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5/06/30

올 여름 구입 목록 작성 ver 1.0

부활하는 남자들 1,2 (이언 랜킨) - 각 8,500원

망량의 상자 - 상/하 (쿄고쿠 나츠히코) - 각 14,000원

와일드 소울 1,2 (가키네 료스케) - 8,500원

핑거포스트, 1663 - 보급판 세트 (이언 피어스) - 19,800원

800만 가지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 12,000원

제리코의 죽음 (콜린 덱스터) - 10,000원

사라진 보석 (콜린 덱스터) - 10,000원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 미출간

라파엘로의 유혹 (이언 피어스) - 8,900원


새로 출간되는 책은 늘어만 가는데.... 돈은 없고 큰일이네요. 인터넷 서점의 추리 분야 리스트를 쭉 훝어보고 소장하고픈 책들을 한번 모아 보았습니다.

빨간색은 반드시, 어떻게든 사고 싶은 책이고 다른 책은 좀 더 검토 후에...

일단, 이언 랜킨이라는 작가는 한번 접해보고 싶어서이고 교코쿠 나츠히코의 작품은 어쨌건 제가 일본 추리 작품을 좋아해서, 그리고 모스 경감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팬이기 때문에 소장하고 싶으며 이언 피어스의 핑거포스트는 읽고 싶어한지 벌써 몇년 되어 가는데 책값의 압박 때문에 그간 좌절하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는 꼭 한번 사봐야 겠습니다. 여전히 비싸지만 그래도 "보급판"이라고 나왔으니 말이죠.

이것만 다 사도 8만원을 넘어가는군요. 솔직히 우리나라 책 값,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듭니다. 추리 독자로서 이 정도 작품군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는 감사하지만 문고본 형식으로도 간행되어 나와 주었으면 하네요.

2005/06/28

키스 미 데들리 (Kiss me Deadly 1955) - 로버트 알드리치 : 별점 1.5점

뉴욕의 사립탐정 마이크 해머는 어느 날 밤 한적한 도로에서 쫓기는 듯한 인상을 주는 미모의 금발 여인을 차에 태운다. 잠시 후 해머는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아 어딘가로 납치된다. 괴한들은 해머에게 수면제를 주사하고 여자를 고문하다가 두 사람을 차에 태워 절벽으로 떨어트려 사고로 위장하려 하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해머는 여자의 죽음에 얽힌 배후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계속되는 위협 속에서도 해머는 사건의 진상이 비밀스러운 상자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범인은 한발 먼저 상자를 가지고 달아나면서 해머의 비서 벨다를 납치한다. 가까스로 범인들의 아지트에 잠입한 해머는 충격적인 사실에 직면하게 되고,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종결된다.

미키 스필레인의 마이크 햄머 시리즈 영화입니다. B급 영화의 대부이자 필름 느와르의 거장이라고 하는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의 영화는 처음이네요. 평 자체가 워낙에 좋아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솔직히 지루하고, 기대보다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발표 당시로 부터 무려 50년이나 지난 후에 감상한 탓도 있겠지만 이야기를 관객에게 이해시키는데 실패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죠. 원작을 읽지 않아서 원작 탓인지, 각색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한 것은 확실해요. 예를 들자면 마이크 해머가 왜 사건에 뛰어드는지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하고, 범인들을 추적하는 단서들도 그다지 와 닿지 않습니다. 악당들 역시나 가만히 있었으면 조용히 해결될 것을 해머를 구태여 건드려서 일을 만드는 멍청한 행동만 과시할 뿐이고요. 게다가 가장 중요한 단서인 "Remember Me"라는 암호같지도 않은 시적인 문구는 공정함의 영역을 벗어난 반칙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갑자기 "핵"이 등장하는 것은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조그만 상자안에 뭔가 핵에 관련된 물질이 들어있다는 설정도 황당하지만 악당들이 그것을 얻어서 어떻게 할지도 알려주지도 않고, 더군다나 마지막 장면에서 상자를 열었더니 모두 불타버리더라....라니 이거 웃으라고 만든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 외에도 "미녀 비서" 벨다를 비롯해서 모든 여성 배우들의 미모가 기대 이하였다는 것도 저에게는 감점 요인이었습니다.

물론 영화 자체는 시대를 감안한다면 꽤 세련되고 괜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흑백의 톤을 잘 살려 시작부터 상당히 독특한 시각적 연출을 곳곳에서 보여주는 것이 역시 인정받을 만한 감독이라는 느낌이 들게끔 합니다. 특히 거울이나 방문등을 잘 이용한 미장센은 지금 보아도 독특한 맛이 있고요.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마쵸적인 느낌이 강한 주인공 마이크 해머 역시 설정만 본다면 완전히 "리썰 웨폰" 식인, 굉장히 현대적인 캐릭터라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나 이 부분은 원작 소설에 기댄 측면이 더 크겠죠.

여튼, 제가 무식한 탓도 있겠으나 저에게는 후대의 찬사를 얻을만한 부분이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대체 "펄프픽션"이 이 영화의 오마쥬라는 근거가 어디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이런 영화를 보면서 뭔가 느끼기에도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이젠 생각 별로 안하고 컨텐츠를 즐겨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겠죠? 별점은 1.5점입니다.

2005/06/27

인생을 훔친 여자 (화차) - 미야베 미유키 / 박영난 : 별점 4.5점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시아출판사

다리에 총상을 입고 휴직 중인 형사 혼마는 죽은 아내의 먼 친척인 구리자키 가즈야라는 엘리트 은행원에게 개인적인 사건 의뢰를 받게 된다. 그의 약혼녀 세키네 쇼코가 가즈야의 권유로 신용카드를 만들려다가 신용불량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직후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 의뢰를 수락한 혼마는 쇼코에 대한 조사해 나가다가 세키네 쇼코라는 실제 인물과 실종된 가즈야의 약혼녀는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되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입니다. 원제가 더욱 마음에 드는데 개정판이 나오면서 "인생을 훔친 여자"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출판되었네요. "천재 정신과 의사의 살인광고"처럼 제목으로 범인을 알려주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제목에서 내용을 짐작케 하기 때문에 별로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건, 이 작품은 신용불량과 개인 채무, 파산을 소재로 하여 사회파적인 기법의 추리소설로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혼마가 가즈야의 의뢰로 세키네 쇼코를 찾아 다니는 전반부와 실제 그녀의 정체를 깨닫고 그 동기와 방법을 밝혀내는 후반부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야기의 전개가 자연스러울 뿐더러 진상이 밝혀지게 되는 이유들이 합리적으로 잘 짜여져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범인 세키네 쇼코-신조 교코에 대한 묘사가 압권입니다. 살인범이지만 그러한 행동이 이해가 될 수 있을만큼 개인 채무에 대한 공포와 그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거든요. 덕분에 감정이입은 물론 굉장히 높은 설득력을 보여줍니다. 또한 세키네 쇼코-신조 교코가 철저하게 제 3자로 등장하여 그녀의 심리는 절대로 표현되지 않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도 독특한 점으로 작품의 냉정하고 공포스러운 면이 배가되는 듯 싶더군요.

그리고 추리적으로는 사회범죄를 다룬 사회파 기법의 작품답게 사회파 형사들의 추리 - 수사방식과 유사한 탐문과 증언 등을 토대로 수사가 이루어지는데 수사하는 과정의 디테일이 잘 살아있을 뿐더러 추론을 통해 진상을 짐작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부분이 흥미진진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추리 애호가들에게는 트릭이 그다지 돋보이지 않아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신조 교코가 타겟이 되는 인물의 데이터를 빼 내는 방법에 대한 부분만큼은 명쾌하고 잘 짜여져 있어서 만족스러웠고요.

결론적으로는 추천, 아니 강추작입니다. 혼마 형사의 주변 묘사가 좀 지루할 정도로 많이 등장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완벽한 작품이에요. 일본 추리 문학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 추리작가들은 많이 있고 국내에 소개된 작품 역시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4.5점입니다. 이러한 사회 범죄를 다룬 작품은 많이 있긴 하지만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점에서 보험악용을 소재로 한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라는 작품과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군요.

PS : 이 책을 읽고 나니 군대있을때 부대 간부가 어느날 카드를 칼로 박살내며 저에게 한 말이 기억나더군요. "카드는 인류의 적이야!" 김중사님.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