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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9

커피인문학 - 박영순 : 별점 2점

커피인문학 - 4점
박영순 지음, 유사랑 그림/인물과사상사

커피의, 그리고 커피가 관련된 역사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는 식문화 관련 인문학 서적입니다.

커피의 간략한 역사부터 시작하는데, 이 책에 따르면 커피는 에디오피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예멘을 거쳐 이슬람 세계에 널리 퍼졌고, 오스만 제국 시기에 베네치아를 통해 유럽에 상륙하여 대중화 되었습니다. 1645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고, 이후 각국에 사람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는 곳에 관련된 시설들이 생겨나게 되었지요. 당시에는 간판도 없어서 사람들이 '커피'라는 말로 그 장소를 특정한게 '커피'를 뜻하는 '카페'가 마시는 공간까지 아우르게 된 이유입니다.

커피 추출법은 16세기 초 오스만 제국 이스탄불 시대부터 기록이 전해진다는군요. 지금까지 전해지는 '터키시 커피' 방식으로 '체즈베'라는 도구에 볶아 빻은 커피콩을 끓여내는 방식이지요. 이후 유럽에서 가루를 걸러내기 위한 필터를 도입했고, 더 맛있게 마시기 위해 생크림을 얹거나 우유를 가미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1711년에 천주머니에 원두가루를 채워 '우려내기' 방식으로 마시기 시작했고요. 1908년에는 독일의 멜리타 벤츠가 드립법을 창시했고, 1906년 이탈리아에서는 최초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발표했습니다. 1933년에는 비알레티의 모카포트가 발명되었고요. 1938년, 아킬레 가치아가 드디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현대적인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들어 내었다고 합니다.

이런 역사와 함께 커피에 관련된 일화도 소개해줍니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라던가, 볼테르는 하루에 40~50잔의 커피를 마셨고, "커피가 독이라면, 그것은 느리게 퍼지는 독일 것이다"는 말을 남겼는데, 실제로 84세까지 장수했다고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루소, 탈레랑, 나폴레옹,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 등 여러 유명인들이 등장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커피가 대중화 된 이유는, 일본인들이 우유 먹기를 힘들어하자 메이지 정부에서 커피에 섞어 마시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소소한 역사도 재미있었고요.

그리고 미국의 독립, 조선의 커피 음용이나 우리나라 해방 이후 현재까지의 커피 역사도 알려준 뒤, 각 주요 커피 산지에서 커피가 재배된 역사와 현재를 다루는 이야기가 책 마지막까지 이어지는데, 크게는 브라질과 자메이카, 파나마, 르완다와 우간다, 하와이, 콜롬비아 순입니다. 이를 통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건, 대공황 등 여러가지 이유로 추락한 자메이카 커피 산업에 1960년대 일본 자본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부터였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일본은 명확한 품질 관리와 최고 등급 커피의 세계 시장 유통을 인위적으로 조절했고, 커피 생두를 오크통에 담아 파는 고급화 전략으로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세계 최고급 커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맛도 맛이지만,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 외 파나마 게이샤 커피의 역사와 르완다 커피의 감자맛 결함, 하와이와 콜롬비아 커피의 역사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읽다보니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가 바로 떠올랐습니다. 특정 음료의 역사와 관련된 문화적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 유명 산지와 주요 결과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똑같으니까요. 그러나 책의 완성도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커피에 대한 과대평가가 너무 심하다는 겁니다. 이런 시각은 "커피견문록"에서 이미 접했었지만 그 정도가 더욱 심해요. 커피가 프랑스에서 계몽 사상을 일깨운 각성제로 프랑스 혁명을 이끌어냈고, 미국에서 커피가 독립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한건 커피 때문이다라는 식이거든요. 뒤로 가면 갈 수록 더 가관입니다. 조선에서 모던 보이들 중심으로 커피하우스 개업이 이어졌지만, 주권 회복을 위한 시대적 각성과 독립을 위한 저항심을 기르는 커피와 카페의 역할이 작동한 사례가 발굴되지 않았다면서 아쉬워하는데, 대관절 커피가 독립 운동과 무슨 상관이랍니까?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는. 뭐라 언급하기도 어려운 억지스러운 발상이었습니다. 커피에 계몽의 힘 따위는 없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커피가 아니라 카페인의 힘이에요. 이런 각성이 중요하다면, 다른 각성제도 다 마찬가지겠지요.

목차가 명확히 정의되지 못하고 두서없이 섞여있는 구성도 아쉽습니다. 각 주요 산지의 커피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커피가 선악과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식이에요. 재미있는 주제이고, 한 번 볼 만 했지만 이는 커피 역사 부분에 포함시켰어야 하는 이야기였다 생각됩니다. 심지어 같은 주제 안에서도 두서가 없을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우간다 커피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우간다 로부스타는 로부스타 중에서도 품질이 좋기로 소문나 인스턴트 커피용보다 에스프레서 블렌딩용으로 인기가 높다는 말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우간다 로부스타종은 인스턴트 커피의 주 원료로 이용되고 있다는 글로 마무리되지요. 뭐가 맞는걸까요?

도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커피로 그렸다는 일러스트도 구태여 필요했을지 의문입니다. 잘 알려진 사진이나 그림을 그대로 모사한 것에 지나지 않은 것들이 많고, 내용에 꼭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며, 그리 잘 그린 것 같지도 않거든요. 실제 그림에서는 커피 향이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인쇄된 책으로 보는데 커피로 그렸어야 할 이유도 잘 모르겠고요.

커피에 대한 역사를 알 수 있고,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인 건 맞지만, 단점도 명확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많은 커피 관련 책을 읽어봤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히 두드러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2008/10/29

커피견문록 - 스튜어트 리 앨런 / 이창신 : 별점 3점

커피견문록 (보급판 문고본) - 6점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이창신 옮김/이마고

이전에 읽었던 "악마의 정원에서"의 저자 스튜어트 리 앨런의 커피 관련 견문록입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커피 역사에 대한 여행기라 할 수 있겠지만, 단순 역사 관련 기행문으로 보기에는 신변잡기에 관한 이야기나 여러가지 저자의 경험과 단상이 뒤섞여 있는 나름 복잡한 구성의 책입니다.

기대보다는 커피에 관해 그다지 전문적인 내용은 등장하지 않으며, 커피가 문화사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지녔다는 것을 좀 과대포장해서 설명하는 감은 없잖아 있지만 (예를 들면 미국 남북전쟁에서 커피를 마신 북군이 그렇지 못한 남군에게 승리했다는 등) 커피를 좋아하고 이런 문화사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무척 환영할만한 책일 뿐 아니라, 아프리카, 터키, 인도,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브라질을 거치는 여정이 여러가지 모험(?)과 사건으로 채워져 있으며 이 여정이 커피가 전파된 과정을 따라간다는 목적의식까지 갖추고 있어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일반 상식보다 막나가는 친구이기에 황당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아울러 보급판 문고본이라 8000원이 안되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읽었기에 가격대 성능비가 아주 우수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책도 상당히 작고 예쁘게 출간되어 마음에 드네요.

커피에 대한 전문서적을 기대한다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재미있게 읽었으며, 앞서 말했듯 가격이 착하기에 별점 3점은 충분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2008/09/26

간만의 도서 구입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죠. 알라딘에 가지고 있던 중고 도서를 판매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확보한 돈으로 정말 오랫만에 책을 구입했습니다.


구입한 책은
  • 부랑청년 전성시대 - 소영현
  • 샤라쿠 살인사건 - 다카하시 가츠히코
  • 이누가미 일족 - 요코미조 세이시
  • 커피견문록 - 스튜어트 리 앨런
  • 하얀토끼가 도망친다 - 아리스가와 아리스
  • 인사이트 밀 - 요네자와 호노부
  • 사랑이 없어도 먹고살수 있습니다 - 요시나가 후미
  • 연애의 시대 - 권보드래
  • 통곡 - 누쿠이 도코로
  • 사또인다하우스 - 김진태
  • 악마의 정원에서 - 스튜어트 리 앨런
입니다.

"부랑청년전성시대"와 "연애의 시대" 는 경성탐정록 자료 조사차 구입한 책. "커피견문록"과 "악마의 정원에서"는 저의 또다른 취미인 음식문화관련 저서라 구입한 책. "사또인다하우스"는 제가 흠모해 마지 않는 김진태 작가의 신작이라 구입하였으며 나머지는 다 추리관련 도서들입니다. "사랑이 없어도 먹고살수 있습니다"는 중고샵에서 팔길래 반쯤 충동구매한 책이고요. 
거의 30권에 가까운 책을 판매했는데 신간 구입은 10여권으로 그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10월까지는 뿌듯하게 즐길 만한 수량이라 무척 만족스럽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만화책부터 독파해 나가야 겠습니다.

2014/10/29

홍차의 세계사, 그림으로 읽다 - 이소부치 다케시 / 강승희 : 별점 3점 -> 미정

홍차의 세계사, 그림으로 읽다 - 6점
이소부치 다케시 지음, 강승희 옮김/글항아리

"차"보다는 "홍차" 중심으로 기원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소개해 주는 일종의 미시사 서적입니다. 도판과 자료가 화려해서 즐겁습니다. 차를 마실 때 사용했던 눈이 휘둥그레지는 각종 도구, 다기들, 차와 관련된 그림과 사진, 지도 등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거든요.

책은 유럽에 최초로 소개된 차는 녹차였는데 이것이 왜 홍차로 바뀌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영국물은 미네랄이 많이 함유되어 경도가 높은 탓에 녹차를 우리면 차의 떫은맛 성분인 탄닌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는데, 녹차 대비 탄닌 함유량이 높은 발효차는 중국에서는 떫지만 런던의 경수에서는 순하게 우려져 좋은 맛이 되었기 때문이라네요.

원래 홍차가 실패한 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어쩔 수 없는 환경적 요인으로 반발효차를 만들지 못해 완전 발효차가 되었고, 차를 만드는 공장에서 찻잎을 건조시키는 땔감으로 쓴 소나무의 연기가 찻잎에 착향된 것이 미묘한 향이 난다는 보히차, 정산소종이 되었다고 하니까요. 그러나 원산지인 우이산의 보히차가 영국의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격동기의 중국에서 차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가짜 보히차가 범람하고, 더욱 강한 맛과 향을 착향시키기 위해 강제로 훈연한 랍상소종이 지금은 영국의 전통적인 차로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니 세상 일은 정말 모를 일입니다.

또 차의 기원을 찾아 이런저런 곳을 돌아다니며 찾은 여러 가지 차에 대해 소개해 주는데, 홍차 관련된 장소에 대한 기행문이라는 점에서는 "커피견문록"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는 지노족이라는 소수민족의 량반차가 인상적이었어요. 왜냐하면 반찬처럼 먹는 차이기 때문이에요. 차의 생엽을 유념하여 생강, 마늘, 고추, 소금과 함께 섞어 뜨거운 물을 부은 뒤 먹는다고 합니다. 꽤 맛있을 것 같죠? 비슷하게 반찬처럼 먹는 차가 미얀마에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약간 발효한 절인 음식처럼 먹는다고 하네요.

이외에 여러 가지 차에 관련된 중요한 역사의 흐름도 짤막하게 알려줍니다. 물론 "보스턴 티 파티"가 빠질 수 없죠. 아편전쟁도 어떻게 보면 차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해석하는 관점도 새로웠고요.
홍차 관련 주요 인물들 어떤 활약(?)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상세합니다. 얼 그레이 홍차를 만든 그레이 백작을 비롯해 중국에서 차 수입이 어려워지자 인도의 아삼이나 스리랑카의 실론 등의 식민지를 차 생산지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던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지금도 그 이름을 강하게 남기고 있는 홍차의 왕 "립턴"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다른 사람들은 정말 홍차를 재배하고 널리 퍼트리는 데 노력한 사람들이라면, 립턴은 순수한 사업가로 생산과 판매에 남다른 재주를 발휘하여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거대 기업을 세운 것이니까요. 참고로 얼 그레이는 유명한 홍차 상회 트와이닝에서 정산소종의 훈연향이 랍상소종만큼 강하지 않자, 다른 향기에 주목하여 베르가못의 향을 첨가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국으로 차가 전래되면서 미국인의 실용적인 관점으로 새롭게 등장한 티백, 아이스티, 레몬티 등이 소개되고, 마지막은 맛있는 홍차를 만드는 방법으로 끝맺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통해 읽었던 조지 오웰의 수필을 중심으로 설명되고 있어서 더 반갑더군요. 내용의 핵심은 "우유를 먼저 붓느냐, 차를 먼저 붓느냐"였는데 조지 오웰의 주장은 우유의 양을 조절할 수 있으므로 우유를 나중에 부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MIF, MIA 논란은 계속 이어졌는데, 왕립화학학회까지 나서서 내린 결론은 "우유가 먼저(MIF)"입니다. 우유를 나중에 넣으면 우유 속의 단백질이 고온의 차에 의해 변성되어 차의 맛과 향이 나빠지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과학이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아주 좋은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재미는 물론 자료적 가치도 충분한 만큼, 차를 좋아하신다면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책의 장정, 디자인도 아주 예쁘고 실려 있는 도판들도 컬러로 제대로 수록되어 있는 등 책의 완성도도 높은 편입니다.

2014.10.30 수정) 댓글을 읽어보니 책 내용에 오류가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하세요.

2014.11.06 수정) 댓글을 읽어보니 오류 정도가 아닌 것 같기에 별점은 미정으로 최종 수정합니다.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만 리뷰를 남길 수는 당연히 없습니다. "독서"가 자신의 교양을 쌓고 부족한 것을 채우는 데 목적이 있기도 하니까요. 잘못된 정보를 주는 책을 잘 모르는 독자가 읽었을 때의 폐해의 대표적인 경우라 생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