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1/07/23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 히가시가와 도쿠야 / 현정수 : 별점 2.5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 6점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이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부호 호쇼 가문의 딸이지만 신분을 숨기고 형사로 근무하는 레이코가 자신이 맡게 된 괴상한 사건을 집사 가게야마에게 털어놓으면 – 제목 그대로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 가게야마가 그 이야기만 듣고 진상을 추리해내는 전통 안락의자 탐정물입니다.

이 작품의 장점이라면 읽기 편하고 유머러스한 전개, 그리고 정통 안락의자 탐정물에 걸맞은 추리적인 재미와 공정한 단서 제공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추리적인 재미는 상식을 뛰어넘는 괴이한 사건 현장이 굉장히 상식적인 이유로 그러한 결과가 빚어졌다는 점을 밝혀내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 과정은 정통 본격물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잘 짜여져 있고요. 단편으로 구성된 점 역시 고전물 느낌을 강하게 전해주고, 트릭들도 꼼꼼하고 치밀하게 배치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그러나 지나칠 정도로 과장된 캐릭터와 배경 설정 때문에 작품을 읽는 내내 소설보다는 만화나 드라마에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호 형사와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명탐정 집사 가게야마라는 캐릭터의 설정과 성격은 재미는 있지만, 정통 추리소설 애호가에게는 다소 가벼워 보이거든요. 물론 모든 추리소설의 명탐정들이 팍팍하게 살아가는 알코올 중독 독신남일 필요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현실성은 유지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또한, 트릭이 꼼꼼히 배치된 것은 맞지만 다소 작위적이며, 몇몇 트릭은 추리 퀴즈 수준이라 더더욱 만화나 드라마로 완성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밝고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유머러스한 전개와 트릭이 잘 결합된 작품이라 추리소설 입문자에게는 적합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권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살인 현장에서는 구두를 벗어주십시오.

부잣집 아들 형사, 재벌가 아가씨 형사 컴비와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인 집사 캐릭터가 소개되는 단편집의 도입부 역할을 수행하는 작품입니다. 집 안에서 부츠까지 신은 채 살해된 시체가 발견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경찰의 치밀한 수사로 해결될 수도 있지만, 목격 증언의 맹점을 찌르는 전개와 시체 상태에 대한 설득력 있는 추리가 잘 결합된 소품으로 범인에 대한 추리까지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별점은 2.5점. 도입부로는 적절했어요.

독이 든 와인은 어떠십니까.

자살로 보이는 동물병원 원장의 죽음이 사실은 타살일 수도 있다는 의문을 풀어내는 작품으로, 밀폐된 와인병에 독을 주입하는 트릭과 한밤중 촛불 같은 불빛에 의지해 범행의 뒷처리를 한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두 가지 수수께끼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트릭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죠. 추리 퀴즈 수준의 내용이라 다소 아쉬웠어요. 꼼꼼한 묘사가 필요 없는 만화라면 더 괜찮았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아름다운 장미에는 살의가 있습니다.

장미 덤불 안에서 미녀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을 그린 작품입니다. 고양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추리의 과정이나 논리가 합리적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동기도 명확하지는 않지만, 설득력은 있었고요. 

그러나 시체를 옮긴 방법이 독자에게 단서를 제공하기 위한 설정일 뿐, 실제로는 그다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일부러 장미 덤불에 시체를 옮겨 놓은 이유도 작위적인 느낌이 들고 말이죠. 본격물다운 공정함에 너무 신경 쓴 탓일까요? 과유불급이란 말이 떠오르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신부는 밀실 안에 있습니다.

결혼식장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미수 사건을 다룬 소품입니다. 트릭은 뻔하지만,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을 이용해 진상을 밝혀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어요. 일상계 추리물로는 상급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재벌가의 결혼식이라는 과장된 설정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약점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을 전개에 녹여냈다는 점에서는 플러스 요소가 될 수도 있겠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양다리는 주의하십시오.

자신의 집에서 알몸 상태로 발견된 키 작은 남자 사건을 다룬 이야기로, 현대인의 필수 소품이라 할 수 있는 '키높이 깔창'을 가장 중요한 트릭으로 사용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시의적절하기도 하고, 정말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어요.

그러나 범인이 무려 두 명이나 되는 목격자에게 목격된 상황에서 단순히 키 차이만으로 빠져나간다는 설정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인상착의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점도 아쉬웠고요. 또한, 키 차이를 부각하기 위해 허리를 삐끗한 환자를 등장시킨 설정이 너무 작위적이었어요. 불가사의한 현장을 일상적인 트릭과 결합한 구성은 좋았지만, 전개가 아쉬웠달까요. 그래도 여러모로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 별점은 3점입니다.

죽은 자의 전언을 받으시지요.

사설 금융업체 여사장 살해 사건을 다룬 이야기로, 대단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지만 지워진 다이잉 메시지와 창문으로 던져진 흉기 등 몇 가지 단서를 통해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이 합리적이고 깔끔했습니다. 또, 가게야마가 액션을 펼치며 대활약하는 등 팬서비스적인 요소도 확실히 느껴졌어요. 무리수가 좀 보이긴 했지만, 평균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11/07/16

헤드헌터 - 요 네스뵈 / 구세희 : 별점 3점

헤드헌터 - 6점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살림

이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업계 최고의 헤드헌터 로게르 브론은 사실 자신에게 찾아온 고객의 정보를 이용하여 그들이 가진 귀한 그림을 훔치는 도둑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익이 시원치 않아 고민하던 그는 GPS회사 CEO로 영입대상인 클라스 그레베가 루벤스의 그림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엇다. 곧바로 그림을 훔치기 위해 클라스 그레베의 집에 잠입한 로게르는 그림을 훔쳐내는데 성공했는데, 그의 귀에 아내의 휴대폰 벨소리가 들려왔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보기 힘든 북유럽,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범죄 스릴러 소설입니다. 도서출판 살림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읽게 되었네요. 리뷰에 앞서 살림 출판사와 담당자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노르웨이 작품이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헐리우드 서스펜스 스릴러 형식이기에 북유럽이나 노르웨이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려웠어요. 작가 이름과 무대만 바꾸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요.

물론 '전형적'이라는 말은 그만큼 잘 먹히는 요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재미 하나만큼은 확실한 편입니다. 그야말로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에 어울리는 작품이었어요. 로게르 브론이 점점 궁지에 몰리는 과정이 숨 쉴 틈 없이 진행되며, 사건의 진상이 중반부에 밝혀짐에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로게르 브론의 두뇌 싸움이 살벌하게 펼쳐져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거든요.

이러한 스릴러적 속성과 함께 정교하게 짜인 구조는 추리적으로도 상당한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전개 도중에 별것 아닌 것처럼 던져진 단서들이 모두 의미가 있고,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죠. 두뇌게임도 적절하게 구성되어 결말도 무척 깔끔했습니다.

또 로게르 브론이라는 초엘리트 헤드헌터이자 미술품 절도범이라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잘 형상화한 점도 작품의 재미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부유한 시내 거리를 바라보며 "이것이야말로 산업노동자들을 짓누른 서비스업의 승리, 주택 부족 현상을 덮어 버린 디자인의 승리 그리고 현실을 가린 허구의 승리가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를 만나는건 쉽지 않은 일이지요 (홍대 거리에 적합한 표현이 아닐까 싶네요.)"나는 내 시각대로 삶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것, 그러니까 파울로 코엘료 같은 방식으로 말하는 솜씨가 꽤 좋았다.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 조금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짜증만 안겨주는 그런 식 말이다."라는 대사도 인상적이었고요.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디테일도 빼어납니다. 헤드헌터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야기하는 다양한 심문 기술, 미술품 절도 행각에서의 세세한 묘사는 굉장한 설득력을 보여줍니다.

반면 단점도 확실합니다. 클라스 그레베가 로게르를 옭아매는 이유가 영 현실성이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로게르가 변심했지만, 클라스 그레베의 능력이라면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테니까요.

또한, 우연에 의지한 전개가 많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초·중반부 두 번의 위기(우베의 외딴 은신처와 도로에서의 교통사고)에서 로게르가 살아남은 것은 정말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마지막 반전에서 로게르가 클라스 그레베를 이길 수 있었던 것 역시, 클라스 그레베가 전날 디아나를 찾아갔다는 점과 자신의 생각대로 일이 풀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에 기초한 것이었고요.

마지막으로 이야기 구조 자체가 너무 의도적으로 짜였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앞서 정교하게 짜인 구조가 좋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완벽한 구성을 만들기 위한 의도가 지나친 나머지 몇몇 단서는 너무 노골적으로 배치되고 사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로게르 브론이 그림 도둑이라는 설정은 상당히 중요해 보이지만, 디아나의 불륜을 눈치채는 계기가 된 것 외에는 딱히 필요한 설정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잘 짜인 두뇌 싸움이 서스펜스 스릴러와 어우러지며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있거든요. 별점은 3점. 이번 휴가 때 챙겨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11/07/14

뿔났다 (구 : 엄마는 저격수) - 오기와라 히로시 / 박현석 : 별점 2점

뿔났다 - 4점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박현석 옮김/나래북.예림북

엄마는 저격수 - 4점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박현석 옮김/나래북.예림북

이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코는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평범한 회사원의 아내로 30년 상환의 집에 살며, 손바닥만한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극히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러나 그녀는 어릴적 미국에서 외할이버지에게 양육되며 온갖 종류의 총기에 달통하며 다양한 호신술을 익힌, 그리고 16세 때 사람을 암살한 과거가 있는 킬러이기도 했다...

"벽장 속의 치요", "하드보일드 에그"를 통해 접했던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처럼 ‘소녀가 킬러’라는 설정이나 ‘평범해 보이는 가정주부나 남편이 사실은 비밀요원이었다’ 같은 설정은 굉장히 흔한 편입니다. 그래서 설정 자체는 별로 새로울 게 없죠. 하지만 "하드보일드 에그"에서 느꼈던, ‘평범한 삶에 급작스럽게 찾아온 위기’라는 소재에서 극적 재미와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잘 발휘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성장하며 킬러로 거듭나는 소녀의 이야기와,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의뢰받은 암살을 성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요코의 이야기가 번갈아 보여지는 전개도 무난하면서도 매끄럽습니다. 특히 암살 과정을 다룬 중반부는 정말 최고였어요.

만화 같은 이야기지만, 꼼꼼한 작가의 묘사 덕분에 작품도 설득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30년 상환의 집을 가지고 있고 두 자녀가 있는 가정주부 요코의 캐릭터가 잘 표현된 것은 물론, 총과 암살 방법에 대한 디테일도 상당한 수준이거든요. 또 전형적인 캐릭터 구축 방식이긴 했지만, 딸 다마키의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감정이입할 만했습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조금 별로다 싶더니, 결말은 그야말로 대형 사고급이었습니다. 정체불명의 암살 의뢰인 K의 정체에 대한 일종의 반전과 급격한 심리 변화를 그리고 있는데 너무 극단적이었던 탓입니다. 자신이 암살한 대상자들이 나타난다는 환영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을 묘사한 부분은, 그동안 자녀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분투해온 요코라는 캐릭터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았어요. 또 작가 특유의 유머,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거의 담겨 있지 않은 것도 아쉬웠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현실적인 가정주부 킬러라는 소재를 비교적 설득력 있게 그려내긴 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는 못한 작품입니다. 대체로 예상 가능한 상상력의 범주 안에 속했다고 할까요. 물론, 더 나아가면 그야말로 만화가 될지도 모르지만요. 킬링 타임용 작품으로 재미는 있지만, 구태여 찾아 읽을 작품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