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카펫은 멀쩡한데 왜 발자국만 불에 탔을까
좀 오래된 중앙일보 기사인데 무척 재미있네요.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을 남길까 해서 포스팅합니다.
세가지 사건 이야기가 나오는데, 첫번째 룸살롱 화재사건은 화재 원인을 찾지 못하던 중에 국과수 과장이 불이 옮겨 붙지 않은 지하 1층에서 붉은 카펫 위에 검은 발자국을 본 것이 사건의 해결을 가져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검은 발자국은 사실은 신발에 묻은 무언가가 찍힌 것이 아니라 발자국 모양으로 검게 탄 형상이었기 때문에 "이럴 가능성은 단 하나. 누군가 휘발유가 묻은 신을 신고 카펫 위를 걸었고, 아래층에 불이 나 위층 바닥이 뜨거워지자 휘발유 묻은 부분만 탄 것이었죠." 라는 것 되겠습니다.
실제 CSI에 등장할 법한 멋진 이야기 아닌가 싶어요.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으면서도 일반인은 간과하고 넘어갈 부분을 짚어서 사건 해결을 도출한다는 것, 이게 바로 추리죠. 암요.
이 사건 외에도 1982년 겨울. 서울 변두리 야산에서 20대 여성의 나체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엽기적이고도 기괴한 범죄 역시 대단한 이야기이니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hansang.egloos.com 의 이사한 곳입니다. 2021년 1월, 추리소설 리뷰 1000편 돌파했습니다. 이제 2000편에 도전해 봅니다. 언제쯤 가능할지....
2009/06/08
2009/06/03
몸 - 김종일 : 별점 2점
| 몸 - 김종일 지음/황금가지 |
인터넷에서 평이 상당히 괜찮았던 한국작가의 호러단편집입니다. 중고서점에서 저렴한 가격덕분에 충동구매로 구입하여 읽게 되었네요. 한국 호러소설은 "분신사바" 이후 처음이군요.
"몸"에 속한 소재들을 주제로 쓴 단편집이라는 설정은 얼마전 읽었던 "인체 모형의 방" 과도 유사한데... 읽고난 감상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입니다. 모든 단편이 기발한 상황전개나 반전이 있는 작품은 하나도 없이 단지 "이형異形" 이나 "컴플렉스"와 같은 불쾌한 부분에 대한 집요한 묘사로 공포심을 유발시키려고 할 뿐으로 - 예를 들자면, "눈" 은 깡패들에게 한쪽 눈을 잃은 주인공이 의안을 통해 깡패들에게 복수하고 스스로 "눈알" 이 된다는 전개. "입"은 다이어트 때문에 거식증에 걸린 여주인공 몸에 입이 돋아난다는 이야기. "귀"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사신의 소리를 듣는다는 이야기, "몸"은 키가 작은 것에 대한 컴플렉스가 많은 남편이 PC에 빠져 살더니 결국 PC와 한몸이 된다는 내용... 식으로 - 전체적으로 비스무레하다는 인상만 줄 뿐 큰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자주 등장하는 스플래터, 고어 장면에서의 뻔한 동어반복적 묘사 역시 비스무레하다는 인상만 더욱 강화시킬 뿐이고요. (덧붙이자면 왜 이 책의 등장인물들 욕은 항상 "십할" 일까요???? 이거 하나 때문에 등장인물들 성격마저 똑같아 보입니다!!!)
어차피 "몸"이라는 소재에서만 통일성을 지니는 연작 단편집이라면, 앞서말한 "인체 모형의 밤" 이나 "Zoo" 처럼 꼭 괴물이 등장하거나 신비한 능력이 등장하지 않는,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일상계" 호러물을 포함시켜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손톱"을 소재로 해서 손톱을 깎다가 손톱깎기에 손가락이 잘리는 호러물라던가....^^ (농담입니다) 물론 이 책에도 일상계 호러물이라고 할 수 있는 "손" 이라는 작품이 한편 실려있기는 합니다만 아쉽게도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유사한 묘사 때문에 강약 조절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작가가 스스로의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지나칠 정도로 "이토 준지" 스러운 스타일이라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도 큰 약점으로 보이네요. 이토 준지는 싫어해서 많이 읽지는 못했습니다만 특히 "머리카락"이라는 단편은 아무리 봐도 이토 준지 단편을 그대로 소설로 옮겨놓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 외의 "이형異形" 묘사들도 대체로 유사해 보이더군요. 하지만 이토 준지의 경악스러운 기묘한 상상력은 따라가지 못한채 단편적인 묘사만 유사하다는 것이 안타까운 부분이겠죠...
그래도 컴플렉스와 일종의 정신착란? 적인 상황을 다루고 있는 "얼굴", 등산 중 조난을 당한 뒤 과거의 망령과 맞부닥친다는 "링반데룽" 정도는 괜찮았습니다. 두 작품 모두 지나칠 정도로 전개와 결말이 뻔하긴 하지만 사뭇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라는것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이 두 작품처럼 작품마다 확실히 다른 이미지, 다른 전개를 보여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아직 이 나라에서 호러 소설은 갈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갖게 하는 독서였습니다. 정치가 호러라서 사람들이 정작 호러라는 쟝르에서는 별로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것인걸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어차피 "몸"이라는 소재에서만 통일성을 지니는 연작 단편집이라면, 앞서말한 "인체 모형의 밤" 이나 "Zoo" 처럼 꼭 괴물이 등장하거나 신비한 능력이 등장하지 않는,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일상계" 호러물을 포함시켜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손톱"을 소재로 해서 손톱을 깎다가 손톱깎기에 손가락이 잘리는 호러물라던가....^^ (농담입니다) 물론 이 책에도 일상계 호러물이라고 할 수 있는 "손" 이라는 작품이 한편 실려있기는 합니다만 아쉽게도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유사한 묘사 때문에 강약 조절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작가가 스스로의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지나칠 정도로 "이토 준지" 스러운 스타일이라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도 큰 약점으로 보이네요. 이토 준지는 싫어해서 많이 읽지는 못했습니다만 특히 "머리카락"이라는 단편은 아무리 봐도 이토 준지 단편을 그대로 소설로 옮겨놓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 외의 "이형異形" 묘사들도 대체로 유사해 보이더군요. 하지만 이토 준지의 경악스러운 기묘한 상상력은 따라가지 못한채 단편적인 묘사만 유사하다는 것이 안타까운 부분이겠죠...
그래도 컴플렉스와 일종의 정신착란? 적인 상황을 다루고 있는 "얼굴", 등산 중 조난을 당한 뒤 과거의 망령과 맞부닥친다는 "링반데룽" 정도는 괜찮았습니다. 두 작품 모두 지나칠 정도로 전개와 결말이 뻔하긴 하지만 사뭇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라는것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이 두 작품처럼 작품마다 확실히 다른 이미지, 다른 전개를 보여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아직 이 나라에서 호러 소설은 갈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갖게 하는 독서였습니다. 정치가 호러라서 사람들이 정작 호러라는 쟝르에서는 별로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것인걸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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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 추리 / 호러
2009/06/01
삼월은 붉은 구렁을 - 온다 리쿠 / 권영주 : 별점 3점
| 삼월은 붉은 구렁을 -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북폴리오 |
이쪽 바닥(?)에서는 꽤 인기를 많이 모았던 작품이죠. 하지만 정통 추리물이 아니라고 들어어서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었는데, 할인 행사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과 같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환상의 책을 소재로 한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인데, 소재가 같음에도 장르와 분위기가 작품별로 굉장히 다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분위기는 분명 유사하고, "의안의 남자" 와 같은 소재가 연결되어 있어서 "연작"이라는 냄새는 솔솔 풍기지만요. 나만 그런가..
어쨌건 읽고난 소감을 말하자면 "절반의 아쉬움" 입니다. 이 작품집에서 딱 반은 마음에 들었고, 나머지 반은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마음에 든 작품은 앞의 두편 "기다리는 사람들"과 "이즈모 야상곡",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은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와 "회전목마" 였습니다. 제가 지나칠 정도로 추리 애호가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여성적인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아서 뒤의 두 작품은 취향에 잘 맞지 않더군요.
그러나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분위기를 잡아나가는 솜씨는 그야말로 탁월하고, 뭔가를 "설명하거나 묘사하는" 실력이 대단해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그야말로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작품이 아닌가 싶고 말이죠. 다음번에는 이 책 안에서 묘사된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읽고 싶은 생각이 드는 "흑과 다의 환상" 부터 읽어봐야겠네요.
작품별로 좀 더 상세하게 소개해 드리자면
"기다리는 사람들" :
평범한 샐러리맨 고이치는 취미가 "독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회장님이 주최하는 2박 3일간의 "봄의 다과회"에 초청됩니다. 다과회에 참석한 고이치는 회장님과 다른 3명의 손님들이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라는 책을 매개로 이 모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죠. 회장은 고이치에게 이 환상속의 책이 다과회가 열리는 저택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말해주며, 그 책을 찾는 키워드는 "석류 열매"라는 일종의 다이잉 메시지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라는 독서광들이 찾아 해메는 환상의 책을 찾는 추리적인 재미와 함께, 실존하지 않는 책과 기묘한 저택의 묘사가 몽환적인 느낌을 전해줍니다. 추리적인 요소도 괜찮지만 "소문"을 만들기 위한, 그리고 "소문"이 "전설"이 된다는 전개도 인상적이었고요. 무엇보다도 책 속에서 설명하는 또다른 환상의 책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라는 책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고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듭니다. 이만큼 책 소개를 쓴다면 이 책을 사보지 않고는 못배기겠죠. 별점은 4점입니다.
"이즈모 야상곡"
출판사 편집부에서 근무하는 다카코와 아카네는 전설처럼 전해져오는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실재 작가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납니다. 단서는 다카코가 우연히 발견한 자신의 아버지의 젊은 시절 문집. 그리고 한 술병의 선전용 카드였습니다...
두 여성의 버디 무비이자 로드 무비와 같은 느낌을 풍기면서도, 전설의 책의 실재 작가를 찾기위한 이야기를 추리적으로 그럴싸하게 풀어놓는 작품입니다. 하룻밤 동안의 기차여행을 주로 다루고 있기에 "몽환적"인 느낌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이야기의 논리는 훨씬 더 날이 서 있는, 정교하면서도 치밀한 느낌을 전해주더군요. 또한 작가의 정체에 대한 단서 제공도 공정한 편이며, 다양한 복선이 반전이 포함된 결말로 잘 이끌고 있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3점.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
두 고교생 소녀가 언덕 밑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사고사로 결론내려지지만 소녀의 전 가정교사와 남자친구는 이 죽음의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 소녀가 남긴 일기장을 근거로 조사에 착수하며, 소녀들에게 숨겨진 비밀을 알게됩니다...
고교생 소녀들의 심리가 주로 등장하는 하이틴 로맨스 백합물 같은 작품입니다. 그냥 하이틴 로맨스 같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피비린내 나는 사건이 전면, 후면에 배치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사건 자체도 너무 엽기적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오츠 이치에게 더 잘 어울리는 소재가 아니었을까요? 오츠 이치가 이 소재로 작품을 썼다면 소녀들이 비밀을 알게 된 후에는 서로를 난도질한다는 결말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어쨌건 저는 이런 류의 이야기는 전혀 취향이 아닙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회전목마"
이 이야기는 두개의 이야기, 즉 "3월의 나라"에 존재하는 "학원제국"에 전학온 여학생 미즈노 리세의 이야기 +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실제로 써 나가는 작가의 이야기가 결합된 작품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이야기들이 왜 공존해야 하는지 도저히 이유를 알 수가 없더군요. 재미있는 시도이긴 하지만 연관성도 느끼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 너무 강하거든요. "학원제국" 이야기는 만화나 판타지에 너무 흔히 등장하는 소재라서 큰 감흥이 없기도 했고 말이죠.
실제 작가가 책을 써 내려가는 부분의 이야기는 다양한 과거의 소품들 - 옛날 만화, 헨리 다거의 그림, 영화 "엘모의 모험", 소설 "컬렉터" 등 - 을 등장시키는 등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지나치게 뻔하고 지루한 "학원제국" 이야기가 중간중간 섞여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통에 맛난 것만 먹고 싶은데 제가 싫어하는 아이스크림이 담겨서 싫어도 섞어 먹게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래도 제가 읽지 못했거나 접하지 못한 컨텐츠를 소개하는 작가의 글빨은 정말로 장난이 아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학원제국" 이야기는 빼고 읽죠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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