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3/04/06

당분간 쉽니다.

이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것이 2003년이니 10년 차네요.

지난 10년 동안 블로그는 제 인생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기에 별거 아닌 추리소설 리뷰가 대부분이지만 나름 열심히 운영했었습니다. 비록 조회수는 백만도 안 되고 일일 방문자 수는 겨우 세 자릿수를 유지하는 마이너 중의 마이너 블로그이지만요. 덕분에 여러분의 좋은 이웃들도 만나 인연을 맺게 되는 등의 기쁨도 누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블로그라는 형태의 개인 기록에 대해 재고해 봐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글루스라는 서비스의 미래와도 함께 말이죠. 구글조차 RSS 리더 서비스를 접는 작금의 현실 때문입니다. 블로그라는 존재가 점점 SNS의 발달에 따른 인스턴트한 정보에 익숙해진 사용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거든요. 아울러 이러한 형태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주신 것에 대해서는 이글루스 측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고 있으나, 제대로 된 백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천여 편이 넘는 글을 작성한 사용자로서 불안감을 감추기 어려운 점도 존재하고요.

때문에 4월 한 달 동안은 블로그 활동을 중지하고 앞으로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까 합니다. 제 개인적인 인생의 목표, 즉 추리소설 1000편 읽기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의 기록을 현재와 같이 남기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 숙고해 볼 때가 된 듯 합니다.

깊게 생각해보고 결정한 뒤 내용을 글로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이웃분들의 고견을 경청하고 싶으니 혹 의견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2013/03/30

고종, 캐딜락을 타다 - 전영선 : 별점 2.5점

고종, 캐딜락을 타다 - 6점
전영선 지음/인물과사상사

전영선씨의 한국 자동차 역사를 다룬 미시사 서적. 이 땅에 자동차가 처음 들어온 이후 이 책이 쓰여진 시점까지를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있었던 자동차 관련 에피소드가 가장 관심이 있었던 부분이었는데, 여러 사료를 통해 수집된 에피소드들이 다채롭게 소개되고 있어서 기대에 값합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관련 최초의 기록들 - 최초의 다꾸시, 최초의 여성 운전수, 최초의 여차장, 최초의 운수회사, 최초의 교통법규, 최초의 자동차 전용도로, 최초의 카라디오 등등 - 이 있습니다. 또 자동차 관련 인물들 소개도 확실한데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성공한 여성 운전수라는 이종옥씨와 조선인 자동차 판매왕 서용기씨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도판들도 마음에 들었고요.

이후 해방, 6.25에 뒤이은 시발 자동차부터의 한국 자동차 공업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부분도 관심 영역 밖이기는 하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시발 자동차와 함께하며 "엔진"을 만들었다는 엔진 기술자 함경도 아바이 김영삼씨에 대한 내용과 국내 최초로 차량 (버스)을 수출한 버스왕 하동환씨, 기아산업의 창업자 김철호씨 등 산업 초창기 인물들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왔습니다. "청설모의 자동차 카툰"에서 접한 내용도 있지만 훨씬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나 각 에피소드별로 상황극처럼 대화를 통해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색할뿐더러 와닿지도 않아서 좀 뺐으면 싶었어요. 다큐를 보고 싶은데 "신기한 TV 서프라이즈"를 보는 느낌이더라고요. 왠지 모르게 책이 정리가 잘 안 되어 보인다는 것도 조금 단점이라 생각하고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자료적 가치가 높고, 가볍게 읽기에 적합한 미시사 서적입니다. 한국 자동차 역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13/03/26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 히가시가와 도쿠야 / 현정수 : 별점 2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 4점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요새 한창 인기인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 작품. 전작에 뒤이은 시리즈 2탄입니다.

만화 같은 인물들이 가득하지만, 정통 추리 단편집입니다. 그럴듯한 트릭에 더해 호쇼 레이코가 모든 수사를 끝내고 단서를 가게야마에게 이야기하면, 가게야마가 답을 낸다는 전개의 전통적인 안락의자 탐정물이거든요. 독자와의 승부도 공정하고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아하는 장르라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체 덕분에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장점도 큽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첫 번째로 앞서 말했듯 인물들의 설정이 너무 과하다는 점입니다. 대재벌 호쇼 가문의 따님이 주인공이고, 그의 상사는 자동차 회사 가자마쓰리 모터스의 도련님이라? 거기에 아가씨를 쥐락펴락하는 독설 집사 캐릭터? 만화에서나 봄직한 설정이지요. "부호형사"의 경우는 주인공이 형사로 일하는 이유라도 있지만, 이 작품에는 그런 것 하나 없어서 설정의 설득력도 전무합니다. 전편에서는 나름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두 번째 작품이 되다 보니 식상해서 영 별로였습니다.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요.

두 번째는 작품들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모든 추리 단편집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겠지만, 이 책의 경우는 평작 정도 수준의 작품과 평작도 안 되는, 졸작들이 섞여 있다는게 문제입니다. 한, 두 편 정도는 아주 좋은, 별점 3점 이상의 작품들이 있어야 어느 정도 균형이 맞았을텐데, 이래서야 완성도는 저열해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전체 평점은 2점 정도밖에는 안될 것 같습니다. 트릭은 괜찮은 것이 있고, 읽는 재미는 있는 만큼 추리 소설 초심자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 보셔도 괜찮겠지만, 수준이 높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알리바이 트릭물인데 트릭 자체는 대단치 않습니다. 그래도 나름 기발한 상황에 대한 해석에 더해, 범인의 대사에서 뽑아낸 상황을 중요 단서로 삼는다는 점은 괜찮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사건성을 주는 것도 좋았고요. 평작 수준은 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피해자 옷장에서 왜 모자가 없어졌을까?에 대한 수수께끼 풀이가 펼쳐집니다. 그러나 범인이 사용한 모자만 챙기고 남아있던 모자 아무거나 선반에 올려놓는 게 더 상식적이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모자를 사용한 용도도 솔직히 이해하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한쪽 눈으로 운전하는 게 그렇게나 큰 문제였을까 싶기도 하고요. 

트릭을 위해 존재하는 작위적인 이야기이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새로운 캐릭터인 모자 가게 아가씨가 통통 튀는 매력을 선보이는 점 하나만 볼만했어요. 

세 번째 이야기

의도된 트릭이 아니고 우연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건적인 측면의 재미는 덜합니다. 

그래도 알렉산드라이트의 특성을 이용한다는 단순한 소재 이용 트릭은 아니고,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부각시키는 일종의 심리 트릭을 추가한건 좋았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그냥저냥한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네 번째 이야기

눈 덮인 현장에서 탈출하는 방식에 대해 꽤 괜찮은 트릭이 선보입니다. 누군가의 눈에 띄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현실적인 요소가 배제되어 있어서 추리퀴즈 같은 느낌도 들지만, 아이디어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건 현장과 주요 용의자에 대한 설명만 듣고 범인을 좁혀가는 가게야마의 소거법도 볼만했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

왜 피해자의 머리카락이 잘려있는지에 대한 의문 자체는 좋은 소재였습니다.

문제는 영 별로인 결말입니다. 머리카락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요. 동기, 트릭, 전개 등등 모든 면에서 수준 이하이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

"경성탐정록"에 써먹으려 했던 트릭이 비스무레하게 등장해서 조금 신경이 쓰였습니다. (물론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요) 허나 일제강점기가 아니라 21세기에 경찰 수사력으로 밝혀내지 못할 이유가 없었을 트릭이라는 점에서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군요.

게다가 상황 자체가 넌센스에요. 여자를 끌어들여 불륜 밀회를 하기 위한 비밀의 방을 만든다는 게 말이나 될까요? 그냥 밖으로 나가는 비상구 정도로만 만들어서 여자 집에 가서 즐기면 충분했을 텐데 말이죠. 가게야마의 추리는 여전히 볼만하나 그 외에는 건질 게 없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