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8/11/30

위스키의 지구사 - 케빈 R. 코사르 (주영하) / 조은경 : 별점 2.5점

위스키의 지구사 - 6점
케빈 R. 코사르 지음, 조은경 옮김, 주영하 감수/휴머니스트

눈에 띌 때마다 한 권씩 사 모으고 있는, 출판사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된 "~ 지구사" 시리즈의 한 권입니다. 

이번에는 제목 그대로 위스키의 역사를 다루는데, 위스키란 곡물을 발효시킨 후 증류하여 만든 술이라는 정의에서 시작하여 기본적인 제조 방법의 소개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위스키의 기원이 무엇이며 "위스키"라는 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등 실제 역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위스키'가 '우스키', 즉 '생명의 물'을 뜻으로 '오스케바'라고 발음되는 게일어를 영어화한 것이라는데 재미있네요. 어원부터가 '생명의 물' 이라니!

다음은 맨 처음 위스키를 만들었다는 스코틀랜드, 경쟁자였던 아일랜드, 신대륙 미국에서의 국가별 위스키 역사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싱글 몰트 위스키는 저도 무척이나 좋아하는터라 소개가 반가왔습니다. 그다지 잘 알려져있지 않은 아일랜드 위스키의 역사도 흥미로왔고요. 아이리시 위스키는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데 로크스 (locke's)라는 싱글 몰트 위스키는 구할 수 있다면 한 번 구해보고 싶네요. 미국 위스키의 역사는 정착민이 처음부터 만들기 시작했다는 등 전반적으로 새로운 내용은 많지 않지만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이 위스키 애호가라는 등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괜찮았습니다. 조지 워싱턴은 독립 전쟁 당시 군대에 항상 충분한 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데 무척 놀랐네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던걸까요? 이후 알 카포네 등으로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금주법 시대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고요. 그리고 "21" 이라는 제목으로 현재의 위스키 시장과 상황을 설명하며 내용은 마무리됩니다.

이러한 '지구사' 뒤에 한국의 음식 문화 전문가 주영하 씨의 한국 위스키의 역사가 특집으로 부록처럼 실려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본편보다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처음에 위스키를 발음대로 '유사길' 이라는 한자로 표시했다는 내용부터 대한 제국 시절의 유통 과정, 일본 강점기 시기 위스키 시장의 확대와 위스키 원액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유사 위스키'의 등장, 그리고 해방 후 상황으로 이어지는 내용 모두 말이죠. 아무래도 우리 역사에 관련된 내용이라서 그랬던 것 같네요.

이렇게 대충이나마 통사적인 접근도 가능하고, '지구사'라는 말에 걸맞게 각 국가별 현황에 대해서 다루어 주기 때문에 위스키에 대해 대충이나마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만족했습니다. 서양 중심의 역사만 서술된 것은 분명 아쉬운 점이지만 주영하 씨의 글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기도 하고요. 위스키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으시다면 읽어보실 필요가 없겠지만, 이쪽 분야를 좋아하시거나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8/11/25

피너츠 완전판 12 : 1973~1974 - 찰스 M 슐츠 / 신소희 : 별점 2.5점

피너츠 완전판 12 : 1973~1974 - 6점
찰스 M. 슐츠 지음, 신소희 옮김/북스토리

드디어 완전판이 제 출생년도에 진입하였습니다! 감개가 무량합니다.

수록 에피소드들은 대체로 수년간 이어온 설정에서 유래된 개그가 많습니다. 찰리 브라운의 야구팀이나 여름 캠프같은 이야기이요. 조금 새로운 시도도 몇 개 보이는데, 대표적인건 찰리 브라운의 야구팀이 다른 이유로 몰수패당하기는 하지만 첫 승을 거두는 에피소드입니다. 저는 어떤 상황, 이유에서건 찰리 브라운이 감독, 투수로 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이기지 못한 줄 알았는데 굉장히 의외였어요. 마찬가지로 패티가 스누피가 비글이라는 걸 알게된다는 것에도 놀랐고요. 영원히 모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도 학교 건물이 가장 독특했어요. 샐리 브라운과 대화하는(?) 식으로 등장하는데, 시각이 상당히 신선했어요. 아무도(심지어 샐리마저도) 정말로 답을 기대하며 대화를 하는게 아니지만, 실제로는 생각이 있다는 기묘한 설정을 잘 풀어나가고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 처음으로 실체가 등장한 루시의 동생 리런은 좀 아쉽더군요. 라이너스와 크게 구분되는 특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지금 잊혀진 이유도 그래서였겠죠.

그 외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봉투를 뒤집어 쓴 채 참가한 여름 캠프에서 찰리 브라운이 대표로 선출되고 잘 나가는 에피소드들이 우선 떠오릅니다. 여러모로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들어요. 또 스누피의 대 기록(홈런 기록)을 앞두고 찰리 브라운이 견제사로 사망하는 에피소드는 최불암 시리즈의 오래된 옛 농담과 거의 비슷해서 좀 놀랐습니다. 아울러 이전 권들과 마찬가지로 당대 유행을 반영하는 에피소드들도 몇 개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번 권에는 서머타임 시행 초기의 시행 착오와 스트리킹의 유행이 그러합니다. 오래된 작품이니만큼 이런 이야기가 더 많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무엇보다도 이번 권에서 가장 눈여겨 본 것은 제 생일에 발표되었던 에피소드에요. 개인정보(?)라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 꽤나 반가왔던 내용이라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빵빵 터지는 재미도 없고, 식상한 설정과 개그가 많아 감점합니다만 오래된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만 합니다. 여전히 은근한 개그도 매력적이고요. 이 정도 수준만 유지해 주어도 저는 만족합니다. 다음 권도 기대가 되네요.

2018/11/24

일본의 식문화사 - 이시게 나오미치 / 한복진 : 별점 2점

일본의 식문화사 - 4점
이시게 나오미치 지음, 한복진 옮김/어문학사

선사 시대( 정확하게는 후기 구석기 시대)부터 근대까지 이어지는 일본의 식문화를 정리한 책입니다. 특정 요리나 특정 시기만을 다루지 않고 통사적으로 전반적인 식문화사를 다루고 있다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몇가지 기억에 남았던 부분을 꼽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조몬 시대 초 2만 명 정도였던 일본 열도의 인구가 조문 시대 중기 26만여명 까지 늘어났는데, 그 이유는 도토리, 상수리 나무 열매 및 각종 견과류가 식량 자원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수리 나무 열매는 동일 면적 대비 생산량으로 따지면 생산량이 많은 벼의 1/8에 해당될 만큼 생산량이 많아서 유용했다고 하네요. 이는 발굴된 당시 인골이 충치가 많은 것으로도 증명됩니다.
쌀이 주식으로 도입된 이유는 벼가 몬순 아시아에 적합하고 수확량이 많을 뿐더러 토양 침식이나 연작 장애가 없다는 농학적 장점에 더해 칼로리원이며 단백질도 우수하다는 영양학적 장점이 큰 덕분입니다. 부식물 없이 인체 유지를 위한 단백질을 쌀만으로 섭취하려면 체중이 70kg인 사람의 경우 조리하지 않은 쌀을 하루에 약 0.8kg 먹어야 하는데 이는 위장에 부담을 줍니다. 그러나 위장에 일단 채워두는게 가능했기에 유용했습니다. 이만큼을 밀가루로 섭취하려면 3kg을 섭취해야 하는데 이는 위장에 넣어두기 불가능한 양이라네요. 여튼, 이를 위해 농번기에 일본 농민은 하루에 1.5kg씩 쌀을 먹기도 했답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고봉밥으로 밥을 엄청나게 많이 먹은 이유도 마찬가지겠죠.
식육의 공급은 여러모로 부족했고, 유제품 역시 거의 활용되지 않았는데 그나마 기록에 남은 유제품은 '소'입니다. 유즙을 1/10로 졸인 음식입니다. 추측으로는 우유를 은근히 가열하여, 표면에 떠오른 막을 반복하여 걷어내 만든 유피일거라네요.

그리고 9세기 경에 현재에 계승된 전통적인 일본 요리의 기본적 조리법이 확립되었다고 합니다. 차이점이라면 기름을 이용하는 요리법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육식을 하지 않아 동물성 지방, 버터를 이용할 수 없었고 식용유를 짤 수 있는 깨 등의 작물은 매우 비쌌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름진 맛이 진하고 품위없다는 인식이 정착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회의 형식도 같은 시기 확립되었는데, 공적 질서를 중시하는 전반부 음주가 끝나고, 자리를 바꾸어 예를 찾지 않는 2차회가 이어지는 2부 구성입니다. 현대와 똑같은데 이러한 형식이 헤이안 시대에 이미 확립된 것이라니 재미있네요.

그리고 다회, 가이세키 요리 등 지금도 친숙한 여러가지 용어가 등장합니다. 이 중에서 네덜란드나 포르투칼 요리에서 비롯된 '난반 요리' 설명이 특히 재미있습니다. 서양식 요리를 일본식으로 변경한 아이디어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나가사키의 '히가도'는 참치, 무, 당근, 고구마를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 간장으로 맛을 낸 조림 요리로 원래는 소고기를 기름에 볶은 조림 요리라고 합니다. 소고기 대신 붉은 빛의 참치로 변경하고, 기름을 많이 쓰지 않는 일본 요리처럼 소테 과정을 빼고 조림 요리로 변화시킨 겁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전통적 식문화의 완성, 그리고 근대에 외국 요리가 대거 도입되며 일어난 변화로 식문화사를 정리하는데 이 과정도 난반 요리와 유사한 점이 엿보입니다. 대표적인게 우스터 소스의 사용입니다. 간장을 만능 조미료로 사용했던 전통적 식문화에 기반하여, 쌀밥에 어울리는 우스터 소스를 서양 간장으로 이해하여 이를 적극 활용하게 된 것이지요. 중국 요리가 일본적으로 변형되고, 여기서 '시나 소바'가 '라면'으로 변화하는 과정도 같은 시각으로 설명합니다. 시나 소바는 원래 돼지고기와 닭뼈 스프에 구워서 조린 돼지고기를 얹고 후추를 뿌려 먹은 면 요리인데, 소바와 우동 등 전통적인 면류를 야식용으로 행상이 팔았던 것 처럼 야식으로 시나 소바가 활발히 팔리면서 일본적으로 변형된게 계기라고 말이죠. 그리고 예를 든 건 고명으로 차슈 외에 멘마, 나루토말이, 다진 파를 얹은 것입니다

이러한 식문화 역사가 1부 분량이며 2부에서는 식문화, 즉 예법과 용품, 조리법, 조리 기술 등을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법과 용품에 대한 내용은 딱히 흥미롭지 않았으며, 조리법 등을 소개하며 사시미, 스시, 스키야키, 두부, 라멘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은 다른 관련 서적에서 익히 보아왔던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아 실망스러웠습니다. 30여 페이지에 불과한 3부인 세계로 뻗어나가는 일본 식문화에 대한 소개는 정말 볼 내용이 없었고요.

이렇게 기대에 미치지 못한 2부, 3부의 내용 외에도 책의 완성도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도판이 부실한 점은 그렇다 쳐도 번역이 너무 엉망입니다. 보다 쉽게 쓸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어렵고, 맞춤법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음은 물론 오탈자도 많은 탓입니다. 번역을 전문 번역가가 아니라 요리 전문가가 했기 때문으로 보여지는데, 요리 전문가가 각종 용어에 대해서는 훨씬 잘 알 수 있기야 하겠지만 "제 2의 창작" 이라고 까지 불리우는 번역의 역할을 너무 간과했습니다. 어찌되었건 20,000원이라는 가격에 어울리는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한 국가의 식문화를 통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으로 인상적인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완성도에 걸맞는 가격은 아니라서 감점합니다. 같은 이유로 권해드리기는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