 까지 된 것으로 볼 때 아주 인기가 없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계속 봐야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덧붙이자면, "라면이란 무엇인가"의 운치쿠 유조처럼 혼고는 검은색 정장 위에 '트렌치 코트'와 '중절모'를 걸친 한결같은 패션으로 등장하는데 무언가의 패러디인걸까요? 미디어 팩토리 학습만화 고유의 캐릭터인 운치쿠 유조를 따라한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