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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8

독서만담 - 박균호 : 별점 2.5점

독서만담 - 6점
박균호 지음/북바이북

국내의 애서가 박균호씨가 자신의 일상 및 그에 관련된 책을 하나씩 소개하는 독서 관련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이런저런 책도 몇 권 쓰셨고, 이런저런 수상도 하신걸 보면 이 쪽에서는 상당히 유명하신 분으로 보이네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책 소개를 보고 관심이 생겨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독서를 강요하거나 과시하지 않는 일상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유명 애서가, 독서가다운 내용이 가득해서 마음에 듭니다. 한국의 오카자키 다케시라고 하기에는 과장이지만, 충분한 내공은 느껴졌어요. 저 역시 독서가 취미라고 자부하고 있기에 공감가는 내용도 많았고요. 이미 절판된 책을 구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대표적입니다. 제게도 몇몇 희귀본을 구하기 위해 온갖 인터넷 서핑은 물론, 발품까지 팔아가며 헌책방을 순례했던 과거가 있으니까요. 책을 보물처럼 다루는, 정신적 사랑을 하는 애서가와 책을 막 다루는 육체적 사랑을 하는 애서가가 있다는 분류법도 와 닿습니다. 저는 이 분류에 따르면 정신적 사랑을 하는 애서가 쪽인데, 최근 어린 제 딸이 제가 구입한 책을 마구 볼 때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곤 하합니다... 

재미난 정보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비자금 숨기기 용도로 책을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연히 책 속에 현금을 꽂아 놓는 방법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저자는 "사진집"을 사라고 조언합니다. 제 값 받고 쉽게 팔 수 있는, 환금성이 좋기 때문이라네요. 국내 사진가로는 김기찬의 작품, 해외는 마이클 케나의 사진집이 특히나 현금화하기 좋다고 소개해 줍니다. 이 정도면 진정한 꿀팁이겠지요.

저자의 일상 속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습니다. 일상 이야기가 결국 이런저런 책 이야기로 이어지는 전개도 일품이고요. 서적 버젼의 "오무라이스 잼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에요. 학교 교사 시절 만났던 문제아 '정미소 왕자'와의 추격전이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로 이어지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휴게소에서 너무나 맛있는 오뎅을 먹었는데, 그 휴게소가 보면 볼 수록 기묘한 장소였다는 이야기에서 김갑수의 "나의 레종 데트르"로 이어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놀라움과 행운을 안겨다 준 책이라는 점에서 같다는 의미인데, 신선한 발상이에요.
이렇게 일상과 함께 소개되는 책들도 당연히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책들과 더불어,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책은 아래와 같습니다.

  • 너무나 사랑해서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은 한 권인 "숨어사는 외톨박이"
  •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피터 게더스의 "노튼 3부작"
  • 엘리엇 어윗의 사진집. 플립북 형태로 사진을 동영상처럼 감상할 수 있다고 함.
  • 이윤기의 소설 "하늘의 문".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별명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멋진 문장이 가득함.
이렇게는 꼭 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읽고 좋아했던 책들 소개도 반갑습니다. 같은 책이지만 저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었고요. 예를 들면 "에이드리언 몰의 비밀일기"가 나름 영국 신자유주의 정책 부작용을 그린 뒷배경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네요. 제가 읽은 것은 이십 여년 전이라 그 때는 그냥 웃고 넘기고 말았는데, 한 번 다시 읽어봐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는 아내와의 냉전을 다룬 이야기가 반복되어 많이 지루합니다. 초, 중반부까지의 독특한 시각과 발상도 별로 없고요. 조금 과장해서, 중반 이후는 한 개의 같은 이야기(냉전)를 가지고 소개하는 책만 바뀌는 느낌입니다. 아울러 뒤로 가면 갈 수록 책 보다는 일상 속 에피소드의 비중이 많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덕분에 책 소개도 중요 에피소드 정도에 그쳐서 얄팍합니다. 별다른 깊이를 느끼기 힘들어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단점이 없지는 않고, 중반 이후는 많이 뻔해지지만 취미가 독서인 애서가들을 위한 괜찮은 에세이집입니다. 가벼운 에세이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2018/11/11

책 정리하는 법 - 조경국 : 별점 2점

책 정리하는 법 - 4점
조경국 지음/유유

저는 독서가 취미인 애서가입니다. 그 탓에 쌓이는 책에 대한 고민은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이사 계획 때문에 최근에는 고민이 더욱 늘었고요.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부제인 "넘치는 책들로 골머리 앓는 당신을 위하여"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부제만 보면 딱 저의 고민을 해결해 줄, 그런 책이라 생각되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완벽하게 기대를 배신당했습니다.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요. 저자가 이 책의 독자가 누구인지를 망각한 탓입니다. 머리말 서두에서 "이 책을 읽는 분이라면 분명 자신만의 특별한 책 정리법이 있을 겁니다."라고 쓴 걸 보면, 저자도 이 책은 어느 정도 책을 소유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독자라는걸 잘 알고 있는 듯 합니다. 저 역시 그런 사람으로서 저자만의 특별한 노하우 공유를 기대했고요. 하지만 실제 내용은 정말이지 '초보자' 수준의 지식을 설명하고 나열하는데 그칠 뿐입니다!

그나마 제목과 연결고리를 가질만한 내용은 4부인 "서가의 다양한 형태들" 정도입니다. 직접 만드는게 최고라며 사이즈 등 여러가지 팁을 소개해 주고 경량랙 등 기성품에 대한 소개도 충실한 덕분입니다. 자금의 여유가 있다면! 이라며 추천하는 이케아 빌리 시리즈도 눈여겨 볼 만 하더군요. 다음에 이사갈 때 저도 한 번 고려해 봐야겠다 싶을 정도로요.
7부인 "책을 싸는 이유와 노하우"에서 맥도날드의 포장용 봉투가 완벽한 책싸개라고 알려주는 부분도 실용적인 팁이라 인상적이었어요. 튼튼하기도 하고 가벼우면서도 색깔도 무난하니 괜찮다는 이유인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으로 애용할 듯?

하지만 괜찮은 팁과 노하우 공유는 이 정도에 그칩니다. 다른 내용들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 수준에는 걸맞지 않는 초심자용 내용이 많아요. 예를 들어 4부인 "책 정리하는 법"은 제목만 놓고 보면 책의 핵심인데, 책을 어느정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자신만의 정리법이 있을테고 저 역시 그러한만큼 딱히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었어요. 그냥 헨리 페트로스키의 방식, 십진분류법, 분야별 분류, 작가별 정리, 출판사별 정리 등 다양한 방식만 나열될 뿐입니다. 책 목록 정리법도 '비블리'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추천하며 마무리하는데 이 역시 새로운 내용도 아니며 딱히 땡기지도 않았고요.
마지막에 책을 정리하는 최후의 방법이라며 소개되는 다양한 책 처분법 역시 새로운 내용은 전무합니다. 기증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팔거나 헌책방에 파는 등의 방법이 소개되는데 책을 어느 정도 소유하고 있는 애서가라면 당연히, 누구나 알 내용이에요.

저자 본인 기준에 맞추어져 있어서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습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완벽한 서재의 조건 중 180*80 센티미터 크기의 책상이 필요하다는 게 대표적입니다. 서재는 책을 보관하는 곳이기도 하고, 책을 읽는 곳이기도 해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허나 그런 것 치고는 책상이 너무 크잖아요! 차라리 이 책에도 등장하는 일본의 유명 애서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하는, "방 안에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의자 주변의 반경 1미터 남짓이면 충분하다"는 완벽한 서재 쪽이 더 공감갑니다. 공간을 좁게 구성하는게 책을 보관하는 기능에는 훨씬 유용한게 당연하니까요. 이어지는 자신의 책상, 독서대, 스탠드, 커튼 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모두 저자의 기준일 뿐이고요.
제목과 아예 동떨어진 이야기가 많은 것도 문제인데 2부인 "남의 서재 엿보기"는 저자가 과거 잡지사에서 일할 때 사진가의 서재를 찾아 인터뷰했던 기억을 더듬어 쓴 내용으로 책 정리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저자의 헌책방을 열기까지의 과정도 재미는 있지만 단순한 개인사 에세이라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어요.

마지막으로 도서출판 유유의 책 답게 내용과 분량에 비하면 높은 가격도 매력을 떨어트립니다. 저는 전자책으로 약 7,000여원에 구입했는데 종이책은 200쪽에 불과한 분량임에도 정가가 무려 12,000원입니다! 도판도 모두 흑백에다가 특별한 일러스트가 사용되지도 않았고, 양장본도 아닌데 이 가격은 정말 미친게 아닌가 싶어요. 종이책은 모르겠지만 전자책은 1/3 분량이 유유 출판사 책 소개에 할애되어 있는데 이건 또 뭔가 싶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쉽게 읽힌다는 점, 그리고 드물지만 유용한 팁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가격과 전체적인 수준을 고려한다면 권해드릴만한 책은 아닙니다. 사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은 저자의 머릿글에 모두 나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이렇게 길게 쓸 필요도 없었어요. 책 정리법의 핵심은 "책 욕심을 버리는 것" 이며, 그렇지 못하면 내가 가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내 정리법은 공간을 구분하는 데에서 시작하고 서가별로 여러가지 기준을 세워서 정리한다... 는 짤막한 글인데 이게 정말 전부입니다. 이 책 본문에 소개되는 실제 책 정리에 대한 디테일은 그만큼 별 볼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