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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0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 - 이시모치 아사미 / 김진아 : 별점 2점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 - 4점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진아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아래 리뷰에는 진상과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래전,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와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등으로 접했던 이시모치 아사미의 최신작. 제가 읽었던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전형적인 일상계 연작 단편집입니다.
수록작 모두 친한 부부 - 화자인 나 (후유키 나쓰미)와 겐타 부부, 나가에와 나기사 부부 - 가 가족들끼리 술과 맛있는 요리를 먹는 모임을 가질 때 안주와 연관되는 약간의 수수께끼가 있는 이야기와 여러가지 추리를 나누는데, 모두가 생각도 못했던 숨겨진 진상을 나가에가 추리해낸다는 내용으로, 마지막 작품인 <<일석이조>>만 후유키 부부의 아들 다이가 탐정역으로 나올 뿐 구성은 똑같습니다.

수록작 중 두 작품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하루씩 차이난다>>입니다. 아는 쌍둥이 초등학생이 있는데, 부모는 쌍둥이를 같은 학원에, 서로 다른 요일에 보냈습니다. 학원이 꽤 멀어서 자동차로 이동해야 했는데도 말이지요.
아이들이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번갈아 실컷 하도록 그랬다는 등의 이런 저런 추리가 이어지지만, 나가에가 쌍둥이가 야무졌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합니다. 함께 살던 조부모가 아픈 탓에 둘 중 한 명은 항상 집에 남아 비상 상황에 대비했어야 했던 거라면서요. 추리에도 대한 든거, 단서로 다는건 옛스러운 쌍둥이 자매 이름과 엄마가 너무 바빴다는 것, 그리고 쌍둥이 자매가 초등학생치고는 야무졌다는 것으로 꽤 합리적이었습니다.
<<일단 헤어졌다 다시 합친다>>에서는, 회사에서 미혼모가 되었던 미호 씨가 출산하고 2년 뒤 같은 회사의 노모토 씨와 결혼한 이야기의 진상이 그려집니다. 미호 씨의 아이는 노모토 씨와 똑 닮았고, 그녀도 아이 아빠가 '노모토 씨'라는걸 부정하지 않았는데 왜 출산 후 2년이나 지나서 결혼했을까요? 나가에가 추리한 진상은 노모토 씨는 아이 아빠의 동생이었다는 겁니다. 아이 아빠였던 형이 결혼 직전 불의의 사고로 죽었고, 그런 형수와 조카를 가까이하며 돕다가 결국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미호 씨가 임신 사실을 알리기 전 사흘 정도 회사를 쉬고 초췌한 얼굴로 출근했었다 - 연인이 사망했기 때문 - 는 등의 단서를 깨알같이 배치하여 설득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원서를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노모토 지로의 이름이 한자로 등장하는지 좀 궁금하네요. 나름 결정적인 단서라서요.
마지막 작품인 <<일석이조>>는 본편 추리보다는, 책을 읽기 싫어하고 공작을 좋아하는 초등학생이 방학 숙제용 독서 감상문으로 공작 키트 조립 설명서 감상문을 제출했다는 기상천외한 발상과 결말에서 드러나는 일종의 서술 트릭이 더 볼만 했습니다. 두 가족의 아들 딸인 다이와 사키가 알고보니 어른이 된 시점이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둘이 결혼을 약속한다는 결말로 이어지는데, 작품의 마무리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생각되네요.

그러나 다른 작품들은 추리가 비약이 심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산 넘어 산>>에서는 상사로부터 필요 없다는 안마의자를 받았지만, 기껏 운반한 뒤 현관문을 통과할 수 없다는걸 알게되어 우여곡절 끝에 결국 돈을 내고 재활용 폐기물로 버렸다는 다노이 씨 부부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가에는 이건 모두 다노이 씨 부인의 계획이었다고 추리하지요. 근거는 미니밴을 불러서 옮길 정도면 당연히 치수를 쟀을테고, 현관문 크기도 새로 이사를 갔으면 알고 있었을텐데 그걸 알고도 무리해서 옮겼다는 것, 그리고 집에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있어서 구식 안마의자는 위험했는데 구태여 받아들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상사가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했지만, 부하직원 입장에서 그걸 거절못해 생긴 해프닝이라면서요. 하지만 이럴거면 미니밴으로 집으로 옮기는 시늉은 필요 없었습니다. 그냥 쓰레기장으로 직행하면 되지요. 분해를 해 가면서까지 집 안에 들이려는 시도는 억지스러웠어요. 상사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였다 해도, 동네 주민들에게는 사실을 알리지 않을 이유도 없습니다.
<<어느새 다 되어 있다>>는 입시에 열을 올렸던 엄마의 아이 마사키는 3지망 학교에 합격했고, 아이를 방치했던 엄마 아이 노아는 1지망 학교에 합격했던 이야기의 진상인데 이건 추리라고 하기 힘듭니다. 애초에 '아이를 집에서 가르칠 자신이 없어 입시 학원에 보냈다'는게 어떻게 '아이를 방치했다'라고 주위에 알려졌는지를 잘 모르겠네요. 입시 학원에 주말에도 열심히 다닌 아이가 1지망 학교에 합격한건 전혀 이상한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야기를 전한 후유키 나쓰미는 자기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인데도 불구하고, 노아와 마사키가 입학한 학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걸로 묘사되는데 이 역시 납득하기 어려웠고요.
그 뒤 이어지는 나머지 세 편의 이야기는 추리적으로는 아예 볼게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남의 이야기로 추리를 쏟아내는 모임도 비현실적이며, 나가에가 한 마디하면 정적에 빠진다는 묘사도 촌스러웠습니다.주위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풀어내는거라, 어차피 진상은 아무도 모른다는 단점도 크고요.

하지만 추리적인 부분보다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건 기대했던 요리, 음식과의 조화가 영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요리나 음식이 추리의 핵심 요소로 사용되는걸 기대했었는데, 사건 이야기를 끌고 오기 위한 소재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사건 이야기와 엮는 것도 몇몇 사건은 억지스러웠습니아. <<산 넘어 산>>이 대표적입니다. 로스트비프를 잘 썰지 못한건 다소 아쉬움이 있는 정도일 뿐, '산 넘어 산'이라고 표현하는건 잘못된 경우지요. 무슨 일을 도모하는데 예상못한 어려움이 닥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문어 안 든 다코야키>>를 '엘리트인데 속에 든게 없다'는 신지 아빠에게 빗대는건 잘못된 것이었고요. 엘리트라는 것 자체가 문어가 든 다코야키잖아요?
음식, 요리 묘사도 상식적인 수준이며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아서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소소한 일상계로 가볍게 즐길만은 하지만, 추리적으로나 요리 측면으로나 모두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딱히 권해드릴 작품은 아닙니다.

덧붙이자면, <<일단 헤어졌다 다시 합친다>>에서 아이 얼굴이 아빠와 닮았다는 표현을 "빼쐈다" 라고 번역했는데, "빼쏘다"가 사전에 있는 말이기는 해도 "빼닮았다"가 더 일반적인 단어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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