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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31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1~12 연금술 살인사건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 별점 0.5점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2 - 2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권을 한 번에 읽었네요. 장편에 조금 못 미치는 길이의 "연금술 살인사건"과 단편 "고도 1만 미터의 살인"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먼저 "연금술 살인사건"을 소개하자면, 김전일이 주식 투자로 저축을 날려버린 겐모치 경부의 부탁을 받고, 거액의 금이 숨겨져 있다는 섬 '연금도'로 떠난 후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린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정말 해도 너무한 망작입니다. 하나의 통짜 금속으로 이루어진 문을 하룻밤 사이에 원하는 부분만 녹여서 돌파한 뒤, 나오면서 다시 완벽하게 메꾸어 밀실을 만든다는 트릭이라니... 벽을 뚫고 나간 후 다시 메워서 밀실을 만든다는 황당한 아이디어보다도 더 말이 안 되는 , 만화적 상상력에 불과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리 융점이 낮은 금속이라 해도, 하룻밤 만에 이 모든 작업을 완벽하게 마무리한다는 건 범인이 용접의 신이라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게다가 범인을 옭아매는 단서인 제비뽑기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종이 한 장의 번호가 다르다는 게 그렇게 중요한 단서인지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처음에 카미오카가 "나는 후카모리 호타루의 팬이라 참여했다"고 말했던 만큼,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요.

또한 경찰이 신상만 조사해도 동기가 누구에게 있는지 뻔히 드러나는데, 이런 외딴섬에서 불편하게 살인을 저지를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점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인기 있을 만한 소재들—외딴섬의 저택, 보물찾기, 밀실 살인사건, 연쇄살인, 고정 캐릭터 출연 등—을 긁어모아 작위적인 모래성을 쌓은 것, 그것이 이 작품의 정체입니다. 모든 면에서 부실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어요. 별점은 0.5점입니다.

두 번째 작품 "고도 1만 미터의 살인"도 마찬가지로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뻔한 전개도 문제지만, 그나마의 증거라는 것이 '냄새'라는 점도 황당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약 밀수를 파헤친 부하와 함께 비행하는 기장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네요. 간만에 등장한 아케치 경시가 또다시 슈퍼맨 같은 능력을 선보이는 것 외에는 건질 것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역시 0.5점.

그래서 두 작품 합친 별점도 0.5점입니다. 이제는 정말 이 시리즈가 왜 계속되는지 모르겠네요. 최근 몇 년 사이 계속된 망작들 출간에도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남겨준 이름값이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완전히 사라진 느낌입니다. 차라리 김전일이 죽어버려서 시리즈를 끝내는 것이 늦었지만, 남아 있는 유일한 선택이 아닐까 싶네요. 어쨌든 저는 이제 더 이상 이 시리즈를 찾아볼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2011/07/27

명탐정은 밀항중 - 와카타케 나나미 / 권영주 : 별점 2점

명탐정은 밀항중 - 4점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노블마인

이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쇼와 시대 초기 국제 여객선을 무대로 한 연작 단편집입니다. 설정에 걸맞게 많은 등장인물과 특이한 장소, 상황을 이용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각 작품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작가 특유의 연작 단편 분위기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습니다. 시끌벅적한 소동은 정도가 과했고, 무엇보다도 추리적으로 너무 부족해서 좋게 평가할 점이 거의 없네요. 작가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블랙코미디 요소는 어느 정도 살아있었지만, 단순히 웃음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나은 선택이겠지요.

그나마 스즈키 류자부로의 기묘한 여행기가 에필로그와 연결되는 아이디어는 괜찮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의 작위성이 너무 심해서 전체적인 인상을 망쳤습니다. 처음부터 노리고 썼다는 티가 너무 많이 났거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추리적인 요소가 너무 빈약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이긴 하지만, 최근 작품들은 만족스럽지 못하군요. 추리소설 애호가나 작가의 팬, 그 누구에게도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이라도 만회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수록작별 간단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살인자 출범하다"

롤러스케이트장에서 발생한 기묘한 살인사건. 범인이 하코네호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신문기자 후지키의 추적이 펼쳐진다는 이야기.

문제는 후반부의 갑작스러운 진상이 흐름을 망친다는 겁니다. 진범의 독백으로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에게 알려주는데, 배경 설명도 부족하고 관련된 단서도 거의 없어 당황스러울 뿐이었어요. 이런 전개라면 추리소설이라고 부르기 어렵죠. 별점은 1점입니다.

"아가씨 승선하다"

어딘가의 앤솔로지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정확히 어디에서 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남작가의 딸이 벌이는 탈출 소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장난스러운 소동 자체는 즐길 만했지만, 핵심 트릭이 단순한 말장난이라는건 아쉽습니다. 그래도 탈출을 막기 위한 주변 인물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가상했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고양이는 항해 중"

항해 중 발생한 살인사건과 그에 대한 진상을 다룬 작품인데, 기본 설정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황당할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닮았다 해도 남자가 여자로 완벽하게 변신할 수 있을까요? 이 정도면 변장이 아니라 변신이죠. 애초에 이렇게 변장을 할 계획이었다면 구태여 살인사건을 일으켜 복잡하게 만들 필요도 없었을 테고요. 점수를 줄 여지가 전무합니다. 별점은 0.5점입니다.

"명탐정은 밀항 중"

표제작으로, 전통적인 트릭인 1인 2역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작가 특유의 일상계스러운 분위기와 등장인물들 간의 밀고 당기는 심리 묘사가 괜찮았어요. 길치인 탐정역의 삼장스님 캐릭터도 매력적이었고요. 일상계적인 요소, 설득력 있는 트릭, 유쾌한 캐릭터와 심리 묘사가 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유령선 출몰"

승객들이 선상에서 괴담회를 열고 발표한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범인을 옭아맨다는 독특한 구성을 가진 작품입니다. 특정 무대에서 펼쳐지는 괴담회라는 설정은 에도가와 란포나 고사카이 후보쿠 등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쇼와 시대 초기라는 작품 배경과 잘 어울렸어요. 

문제는 전개와 결말이 너무 진부했다는 점입니다. 결말이 조금만 더 신선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너무 뻔한 내용이라 아쉽더군요. 현대 독자가 읽기에는 어중간한 작품입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선상의 악녀"

아이의 일기장을 통해 전개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던 소품입니다. 결말도 깔끔하게 마무리되었고요. 그러나 설정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점은 아쉬웠어요.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만한 깊이 있는 고민이 더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이별의 뱃고동"

항해의 마지막을 앞두고 벌어진 가면무도회에서의 ‘장난’을 파헤치는 이야기와 주요 등장인물들의 결말을 그리는 에필로그로 이어지는 작품입니다. 소소한 일상적인 분위기는 괜찮았지만, 과연 이게 이야기로서 의미가 있는 사건인가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평범했습니다. 대미를 장식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작품이었어요. 그래도 깔끔하게 마무리되는건 좋았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사실 이 단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가면무도회에서의 기상천외한 분장이었습니다. 온몸을 종이로 둘둘 말고 벽에 머리를 기대 서 있는 분장, 과연 무엇일까요? 정답은 ‘피사의 사탑’!

2011/07/24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 김희상 : 별점 4점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 8점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갤리온

이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유명 변호사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가 직접 맡았던 11건의 기막힌 사건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논픽션. 현실이 영화나 소설보다 더욱 놀랍다는 명제를 잘 보여줍니다. 책에 실린 모든 사건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막힌 이야기들이거든요. 혼인 서약을 지키기 위해 악처의 잔소리를 40년이나 참아온 존경받는 의사가 아내를 도끼로 무자비하게 살해한 사건, 일본인 사업가 타나타의 금고를 털려다 오히려 범죄 조직 보스까지 엮이며 모두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 교통사고로 폐인이 된 동생을 살해한 누나의 이야기 등이 그렇습니다. 하나하나가 한 편의 소설보다도 더 놀라운 이야기로 설정도 극단적이고 묘사 역시 끔찍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픽션이라 의심될 정도였습니다.

그중에서 추리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건 세 가지를 꼽자면, 첫 번째는 ‘고슴도치’ 편입니다. 범죄자들로만 이루어진 가족에서 유일하게 똑똑했던 주인공 카림이 뛰어난 작전으로 형을 무죄로 만드는 재판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작전이 대단히 교묘하지는 않지만, 형제들의 얼굴이 비슷하다는 점을 잘 이용한 현실적으로도 와닿는 내용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이러한 변호를 진행한 저자도 사실 썩 양심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손해 본 사람이 없으니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만족한 사건이었겠죠.

두 번째는 콜걸로 일하는 여대생 살인 사건 재판을 다룬 ‘서머타임’입니다. 제목 그대로 서머타임을 이용해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무죄로 만드는 극적인 재판 과정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검찰 측의 결정적 사진 증거, 즉 용의자가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 찍힌 사진에서 손목시계 시간을 보여주는 장면은 한 편의 영화 클라이맥스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용의자가 여대생을 돈으로 산 부도덕한 인간이라는 점은 문제지만, 이후 이혼 소송을 당하는 등의 결말이 나오니 나름대로 죗값을 치른 셈이겠죠?

마지막으로는 자신을 칼과 야구방망이로 협박하던 네오나치 양아치를 단 한 번의 반격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정체불명의 인물 변호를 다룬 ‘정당방위’입니다. 스티븐 시걸 영화에서나 봄직한,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두 명의 건달을 쓰러뜨린 수수께끼의 인물이라는 도입부부터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이 인물을 위해 국제적인 조직이 움직이며 결국 그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내려집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가 정체를 숨긴 채 또 다른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될 수도 있다는 반전이 더해지면서 이야기가 끝을 맺죠. 현실 세계의 "자칼" 같은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놀라운 사건들이 가득해 읽는 재미도 뛰어나지만, 법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모든 범죄가 일률적으로 같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지기도 하고요.

재미와 더불어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2권이 출간되어 있던데, 빨리 구해서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