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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5

마가 - 미쓰다 신조 / 현정수 : 별점 3.5점

마가 - 8점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북로드

<<아래 리뷰에는 사건 진상과 진범 등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마는 새아빠의 동생인 삼촌과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되었다. 재혼한 엄마가 임신 후, 미국 이주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탓이었다.
삼촌의 별장인 고무로 저택은 오래전에 부자 고무로 도쿠야로부터 받은 선물로, 실종되었던 도쿠야의 손자 히사시를 찾아 주었던 보답이었다. 그러나 별장은 왠지 모르게 섬뜩한 장소였다. 별장 뒤 숲에서는 아이들이 여러 명 실종되었었고, 근처 별장에서는 참극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유마는 별장에 머물면서 어린아이 형상의 누군가가 3층 다락방에 머물고 있다는걸 눈치챘다. 결국 '세이'라는 아이를 만난 뒤, 세이의 꼬드김으로 유마는 혼자 들어가면 안된다는 사사 숲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유마는 한 남자의 추격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게 되는데....


저주받은? 귀신들린? 저택을 무대로 한 호러의 명수 미쓰다 신조의 작품. 제가 읽은 작가의 유사 소재 작품만 해도 <<흉가>>, <<백사당>>, <<사관장>>, <<기관>>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평균 이상의 수작이었던걸 보면 '명수'라는 호칭이 과한건 아니겠지요.

작품의 특징이라면 다른 작품들과는 목표하는 독자 연령대가 낮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영 어덜트 판타지를 연상케하는 표지에서부터, 초등학교 6학년이 '잘 모르는 넓은 저택'과 '넓은 숲, 동굴' 에서 펼치는 모험 활극에 가까운 내용, 그리고 피가 튀기는 고어물도 아니고, 아주 무섭지도 않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호러 작가로서의 솜씨가 사라진건 아닙니다. 유마가 저택 안을 배회하는 정체 불명의 무언가와 말없이 암투를 벌이는 광경, 이계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사사 숲과 나무 동굴 속에서 벌어지는 목숨을 건 추격전 등의 묘사는 공포심을 충분히 자극시켜주는 멋진 묘사들이었습니다.
작가 특유의 호러와 범죄, 추리 소설과의 결합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초, 중반까지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반전을 통해 '범죄 소설'로 전환되는 구성이 인상적이었어요. 반전을 통해 삼촌이 유마를 돌보려고 했던게 아니라, 유괴를 했던 거라는게 드러나거든요. '삼촌이 삼촌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변한 것 같았다'는 유마의 느낌, 밤중에 삼촌이 기묘한 목소리로 유마와 사람들의 이름을 표준어로 말하는 연습을 했던 것등은 모두 공포스러운 연출이라고 여겼었지만, 사실 전부 유괴라는 범죄에 대한 단서였던 겁니다!
별장으로 향할 때 삼촌이 해 주었던 말, 삼촌이 별장에 유마가 머물 줄 알고 미리 책을 사 두었던 이유, 어머니와의 통화 등도 알고보니 모두 단서와 복선이었고요.

고무로 히사시를 비롯한 과거 유괴 사건들도 사실은 삼촌이 일으켰었고, 이 때 사사 숲에 아이를 숨겨두면 아이들이 유괴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다는걸 눈치채서 범행을 계획했다는 진상도 이야기와 잘 맞아 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10년 전, 고이즈미 마사토는 실수로 죽이고 말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도 깔끔했습니다. 유마가 저택에서 만났던건 고이즈미 마사토의 유령이었던 거지요. 유령도 이야기에서 큰 역할을 수행합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과거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유마에게 알려주는 식으로요.
이렇게 등장하는 설정, 소재를 허투루 소비하지 않고 모두 이야기에 녹여내는 것도 돋보였던 장점으로, 유마가 이계 공간을 오갈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능력 덕분에 삼촌의 공범이었던 유괴범에게 쫓기다가 혼자서 사사 숲 이계 공간에서 무사 귀환할 수 있었으며, 삼촌도 유마를 아예 죽일 생각이었다는걸 명확하게 독자에게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다소 뜬금없었던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적절히 활용한 셈이라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확실히 대가는 다른 법이네요.
무엇보다도 맨 마지막 한 줄의 반전, 유마가 옥상에 RC카를 두고 온건 실수가 아니었다는건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그러나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유마에 의해 삼촌이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다는 최후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여러가지 치밀함을 발휘하여 유마를 옭아매던 삼촌의 최후치고는 너무 허무했으니까요. 세이의 유령이 뭔가 도움을 줄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고요.
추리적으로도 호러와의 결합은 잘 하고 있지만, 정교함은 부족한 편입니다. 유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몸값을 받는 부분입니다. 이전 고이즈미 마사토 사건에서는 마사토의 새아버지로부터, 마사토가 돌아오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으니 그건 별로 어렵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유마의 어머니는 그럴리가 없으니, 깜쪽같이 돈을 받아기는 힘들었을거에요. 그러나 관련된 계획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건 유괴물로는 큰 단점이라 생각됩니다.
범행 후 삼촌이 유마를 죽이고 사체를 유기했더라도, 관리인이 유마를 목격한 이상 수사가 이루어지면 삼촌이 빠져나가기는 힘들었을거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관리인도 살해할 생각이었을까요? 그렇다 해도 조카가 유괴당한 후 실종되었는데 그 삼촌은 갑자기 생긴 거액의 돈으로 사업상 위기를 해결했고, 삼촌 소유의 별장이 있는 별장지 관리인이 살해당했다면, 경찰 수사가 시작될 경우 용의선상에 올라 철저한 조사를 받는건 당연했을겁니다. 여러모로 허술한 범죄라는 생각을 지우기 힘드네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한 편이며, 읽다보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공포는 덜하지만, 범죄 소설로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분량도 적당하고요. 호러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미쓰다 신조 월드 입문자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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