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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7

샤프를 창조한 사나이 - 히라노 다카아키 / 박영진 : 별점 1점

샤프를 창조한 사나이 - 2점
히라노 다카아키 지음, 박영진 옮김/굿모닝북스

일본 샤프의 창업자이자 "샤프 펜슬"을 발명한 하야카와 도쿠지의 일대기.

빈민촌 혼죠 후카가와에서 자라며 가혹한 새어머니의 학대에 시달린 유년 시절, 소학교 중퇴 후 시작한 도제생활, 스승의 사업 실패 후 야시장 장사까지 해 가며 보은, 독립의 시작이 된 특허 상품 벨트 버클 도쿠비죠 개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친가족과 재회, 최초의 샤프 펜슬 탄생, 성공의 와중에 닥친 관동대지진으로 전 가족을 잃은 일, 이후 라디오로 재기 성공.... 등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집니다.

그러나 흔해 빠진 용비어천가식 미담에 불과합니다. 당대 인물들 중 고생 안 해본 사람은 없을 터라 고생담이 딱히 와닿지도 않지만, 뛰어난 장인으로 기술에 특화된 인물이라는 점도 특별함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당시 일본 기업가들 대부분이 마찬가지였을테니까요. 이야기 중 친구이자 라이벌이라고 소개된 마쓰시타 고노스케 역시 마찬가지잖아요? 소니의 이부키 마사루도 그렇고.

지진으로 모든 가족을 잃은 상처가 있다길래 순애보 같은 개인사를 기대하기도 했는데, 내연의 처와 평생을 함께 했으며 정작 하나 뿐인 딸은 또 다른 애인이 낳았다는 시마 과장스러운 가족사도 역시나 싶더군요.

그나마 조금 특이한 것은 바보스러울 만큼 착했다는 점인데, 기업가로서의 성공에는 발목을 잡을 뻔한 일이 많은 만큼 본받을 일은 전혀 아니더라고요. 뭐, 이러한 일화도 굉장히 과장되었을 것이라 생각되긴 하지만요.

어쨌거나 샤프 자체가 무너져버린 지금 읽기에 적합한 책은 아니며, 딱히 남는 것도 없는 전형적인 1세대 기업가 성공담이었습니다. 회사에 굴러다니기에 읽었지만, 이런 케케묵은 성공담보다는 차라리 "소니 침몰"처럼 샤프의 몰락을 다룬 책이 더 재미있고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2012/10/23

야수는 죽어야 한다 - 오오야부 하루히코 : 별점 1.5점

야수는 죽어야 한다 - 4점
오오야부 하루히코/고려원(고려원미디어)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다테 구니히코는 해방 후 온갖 고초를 겪으며 일본으로 귀항했다. 성장하면서 성공, 그리고 돈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갖게 된 다테가 가장 빠른 성공을 위해 택한 것은 "범죄"였다...

오오야부 하루히코의 전설적인 데뷔작. 다테 구니히코라는 희대의 안티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한 하드보일드 활극입니다. 그야말로 일세를 풍미한 당대 대히트작이기도 하죠. 대학교 입학금 강탈이 필생의 목표로 그려지는 100여 페이지 분량의 1부와 아버지, 여동생의 원수인 게이큐 재벌의 총수 야지마 가문에게 복수하는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당대에는 참신했을 테고 다양한 장르물에 영향을 끼쳤을지는 모르나, 무려 60여 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별달리 새로울 것 없는 흔해빠진 안티히어로 액션 모험물일 뿐이라 실망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일단 설정부터가 오버스러워요. 키 180cm에 복싱으로 다져진 몸매, 뛰어난 사격 실력과 운전 실력, 수려한 외모, 하버드 유학 경험까지 있는 영문학자라는 설정을 갖춘 내추럴 본 킬러 다테 구니히코라는 캐릭터는 남성 판타지의 이상형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만화적인, 현실성 제로의 인물이죠. "아이거 빙벽"의 조너던 헴록은 이놈에 비하면 옆집 아저씨 수준이에요.

범행들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현실성 측면에서는 1부가 조금 낫기는 합니다. 대학교 입학금 강탈 작전은 1,600만 엔 정도로 끝나서 그러려니 할 수 있으니까요. 허나 2부에서의 은행 습격 시 강탈한 돈은 무려 87억 엔으로 묘사되는 등 스케일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라 뭐라 언급하기도 난감하네요. 이 정도면 거의 국가 전복, 쿠데타 수준이 아닐까요?

캐릭터의 강한 마초적 매력과 함께 디테일한 총기류와 범행에 대한 묘사, 빠른 전개로 독자를 사로잡는 재미는 충분하나, 설득력 측면에서는 빵점에 가까운 전형적인 펄프 픽션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 당대 독자에게 어필했으리라 짐작되는 부분이 일부 있기는 하나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았다는 것이 정답인 듯합니다. 그래도 마쓰다 유사쿠 주연의 80년도 영화 작품은 한 번 보고 싶네요.

2012/10/21

범인 없는 살인의 밤 - 히가시노 게이고 / 윤성원 : 별점 2점

범인 없는 살인의 밤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신참자"를 읽고 난 뒤 충동적으로 연이어 읽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 전부 7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정통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인간 심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신참자"보다는 확실히 별로였습니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제에 걸맞는 이야기들로 섬찟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반전들은 괜찮은 편입니다. 허나 반전을 위해 작위적인 설정들이 개입된 이야기가 많다는 점, 그리고 추리적으로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물론 여섯 번째 작품인 "굿바이 코치",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 표제작 "범인 없는 살인의 밤"만큼은 괜찮은 트릭에 결말까지 설득력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역시나 작가의 이름값을 느끼게 해 주지요. 하지만 그 외의 작품들은 사소한 감정이나 오해 등에서 촉발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지 정교하거나 디테일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동기도 과장된 것들이 많고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읽는 재미는 있지만 작가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평범한 수준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보다 정교한 추리물이었거나 아니면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한 "기묘한 맛" 류의 단편이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결과물 이었습니다.

수록작별 간단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작은 고의에 관한 이야기"

친구 다쓰야의 자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 고등학생에 어울리는 수사 과정의 현실성이 돋보이고 진상도 깔끔하나, 우연이 많이 개입된 상황 + 설득력 떨어지는 동기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어둠 속의 두 사람"

제자 하기와라 신지의 동생 살해 사건에 대해 알아가다가 놀라운 진상을 깨닫게 되는 중학교 교사 히로미의 이야기.

전개도 그럴듯하고 반전도 충격적이면서 설득력 있는데 문제는 과연 범인이 범행을 그렇게 저지를 수 있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죽일 이유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춤추는 아이"

매주 수요일 밤 리듬체조를 연습하는 소녀에게 푹 빠진 제자를 위해, 소녀에 대해 조사에 나선 가정교사 구로다의 이야기.

시작은 순수했지만 결말이 비극적이라는 점에서 단편집 주제에 가장 잘 맞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 가까운 평범한 내용으로, 추리적으로는 언급할 만한 것은 전혀 없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약간의 일상계 분위기만 내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어쨌건 추리소설은 아니었습니다.

"끝없는 밤"

오사카로 혼자 부임한 남편이 살해된 것을 알게 된 주부 아쓰코의 이야기.

인간적이면서도 관찰력 좋은 형사 반바의 캐릭터는 마음에 들지만, 처음에 남편 시체가 놓여진 상태를 공정하게 알려주지 않는 등 추리적으로는 역시나 언급할 만한 점이 별로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쓰코의 심리 묘사 정도만 볼 만했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하얀 흉기"

A 식품회사 자재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의 진상에 대한 이야기.

범인을 초반부터 드러낸다는 점이 독특했으며, 첫 번째 사건의 트릭도 괜찮았으며 무엇보다도 동기가 확 와닿아서 마음에 듭니다. 저도 담배를 끊어야 할 텐데 말이죠... 

하지만 딱 한 가지, 범인이 정신이상이었다는 결말은 섬찟하기는 하나 너무 쉽게 풀어낸 느낌이에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굿바이 코치"

양궁부 제자 모치즈키의 자살과 그녀의 유서인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밝혀지는 진상을 그린 이야기.

범인인 코치의 트릭은 우연이 동반된 결과물이기는 하나 꽤 기발합니다. 문제는 모치즈키 나오미가 코치를 함정에 빠트릴 계획이었다면 아예 테이프 자체를 바꿔치기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구태여 처음 테이프의 상황과 동일하게 꾸며가면서 약간의 단서만 남기는 식으로 갈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아예 통째로 바꿔치기하거나 파기해서 궁지에 빠트리는 것이 더 효과적인 복수였을테니까요. 

트릭 말고는 별로 건질 게 없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유명 건축가 키시다 저택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살인 사건을 시점을 바꿔 가면서 전개하는 작품입니다. 시점을 바꾸는 점에서 트릭이 살짝 엿보였는데(서술 트릭이겠거니... 싶었죠) 진상은 제 예상보다도 더 복잡하게 꼬아놓았더군요. 경찰의 수사 과정도 상당히 돋보였고요.

그러나 트릭의 설득력은 그다지 높지 않고 작위적 설정이 지나쳐서 트릭을 위해 만든 것 같은 느낌입니다. 누가 봐도 같은 이름의 여자 가정교사가 있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텐데, 사소한 부분에서 신경을 좀 덜 쓴 것 같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