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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5

흥분 - 딕 프랜시스 / 김병걸 : 별점 3점

흥분 - 6점
딕 프랜시스 지음, 김병걸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신의 목장을 운영하는 다니엘 로크는 영국 경마 위원회 3인방의 하나인 옥토버 백작의 의뢰를 받았다. 의뢰 내용은 마부로 위장하여 잠입한 뒤, 부정이 의심되는 경마 사기 사건을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경마와 경마장 관련 사건 전문 작가 딕 프란시스의 대표 장편. 주간문춘 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리스트를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이고, 국내 출간된 모든 작품을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왜 빼먹었는지 모르겠군요.

일단 제가 읽었던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게 주인공의 활약이 스파이 소설 같다는게 특이했습니다. 책 뒤의 해설에서 언급된 대로 007 스타일이랄까요?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적대적인 세력에 고용되어 비밀을 파헤친다는 기둥 줄거리에 더하여 변장 및 위장, 주인공의 특기(말에 대한 전문 지식 및 던지기(?))가 중요하게 쓰인다는 점에서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일종의 경마 사기의 진상을 밝혀내는 내용이라서 국제적인 음모를 다루는 정통 스파이 소설들보다는 스케일이 작은 편이지만, 이는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흔하지 않은 소재를 작가의 전문 지식으로 잘 묘사하여 강한 설득력을 보여주는 덕이 큽니다. 정말이지 이 책의 마굿간과 마부에 대한 묘사는, 달리 경쟁작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엄청납니다.

또 핵심 트릭인 경마 사기 사건의 트릭과 그것을 밝혀나가는 로크의 수사도 아주 그럴싸하게 묘사됩니다. 부정이 의심되는, 그러나 아무런 공통점도 없었던 11마리 말의 공통점을 경기장, 잠시라도 소유했던 소유자 등으로 좁혀 나가고, 약물이 아닌 조건반사를 이용한 트릭이라는 것을 개피리라는 소품으로 알아내는 모든 과정이 굉장히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추리적인 만족도도 괜찮은 편이에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주인공 다니엘 로크의 설정이 가장 거슬립니다. 등장하는 여성들이 모두 반한다는 매력적인 외모는 불필요한 설정이었어요. 여자들이 반해서 로크의 수사에 방해만 일으킬 뿐이라, 평범한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만들려는 작위적인 장치에 지나지 않아 보였던 탓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격투도 드라마틱하지만 작위적인 느낌이 너무 강합니다. 로크가 보고서를 제출한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끝난 상황인데, 헨버 일당이 사건을 키울 이유는 없으니까요. 이러한 부분은 좀 B급스러웠습니다.

그래도 결론 내리자면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헐리우드 모험 영화 같은 흥미진진함이 읽는 내내 유지되는 흔치 않은 결과물이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다니엘 로크가 영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정보원 역할을 수락하면서 끝나는데,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는 것인지 조금 궁금해지는군요.

2013/02/24

전쟁으로 보는 삼국지 - 김성남 : 별점 3점

전쟁으로 보는 삼국지 - 6점
김성남 지음, 이용규 그림/수막새

우리가 익히 아는 삼국지를 등장하는 주요 전투 중심으로 서술한 책입니다. 그야말로 삼국지라는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를 모두 망라해 놓았습니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다른 삼국지 관련 유사 도서와 별다를 게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으나, 실제 역사, 특히 전사(戰史) 개념으로 접근했다는 큰 차이점을 보입니다. 전투의 배경 및 각 세력의 주요 병력과 작전은 물론이고, 실제 전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풀컬러로 된 간략한 흐름도와 함께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전투 이후에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는지까지 알려주고 있는 덕분입니다.

또 당연하겠지만 연의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사도 많이 참고한다는 점, 연의의 세계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캐릭터의 설정이나 허구에 가까운 일기토는 극단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점도 좋았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자료 도판과 실제 해당 지역의 현재 모습을 사진으로 실어주는 등의 배려도 마음에 든 부분입니다. 한국 작가가 쓴 책답게 고구려의 역할을 언급한 양평 전투가 포함된 것도 좋았고요.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책보다는 영상 다큐멘터리에 더 어울리는 콘텐츠로 였다는 점입니다. 제가 돈을 나중에 많이 벌면 영상화하고 싶을 정도로요. 전투의 흐름도는 애니메이션 효과와 함께 실제 지도와 잘 매핑했더라면 이해를 훨씬 더 도와줄 수 있었을 테고, 연의 - 정사 - 기타 역사를 오가는 전개 역시 교차 편집을 활용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결론 내리자면 추천작. 소설이나 만화에서 한두 명의 무장에 의존한 것으로 묘사된 전투들이 실제 어떠했는지 그야말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책으로, 차별화된 재미와 함께 지식까지 전달해 줍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삼국지 팬이라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2013/02/22

블랙잭 창작비화 1~2 : 별점 3점

"이 만화가 대단해! 2012 남성편"에서 1위를 하여 유명해진 작품. 형이 구입했는데 설 연휴를 기회로 얻어 읽게 되었네요. 리뷰가 좀 늦었습니다.

데즈카 오사무의 창작 활동에서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다큐같이 소개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제목과는 조금 다르게 "블랙잭"은 회사의 도산과 슬럼프라는 인생 최악의 시기를 극복하는 상징물에 가깝습니다. 이야기 내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도저히 실재했던 이야기라 믿어지지 않는 황당한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대부분이 작업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 가혹한 창작 활동에 대한 것이라 논픽션이 아니라 개그 만화가 연상될 정도였어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호에로 펜" 같았달까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아무데서나 사도 되는 컵라면을 다른 곳에서 사오라고 시켰던 데즈카 오사무의 기행, 그리고 이른바 "데즈카반"이라 불리며 작가 옆에서 상주했던 각 잡지별 데즈카 오사무 담당 편집자들을 다룬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를 좀 놔두라고 부탁해서 한 편집자가 마감만 지켜주면 된다고 하고, 데즈카도 그의 마감을 최우선으로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3회 연속 마감을 지키지 못해 편집자가 짤렸다는...., 그리고 데즈카는 다른 편집자들에게 너희들이 자기들 원고만 챙겨서 그가 짤리게 되었다고 역정을 내었다고 하네요.

그 외에도 나가이 고, 마츠모토 레이지 등 당대 거장들의 인터뷰와 증언도 재미있게 읽었고요.

오래된 극화풍으로 살짝 촌티가 나기까지 하는 그림은 취향을 좀 탈 것 같기는 하나, 위와 같은 에피소드들이 가득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지론 중 하나가 "만화가가 주인공인 만화는 다 재미있다"라는 것인데 이 작품 역시 그러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