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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2

흑거미 클럽 - 아이작 아시모프 / 강영길 : 별점 3점

흑거미 클럽 - 6점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강영길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업무 때문에 차를 자주 가지고 다녀서 책을 읽을 시간이 별로 없는 요즈음입니다만, 석원님의 포스트에서 관련 글을 읽고 필받아서 읽게 된 작품입니다. 예전에 읽었었지만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차에 후루룩 읽고, 마침 리뷰도 작성하지 않았기에 새로운 마음으로 써 봅니다.

SF로 더 유명한 작가 아시모프의 단편집입니다. 제목 그대로 "흑거미 클럽"이라는 일종의 사교 클럽을 무대로 하고 있고요.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은 매 단편마다 바뀌는 초대 손님이 가져온 사건을 클럽 회원들이 분석을 거듭하며 나름의 의견들을 내놓다가, 마지막 진상은 급사 헨리가 탐정역을 수행하며 밝혀낸다는 전개입니다. 예외인 작품도 있긴 하지만요.

또 외부에서 가져온 사건에 대해 토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줄거리의 핵심 요소인 만큼 안락의자형 추리물에 가깝지만, 클럽 회원들의 직업이 전문성 높은 변호사나 암호전문가, 화학자, 수학자 등일 뿐더러 각자 성서나 영문학 등 특이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라서 사건에 대한 전문가적인 지식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에 제공되는 정보의 수준이 높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현실적이면서도 현학적인 재미를 전해주거든요. 이러한 점은 "구석의 노인"과 같은, 단순히 이야기 전달자와 탐정이 등장하는 구조에서 한단계 진보된 설정으로 여러모로 설정면에서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추리사적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탐정역의 급사 헨리의 캐릭터도 조용하지만 신중하고 냉정한 면이 꽤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단편 끝부분에 아시모프가 추가한 개인적 내용의 글들이 추가되어 있는데 이 후일담도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글을 쓸 때의 상황이나 아시모프의 유머 등이 잘 표현되어 있는데 작가 아시모프도 상당히 즐기면서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에서 추리적 요소는 그다지 대단하거나 기발하지 않다는 점은 아쉽네요. 사건들도 평범한 사건들 위주고요. 아울러 아시모프의 담백한 문체도 심심했으며 작가 특유의 불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장황하게 나열하는 부분도 많아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래도 단점보다는 즐길거리가 훨씬 더 많은 것은 분명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저와 같은 추리단편집 팬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작품집으로 추천하는 바입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는 추리적으로는 "일요일 아침 일찍", 내용적인 기발함과 재미로는 "회심의 미소"와 "뚜렷한 요소"를 꼽고 싶네요. "가짜 Ph"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남자들만의, 그리고 회원들은 모두 "닥터"의 호칭을 가지는 기발하고 명석한 사교클럽, 저도 가입하고 싶습니다!

2005/06/09

바다의 어둠, 달의 그림자 - 시노하라 치에 : 별점 2.5점

바다의 어둠, 달의 그림자 17 - 6점
시노하라 치에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사이좋은 쌍동이 자매 코바야카와 루카와 루미는 같은 학교 육상부 소속으로 육상부 선배 토우마 카츠유키를 서로 짝사랑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배는 루카를 선택했고, 육상부 합숙에서 의문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루미는 자신에게 생긴 초능력으로 루카를 죽이려 했다.
루미는 선배의 도움과 조사로 초능력은 바이러스 때문에 생겼으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날은 선배의 고백으로 루카에게는 인생 최고로 기쁜 날, 루미에게는 최악의 날이 되었기 때문에 루카는 선한 마음을 유지한 채 초능력을 얻었고 루미는 사악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걸 알아냈다.
루미는 자신의 혈액으로 다른 사람을 감염시켜 조종하는 능력으로 가족과 학교 친구들, 마을 사람들을 감염시켜 루카를 궁지로 몰아갔지만, 루카의 혈액은 루미에게 감염된 사람들에게 혈청으로 이용할 수 있었고, 이를 이용해 루카는 지배와 정복욕이 커져 가는 루미에게 맞서 싸우는데...


꽤 오래되긴 했지만 상당히 유명한 만화죠.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어진 히트작이기도 하고요. 한번 읽어 보고 싶었었는데 그동안 기회가 닿지 않다가 우연찮게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기본 설정만 놓고 보면 뻔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초능력물로 착한(?) 여주인공이 나오는 약간 순정만화적인 분위기는 "붉은 이빨"과 유사합니다. 초능력자들이 초인 록크의 "에스퍼"들 처럼 자연 발생(?)한게 아니고, 어떤 핏줄이거나 돌연변이도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건 바벨 2세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하고요. 그리고 자매(쌍둥이)가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비극도 많이 등장했던 설정입니다. "데카맨 블레이드"처럼요.

하지만 단지 뻔하고 단순한 초능력물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인기를 끌만한 요소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선과 악의 숙명적인 싸움이 "한 남자" 때문이라는, 굉장히 작으면서도 개인적인 이유라는게 독특하고 좋았습니다. 루카가 욕망을 이루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조종하고 잔인하게 살해하는 과정, 여기서 욕망이 서서히 발전해 나가는 전개도 굉장히 현실적이라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캐릭터의 성격이 확실해서 이야기의 중심이 잘 서있다는 장점도 큽니다. 주인공들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갈팡질팡 심리를 보이지않고 선역은 끝까지 확고한 선역, 악역 역시 끝까지 확실한 악역으로 남음으로 단순하지만 확실한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거든요. 
두 쌍동이 자매의 순정만화같은 디테일한 심리묘사도 좋아서 몰입하여 읽도록 해 주고요.

그러나 의문의 사나이 존슨의 등장 이후에는 스케일도 엄청 커지고, 새로운 초능력자들이 나오면서 뻔한 초능력물의 궤도를 따라가버려 아쉽습니다. 무협지스러운 재미는 있지만, 보다 현실적이고 소박한(?) 한 마을과 가족을 서서히 침식해 가는 악의 세력 확장 부분이 색다른 매력을 전해주었는데 그런 맛은 사라지고 마니까요.

그래도 평범한 초능력 액션물을 넘어서는 재미는 전해 줍니다. "바벨2세"의 무한루핑 대결이나 "붉은 이빨"의 너무나도 허무한 결말에 비추어본다면, 이 두 전설(?)같은 작품들보다 나은 점도 분명 있고요. 선과 악의 대결이 펼쳐지는 초능력물에 대한 모범답안 중 하나랄까요?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은 아니고 지금 읽기에는 낡은 느낌도 들지만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워낙 마이너하고 컬트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05/06/08

경제 저격수의 고백 - 존 퍼킨스 / 김현정 : 별점 4점

경제 저격수의 고백 - 8점
존 퍼킨스 지음, 김현정 옮김/황금가지

실제로 "경제 저격수"로 10여년간 일해온 존 퍼킨스의 고백담. 스스로의 양심에 너무나 반하는 행위로 인해 결국 경제 저격수로 일하며 쌓은 위치와 돈을 포기한 후 여러 협박과 주위의 압력을 이겨내고 기록한 내용입니다. 제목만 보면 그다지 끌리는 제목은 아니지만, 한번 손에 잡으니 맨 뒷장까지 손뗄 수 없게 하는 재미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요 소재인 "경제 저격수"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타 국가의 경제를 유린하는 인물로 설명됩니다. 예를 들면 한 국가의 전력 예상 수요를 굉장히 높이 산출하여 발전소나 댐 등의 사회 간접 자본에 대한 외자, 여기서는 미국의 돈을 쓰도록 유도한 후 실질적인 개발은 미국 기업에서 담당하여 결국 돈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해당 국가에는 어마어마한 채무만 쌓이게 하는 그러한 작업들을 진행하는 인물들이죠. 뭐 미국 입장에서는 애국자일 수도 있겠지만 해당 국가들이 볼때에는 정말이지 해도 너무한 상황들만 진행되게 됩니다.

이러한 행위 중 저자는 주로 "석유"를 주 매체로 삼아 활동한 만큼 남미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의 "활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왠만한 픽션을 넘어서는 재미가 넘칠 뿐더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더군요. 이런 경제적 날강도 행위 이외에도 해당 국가의 위정자에 대한 여러가지 공작, 특히나 저자의 고백대로 미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너무나 청렴하고 고결한" 지도자가 등장하였을 경우에 경제 저격수가 실패하면 결국 "자칼"이 등장한다는 대목과 그 실례 -에콰도르와 파나마의 지도자가 암살당하고 결국 두 국가가 추구하던 노선이 변경되는 과정- 는 정말 충격적입니다. 파나마의 노리에가 사건은 저도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그 실체를 알고 나니 더욱 화가 나네요. 저자의 말대로 앞으로 세계 정세, 특히 개발 도상국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 저도 좀 차분히 분석해서 봐야 겠습니다. 대부분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읽고 나니 상당히 미국 의존도가 높았고 지금도 높은 우리나라를 생각해 볼때에는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빼앗기고 있는 걸까요? 거기에 아직도 석유재벌 "부시" 가문을 추종하는 인간들이 많다는 것에는 정신이 아득해지고요. 여의도 광장에 운집하는 이른바 "건전 보수 세력"에게 꼭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그림자 정부"같은 황당무계한 책 보다는 이런 책이 보다 잘 팔렸으면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무리일까요?

여튼 별점은 4점. 저자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많이 팔려서 이러한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PS : 이미 책이 발표되었으니 그럴리야 없겠지만 저자에게 "자칼"이 등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봤자 우리나라에서는 기사화도 안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