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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7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2023) - 케네스 브래너 : 별점 3점

명탐정 에르큘 푸아로는 은퇴 후 베니스에서 조용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푸아로의 친구이자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 올리버가 찾아와 심령술사 조이스 레이놀즈에 대해 검증해 달라고 부탁했다.
할로윈 날, 교령회가 열리던 로웨나 드리에크의 저택을 방문한 푸아로 앞에서 조이스는 죽은 로웨나의 딸 알리시아의 목소리로 "나는 살해당했다, 범인은 이 안에 있다"고 말한 직후 살해당하고 말았다.
마침 몰아친 폭풍우로 저택마저 고립되었고, 푸아로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맞서 싸우면서도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였다. 그 와중에 로웨나 집안의 주치의 레슬리마저도 잠긴 방 안에서 칼에 찔려 죽은 시체로 발견되는데....


딸아이 때문에 가입한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감상한 영화입니다. 캐네스 브래너의 푸아로 시리즈 전작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나일강의 죽음"은 원작도 원작이지만, 영화 버전으로도 이미 감상했기에, 아무리 추리 애호가라지만 별로 볼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제가 원작 "핼로윈 파티"를 읽지 않았던 덕분에 흥미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 제목부터 "A Haunting in Venice"인 것처럼, 전통적인 '저주받은 저택' 소재의 호러물과 결합되어 있다는 특징이 눈에 띕니다. 등장인물들이 머물고 있는 저택에 유령이 많다는 설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초반부 교령회에서부터 시작해 푸아로가 세면대에서 유령을 보는 장면 등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이 많거든요. 주로 탐정과 등장인물들 간의 대사로 전개되고, 액션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으며, 범행이 일어나는 장면도 대체로 숨겨져 있어서 - 범인이 드러나면 안되므로 - 시각적으로 볼거리가 없는 정통 고전 본격 추리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였을 텐데,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덕분에 지루함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촬영과 미술도 뛰어납니다. 인물들은 물론 무대가 되는 저택 곳곳의 디테일도 좋고, 모두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추리적으로도 볼만했습니다. 푸아로가 유령을 보고 느낀 이유가 약물에 중독된 탓이며, 이를 통해 과거 알리시아의 죽음이 약물로 인해 벌어진 사고였다는 추리로 이어지는데, 그 과정도 합리적이고, 약물이 들어있는 '꿀'에 대한 묘사가 곳곳에 등장하는 식으로 단서도 공정히 제공됩니다. 그리고 범인이 엄마 로웨나였다는 진상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습니다. 살아남은 등장인물들 앞에서 펼치는 추리쇼도 고전적이면서도 멋있었습니다.

물론 관객이 약물에 대해 알아채는 건 다소 한계가 있고, 로웨나가 오랜 시간 동안 '꿀'을 없애지 않은 이유도 설명되지 않는 등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푸아로가 은퇴하여 은거하고 있던 중이라는 설정도 구태여 넣을 필요가 있을까 싶고요. 일부 지루한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고전 정통 추리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잘 만든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2021/09/17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설혜심 : 별점 3점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6점
설혜심 지음/휴머니스트

지적인 흥분과 읽는 재미를 동시에 전해주는 여러 미시사 저작물을 발표했던 설혜심 교수의 신작입니다. 책을 펴낸 이유를 설명하는 서두를 보니, 코로나로 인해 여러모로 쌓였던 스트레스 해소 차 썼다고 합니다. 본업과 별개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이만한 책을 쓸 수 있다니, 그 내공이 정말 놀랍네요.

하여튼, 저자 스스로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 다시 읽기'로 요약할 수 있다는데 독자가 보기에는 'B급 문학을 역사 연구의 소재로 활용'해보는 모험적 시도의 결과물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립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을 통해 당시 '영국의 세계관'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일종의 미시사 서적이니까요. 그만큼 여사님 작품이 당시의 실재를 잘 반영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사님 작품에 온갖 저택이 중요하게 등장하는 이유가 대표적입니다. 여사님 본인이 집 보러 다는게 취미일 정도로 열성적인 부동산 투자자이기도 했습니다만, 당시 영국인들이 대체로 집에 대한 집착이 어머어마했다는걸 설명해 주거든요. 이 집착이 '대영제국'을 만들었다는 해석도 그럴 듯 했습니다.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인들은 새로운 땅을 발견하면 거창하고 복잡한 소유권 선언 의식부터 했는데, 영국인들은 사는 집부터 짓고 자기 영역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랍니다. 점유를 통해 해당 땅을 지배한다는 현대적인 부동산 논리인 거지요. "아무리 낡아 빠진 집이라도 그것이 살인의 동기가 될 수 있다."푸아로가 말하는 작품도 있는데, 이제야 그 좀 납득이 되네요.

1차, 2차 세계 대전 중 '병역 면제'에 대한 사실과 사회적 인식도 여사님 작품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부머랭 살인 사건"의 주인공 보비 존스가 입대 직후 시력 문제로 제대했던 이유부터 볼까요? 1차 대전 때 입대 전 신체 검사를 민간 의사들이 시행했는데, 이들의 수당을 적합 판정을 내린 신병 수만큼 지급했던 탓이랍니다. 그래서 '적합' 판정이 남발되어서 군대에 가면 안되면 보비 존스조차 입대하게 된 것이었지요. 

그런데 이건 1차 대전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2차 대전 때는 징집 대상이 여성까지 확대되었지만,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직업군은 오히려 병역이 배제되었으며, 여기 농부가 포함되어 있어서 당시 농과 대학 입학 경쟁이 치열했다는 등의 사실을 "파도를 타고"의 롤리와 린을 통해 알려줍니다. 전쟁 당시 롤리는 일하던 농장에 묶였지만, 약혼녀 린은 징집되어 참전했었다는 설정이거든요. 더불어 롤리가 지옥같다고 묘사한 이 상황으로 당시의 사회적 인식도 쉽게 알 수 있고요. 

또 "쥐덫" 등 여사님 작품들은 대체로 군대에서 복무했던 여성들은 똑똑하고 유능했던 반면, 남성들에게는 군대가 지능이 별로 필요없는 집단이라는걸 드러내는 묘사가 많았다는 걸로 당시 군인에 대한 여사님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실패했던 첫 결혼의 상대방이 장교 출신인 탓도 어느정도 있었겠지요? 당시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하게 대접받고 경쟁할만한 곳은 전시 군대가 유일했다는 점도 한 몫 했겠지요.

이른바 '영국성'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다양한 작품에서의 등장인물들 대사로 제국주의, 인종 및 타 국가에 대한 편견과 같은 당시 영국 국민들 의식을 쉽게 알 수 있었어요. 여사님 스스로가 이를 '섬나라 근성'이라며 비꼬는 묘사도 인상적이었고요. 이유보다 현상만 채집하여 선보이고 있다는 약점은 있지만, 이런게 실재하는 역사이자 진정한 사람들 관점의 미시사라는 생각도 듭니다.

"돈" 항목은 이런 관점의 미시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터펜스가 "비밀 결사"에서 이야기했던, 오직 세 가지 뿐인 돈 버는 방법에서 시작됩니다. "물려받거나, 결혼하거나, 직접 벌거나"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여사님 작품에 많이 나오는 몰락한 귀족과 미국 부자의 결혼이라는 상황과 실제로 20세기 초반 귀족들이 몰락하면서 미국 대부호 딸과 결혼했던 사례를 연이어 소개해 줍니다. 대표적인 "달러 프린세스"로 소개된건 처칠의 어머니 레이디 랜돌프 처칠이었고요. 실제로 돈을 벌어 자수성가한 사람들 이야기가 없는건 조금 아쉬웠지만, 여사님 작품 속 이야기를 실재 역사적 상황과 맞추어 설명한 아주 좋은 사례라 생각되네요.

하녀, 하인들 이야기가 주로 소개된 "계급"도 미시사적인 측면에서 볼 만 합니다. "돈"과 마찬가지로 하녀에 대한 당시 시각과 인식을 여사님 작품은 물론, 여러가지 실제 자료를 통해 잘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인식과는 다르게 20세기 초만 해도, 어머니들이 딸들에게 하녀 일을 추천했었다는게 기억에 남네요. 도시의 악덕으로부터 젊은 처녀를 보호하고, 상층 계급의 사회적 규범을 익힐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나요? 운만 좋으면 좋은 혼처를 찾을 수도 있었고, 여사님 작품에서처럼 거액의 돈을 상속받을 수도 있었으니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상류층들도 하인에게 예의를 갖추는게 제 1원칙이었다니 지금보다도 고용살이하기는 더 나은 시대였을걸로 생각도 되고요. 물론 "카리브 해의 미스터리", "주머니 속의 호밀" 등 하녀가 불쌍한 희생자가 되는 작품도 제법 많습니다만....

그 외에도 심령 현상, 강신술과 관상 등으로 대표되는 '미신'에 대한 당시 인식, 미스 마플 이야기와 미시사라는 학문의 핵심이 일치한다는 주장 등도 모두 미시사적으로 볼만 했었습니다. 미시사에 대한 이론은 특히 와 닿았습니다. 저는 그냥 쉽게 특정한 분야, 특정 시기만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는게 미시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미스 마플이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 처럼, 일반적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일반 사람들과 개인의 삶을 집중적으로 고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지요. 앞으로 이런 부분을 좀 더 유념해서 책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순수하게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의 팬으로서 즐길 요소도 많았습니다. 탐정 에르큘 푸아로 캐릭터 유래처럼요. 그가 벨기에인이었던건 여사님이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을 쓸 무렵, 근처에 살고 있었던 벨기에 난민을 떠올렸던게 계기였다고 합니다. 그들은 영국인들 도움에도 별로 고마와하지 않고 불평을 늘어 놓았는데, 거기서 푸아로의 까탈스러운 성격이 빚어졌다고 하네요. 푸아로는 벨기에라는 나라가 당시 영국인들에게는 '무시해도 좋을' 나라라서 쉽게 받아들여졌다고 하는데, 프랑스 인이었다면 지금의 푸아로와 같은 인기는 없었을지도 모르겠군요. 

'탈 것'을 통해 여사님 작품 속 자동차, 기차, 비행기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오리엔트 특급이 대표적이에요. 밀실처럼 폐쇄된 공간이고, 승객들은 모두 우연히 모엿으며, 갇혔지만 창 밖을 볼 수 있고 중간중간 정차해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차는 추리 소설 무대로 적합하다는 이론도 기억에 남습니다. "부산행"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와 일치했던 덕분입니다.
그런데 탈 것에 '배'가 등장하지 않는건 좀 의외네요. "나일강의 죽음"의 주 무대가 유람선이었는데 말이지요. 외국 여행을 위해 유람선에 모인 영국인들은 미시사 적으로 해석하기 아주 적합한 소재인데 왜 빠졌을까요?

하지만 모든 주제가 여사님 작품으로 당시 영국 세계관, 상황을 돌아볼 수 있다는 목적에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예컨데 "독약"은 당시 영국 상황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 개인에 관련된 주제였습니다. "교육"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상황들도 마찬가지에요. 여사님이 사립학교 출신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던 건, 해로 출신이자 난봉꾼이었던 오빠 몬티 탓, 그리고 여사님이 제대로 된 학교 생활 경험이 없다는 탓이 컸으니까요. 

그리고 "섹슈얼리티", "신분 도용"은 여사님 작품 속 해당 주제에 대해서는 잘 분석되어 있는 결과물로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여사님 작품 속 동성애, 포와로와 헤이스팅스의 관계 분석은 팬으로서는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고요. 그러나 이를 당시 시대상과 잘 엮어서 설명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호텔" 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보이 호텔과 리츠 호텔의 간략한 역사와 함께 "버트램 호텔에서"의 버트램 호텔 모델이 어디인지에 대한 해석이 거의 전부로, 일종의 미시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호텔에 국한된 내용이었을 뿐입니다. 

반대로 "배급제"는 전쟁 때 시작되어 1950년대까지 이어진 배급제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만, 정작 여사님 작품은 거의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여사님 관련 이야기도 작품보다는 자서전 내용이 중심이고요. 또 앞서 말씀드렸던 미시사적인 부분들도 재미는 있지만, 뒷받침하는 사료와 근거가 많지 않고, 분량도 적어서 깊이있는 내용으로 보기 어려웠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유명 작품, 여사님이 직접 뽑은 베스트 10 과 같은 작품보다 "파도를 타고"와 같은, 특정 작품에 등장했던 상황과 대사 소개가 많은 것도 아쉬웠어요. 여사님의 전작을 둘러본다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었으니까요. 저자가 소개한 소재도 미시사적으로 좀 더 의미있게 선보였다면 좋았을 겁니다. 예를 들어 "탈 것"에서 다양한 차들을 열거하는데 그치지 말고, 그 차들의 연대 순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식으로 말이지요. 아울러 저자의 책 치고는 도판도 딱히 볼만한게 없었습니다. 여사님 소싯적(?) 사진들 정도가 눈에 뜨이는 정도입니다. "탈 것"에서 열거된 차들 사진과 같은 도판은 수록해주는게 좋았을 거에요.

그래서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역사적인 깊이 측면, 그리고 여사님 작품의 깊이 있는 분석 양쪽 모두에서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래도 여사님 팬이라면 흥미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주제인데다가, 여사님 작품을 미시사적으로 접근한다는 아이디어 만큼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글도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고요. 추리 소설, 역사 관련 저서를 모두 좋아하는 저에게는 불만없는 독서였어요.

2021/01/24

추리 소설 1,000편 리뷰 분석

추리 소설 1,000번째 리뷰 등록!

염원했던 추리소설 리뷰 1,000편 올리기를 달성했습니다. 1,000편의 리뷰를 작성하면서, 책 한 권을 출간하는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요. 1,000편 업로드 기념 및 개인적인 자료 정리 차, 여태 읽었던 추리소설 리뷰 1,000편에 대한 간략한 데이터를 정리하여 공개합니다.

리뷰 갯수 1,000 

당연하겠지요?

책 권수 1,049권 

"브라운 신부""크리시" 리뷰와 같이 여러 시리즈를 한 편 리뷰에서 정리한 경우도 있고, "그것" 처럼 작품 한 편이 여러권으로 이루어져 있어도 리뷰 한 편으로 소개한 경우가 많아서 권수는 더 많습니다.

책 종수 1,008종 

권 수가 많은 이유에 더해, 중복하여 작성한 리뷰도 있어서 이를 빼면 최종적으로 리뷰한 책은 총 1,008종입니다.

국가별 

일본 454, 영미 394, 한국 63, 프랑스 29, 독일 13, 그외 55

예상대로 일본 작품 비중이 거의 절반 가까이이며, 영미 작품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85%가까이 되는 압도적인 비중입니다. 국내 출간되는 작품들과 제 취향을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장르별 

본격물 성향 작품 리뷰가 357, 스릴러는 229, 경찰/수사 127, 일상계가 80, 호러 73, 하드보일드 69, 역사 추리 55, 모험물 54 순입니다. 본격물을 좋아하는 제 취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장르 불문하고 단편집은 137편의 리뷰를 작성하였고요. 

참고로 본격물이면서 수사물인 작품이거나, 본격물이면서 일상계인 작품 등 키워드는 중복하여 체크된 결과입니다.

별점별 

경성탐정록 두 편은 제외한 총 1,006 종의 책 별점 분포는 아래와 같습니다. 

5점 : 4, 4.5점 : 7, 4점 : 71, 3.5점 : 48, 3점 : 271, 2.5점 : 259, 2.4점 : 1, 2.3점 : 1, 2점 : 227, 1.5점 : 88, 1점 : 26, 0.5점 : 1, 0점 : 1, 없음 : 1

평균 이상 별점인 2.5점 이상 작품이 660종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합니다. 꽤 괜찮은 작품들을 읽어왔었다는 의미지요. 나름 뿌듯하네요. 별점 5점을 받은 작품, Hall of Fame만 별도로 소개해 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9마일은 너무 멀다"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도끼" 

"특별요리" 

* 특별요리는 2003년도 동서 버젼이었고, 2015년에 다시 읽었던 엘릭시르 버젼은 별점 4점이었습니다.

참고로 책 별점과는 별개로, 단편집 단편별 중 별점 5점을 받았던 단편은 아래와 같습니다. 

"살의" (in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결산"위험천만한 게임" (in "클래식 미스터리 걸작선")

"우체국에서 생긴 사건" (in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사기꾼의 카드" (in "클로버의 악당들")

"새", "성모상" (in "대프니 듀 모리에") 

"국화의 먼지" (in "저녁싸리 정사")

"죽음" (in "악몽을 파는 가게 1") 

이 역시, 저의 고전 본격물 취향을 잘 드러내 주네요.

작가별 

1. 작가별 리뷰한 작품 갯수 순위

1. 히가시노 게이고 : 48
2. 애거서 크리스티 : 33
3. 요네자와 호노부 : 21
4. 스티븐 킹 : 18
5. 마쓰모토 세이초 / 엘러리 퀸 : 16
7. 존 딕슨 카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 13
8. 요코미조 세이시 : 12
9. 와카타케 나나미 : 11
10. 아리스가와 아리스 / 에드 멕베인 : 10 
12. 미쓰다 신조 / 아서 코난 도일 / 조르주 심농 / 시마다 소지 : 9
16. 다카기 아키미쓰 / 미야베 미유키 : 8
18. 에도가와 란포 / 노리즈키 린타로 / 도진기 : 7
수많은 작가가 있지만, 공통 18위 까지만 선정합니다. 일본, 영미 작가가 많은건 국가별 순위와 동일합니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심농이 12위에, 한국작가 도진기가 18위에 위치하고 있을 뿐이네요.

2. 작가별 평균 별점 순위 (5권 이상 작품을 읽은 경우)

1. 콜린 덱스터 : 6권 리뷰, 평균 별점 3.6666...
2. 로스 맥도널드 : 5권 리뷰, 평균 별점 3.6
3. 기리노 나쓰오 : 5권 리뷰, 평균 별점 3.4 
3. 모리스 르블랑 : 5권 리뷰, 평균 별점 3.4
5. 존 딕슨 카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 13권 리뷰, 평균 별점 3.269...
6. 미쓰다 신조 : 9권 리뷰, 평균 별점 3.055....
7. 딕 프랜시스 : 5권 리뷰, 평균 별점 3
8. 다카기 아키미쓰 : 8권 리뷰, 평균 별점 2.875
8. 미야베 미유키 : 8권 리뷰, 평균 별점 2.875
10. 마쓰모토 세이초 : 16권 리뷰, 평균 별점 2.84375
11. 와카타케 나나미 : 11권 리뷰, 평균 별점 2.8181...
12. 우타노 쇼고 : 5권 리뷰, 평균 별점 2.8
13. 요코야마 히데오 : 6권 리뷰, 평균 별점 2.75
14. 코넬 울리치 : 5권 리뷰, 평균 별점 2.7
15. 아서 코난 도일 : 9권 리뷰, 평균 별점 2.6666667
15. 조르주 심농 : 9권 리뷰, 평균 별점 2.6666667
15. 기시 유스케 : 6권 리뷰, 평균 별점 2.6666667
18. 엘러리 퀸 : 16권 리뷰, 평균 별점 2.65625
19. 미치오 슈스케 : 6권 리뷰, 평균 별점 2.583333
20 애거서 크리스티 : 33권 리뷰, 평균 별점 2.5757576
21. 에도가와 란포 : 7권 리뷰, 평균 별점 2.5714286
22. 요코미조 세이시 : 12권 리뷰, 평균 별점 2.541...
23. 미카미 엔 : 6권 리뷰, 평균 별점 2.5
비슷한 주제로 13년 전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순위가 대폭 바뀌었네요. 최소 2권 이상의 작품을 읽은 작가는 114명, 어느정도 평균을 낼 수 있는 수치인 5권 이상 읽고 리뷰를 남긴 작가는 33명입니다. 이 중 평균 2.5 이상 별점을 유지한 작가는 콜린 덱스터 외 24명입니다. 프로야구로 따지면, 1군 소속 선수의 72% 정도가 평균 이상이었던 셈이니 굉장히 훌륭한 성적이지요. 25명에 들지 못한 8명 중에서도 요네자와 호노부, 시마다 소지, 스티븐 킹,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은 평균 2.4점대로 아쉽게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니 더욱 그러합니다. 명성이 있는 작가는 확실히 이름값을 한다는 증거죠. 가장 많은 작품을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평균 별점은 2.32점인데,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유명한 대표작, 걸작만 추려서 읽은 경우는 별점이 높을테고 많이 읽을 수록 평균 별점은 불리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크리스티 여사님 평균 별점이 비교적 낮은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위권을 살펴보면, 5권 이상 읽은 작가 중 꼴찌는 6권 평균 별점이 2.083점인 니시무라 교타로, 전체 꼴찌는 읽은 작품 4권 별점 평균이 1.1점에 불과한 제임스 패터슨이었습니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모르겠지만, 두 번 다시 제임스 패터슨 작품을 읽을 일은 없겠습니다.

탐정별 (5권 이상 읽은 작품만 뽑아봅니다)

1. 탐정별 리뷰한 작품 갯수 순위

1. 에르큘 푸아로 : 15권 리뷰
2. 엘러리 퀸 : 13권 리뷰
3. 셜록 홈즈 : 12권 리뷰
4. 긴다이치 코스케 : 11권 리뷰
5. 가가 (학생 ~ 형사) : 10권 리뷰
6. 87분서 : 9권 리뷰
7. 메그레 경감 : 7권 리뷰
8. 고전부 / 기디온 펠 박사 / 노리즈키 린타로 / 모스 경감 / 히무라 히데오 : 6권 리뷰
13. 미스 마플 / 미타라이 기요시 / 시오리코 / 토츠카와 경부 (+가메이 형사) : 5권 리뷰
2. 탐정별 평균 별점 순위
1. 모스 경감 : 3.66666
2. 셜록 홈즈 : 2.958333...
3. 기디온 펠 박사 : 2.9166...
4. 엘러리 퀸 : 2.6923...
5. 긴다이치 코스케 : 2.6363...
6. 시오리코 : 2.6
7. 고전부 : 2.58333
8. 메그레 경감 : 2.5714...
9. 가가 (학생 ~ 형사) : 2.55
10. 에르큘 푸아로 / 미스 마플 / 미타라이 기요시 : 2.5
13. 87분서 : 2.4444...
14. 히무라 히데오 : 2.41666...
15. 노리즈키 린타로 : 2.25
16. 토츠카와 경부 (+가메이 형사) : 2.2
입니다. 원탑 모스 경감 밑으로 셜록 홈즈, 기디온 펠 박사까지는 평균 이상의 빼어난 별점을 자랑합니다. 확실히 탐정은 영미권 탐정이 더 제 취향이라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로서 간략하게 추리소설 1,000편의 리뷰에 대한 요약 정리를 마칩니다.

2018/02/18

에르큘 포아로의 모험 (포와로 수사집) - 애거서 크리스티 / 천두병 : 별점 2점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이하 "공략") 을 읽고 충동적으로 읽기 시작한 여사님의 포와로 시리즈 단편집입니다. "공략" 에서 언급한 수많은 걸작들보다 이 책을 먼저 집어든 이유는 딱 한 가지, 가입한 전자 도서관에서 대여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에 읽은 탓에 기억도 없고 리뷰도 남아있지 않아서 처음 읽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네요.
문제는 "동서 추리 문고" 판본인데 원서 대비 "싸구려 아파트의 모험" 등 여러 작품이 빠져있고, "요리사를 찾아라" 라는 다른 단편집 수록작이 실려 있으며, 뒤에는 장편 "구름 속의 죽음"이 합본되어 있는 엉망진창 구성이라는 겁니다.

하여튼, 읽어보니 크게 두 가지 특징이 느껴집니다. 첫 번째는 "연극" 이라는 요소가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공략" 에서 언급한 걸작들처럼 작품 전체가 한 편의 연극으로 다의적인 내용을 품도록 쓰여진 건 아닙니다. 단지 작 중 벌어지는 사건을 한 편의 연극처럼 재구성하여 보여주거나, 사건 해결을 위한 연극을 꾸미는 식 정도로만 쓰입니다. 즉 작품 속 연극을 독자가 작품 속 인물들과 함께 바라보는 정도에 그칩니다. 연극이라는 요소의 외연 확장 없이 단순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으로, 덕분에 작품들이 굉장히 작위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두 번째는 여러모로 초기작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공략"에서 언급한 대로, 홈즈 시리즈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고, 내용의 수준도 지금 읽기에는 여러모로 좀 유치합니다. "공략" 에서 말하는대로 트릭의 완성도가 낮은 탓도 크며, 전개에 있어 전혀 상관없는 인물을 수상하게 묘사하는 등 독자를 속이려는 의도도 눈에 많이 뜨입니다.

결론내리자면, 여사님 작품 치고는 높은 수준이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하지만 나름의 가치는 분명히 있습니다. 고전의 향취가 강하며 짤막하게 읽기 쉽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고전 본격 추리 소설에 입문하고자 하는 입문자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전승 무도회 사건" 

크론쇼 백작이 전승무도회에서 마지막 모습을 보이고 10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와 교제 중이던 여배우 코코도 코카인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는데....

포와로와 헤이스팅스가 전통적인 홈즈와 왓슨 구도로 사건을 해결하는 본격 추리 단편입니다. 사건을 의뢰할 뿐 아니라 해결에 도움을 주는 충실한 조력자 역할인 재프 경감은 레스트레이드 경감 포지션이라 할 수 있고요.

하지만 고전적인 설정에 비하면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핵심 트릭이 시각적인 정보에 의존하는 탓입니다. 작중 묘사만으로는 공정하게 단서가 제공된다고 할 수 없어요. 전개와 설정도 작위적입니다. 코코가 죽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또 아무리 프로 배우라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장을 하는건 위험 부담이 컸을텐데,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는데 말이지요. 또 전개에서 자신만이 진상을 안다며 정보를 툭툭 던지는 포와로의 모습은 지나칠 정도로 홈즈가 연상되어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공략" 에서 설명되었던 여사님의 특기, 즉 "연극을 글로 옮긴" 작풍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 하나는 좋았습니다. 결정적인 추리쇼가 연극이거든요. 하지만 이 역시 작위적이기만 할 뿐, 완성도에는 좋은 영향을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본격적인 여사님 스타일로 진화하기 직전의 습작같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데이빗 서쳇 주연의 TV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영상물에 더 잘 어울렸을 작품입니다.

"머스든 저택의 비극"

시골 장원에서 사망한 노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공략" 에서 베스트로 꼽았던 작품이죠.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입 속에서 총을 발사하여 총상이 보이지 않았다는 핵심 트릭부터가 기대 이하에요. 검시한 의사가 내출혈로 오진했을 뿐이라서, 의사가 실력만 있었어도 그냥 넘어가기 힘들었을 겁니다. "의안을 빼고 총을 쏜 후 의안을 다시 집어 넣은" 식으로 총상을 위장했던 "엉클 애브너" 작품 트릭 정도라면 모를까요.
전개도 블랙 대위의 우연한 방문이 사건 해결의 시발점이 되는 등 여러모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지나친 연극조 분위기도 감점 요소입니다.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한 그야말로 '연극'이 펼쳐지는데 지금 읽기에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유치했어요. 발표 당시에 읽었더라면 고딕 호러 느낌이 전해졌을지 모르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영 아니었습니다.

이 작품을 "공략" 에서 높이 평가한 이유는 딱 한가지, 푸아로의 마지막 말 한마디가 살인자의 냉혹함을 부각하기 때문이라는데 이 장면 하나만으로 베스트로 꼽기는 여러모로 무리입니다. 게다가 "공략" 에서 지적한 장점인 '뛰어난 단편소설만이 지니는, 최소한의 글자 수로 최대한의 충격을 선사하는 순발력의 미학' 을 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냥 포와로의 수다에 불과하니까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백만 달러 공채"

일종의 밀실이라 할 수 있는 항해 중인 여객선에서 백만 달러에 달하는 채권이 도난당했다. 항구에서 완벽에 가까운 수색이 이루어지지만 발견되지 않았고, 채권은 여봐란 듯 시장에서 유통되는데.... 

밀실에서의 소실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트릭만큼은 재미있었습니다. 채권의 실체는 아무도 보지 못했으며, 애초에 채권 자체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대담한 발상이 인상적인 덕분입니다.
일종의 연극 무대와 소품처럼 설명하는 묘사는 단편집 수록작 전체에 공통적인 연극적인 구성을 답습하고 있는데, 다행히 이 작품에서 만큼은 적절한 수준이에요. 여객선이라는 공간이 연극 무대와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범인이 너무 뻔하게 드러난다는 단점은 조금 아쉽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클럽의 킹" 

미모의 발레리나를 협박하던 매니저가 살해당했다. 발레리나는 도주 끝에 한 가정집에 구조되는데...

복잡한 인간 관계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공략" 에서 언급했던 여사님 작풍의 특징의 편린이 엿보입니다. 브릿지를 하는데 킹이 없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진상을 꿰뚫어보는 포와로의 솜씨도 그럴듯 하고요. 우리나라 버젼이라면, "도둑 잡기" 를 하는데 조커가 없었다 정도의 이야기겠지요.

그러나 사건 자체가 범인과 공범들의 연극이라서, 이 쯤 되니 연극 사랑이 지나치지 않나 싶습니다. 동기 및 설정도 작위적이기 짝이 없고요. 무엇보다도 이 정도 상황이라면 경찰이 충분히 범인을 검거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눈에 많이 뜨이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집트 왕 무덤의 모험" 

당대 유명했을 투탄카멘의 저주를 추리물로 변주한 작품입니다.

트릭이라고 부를 만한 요소는 딱히 없습니다. 그래도 우연한 사고를 발단으로 원격 조종 살인 등 연쇄 살인을 일으키면서 진짜 의도했던 살인을 그 사이에 감춘다는, "ABC 살인사건"의 원형같은 아이디어가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역시나 과장된 추리쇼 연극이 동반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연극 없이도 범인을 잡아내는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을텐데 좀 아쉽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랜드 메트로폴리탄 보석 도난 사건"

석유 부호의 아내가 잃어버린 진주 목걸이를 되찾는다는 내용으로 작위적이고 유치합니다. 이유는 이 책 전체를 지배하는 연극조 구성 때문입니다. 불쌍한 프랑스 하녀의 자리비움 시연도 그렇고, 포와로가 카드에 대해 묻는 척 하며 지문을 입수하는 전개, 그리고 진범이 두 명의 유명한 보석 도둑으로 변장한 상태였다는 점 모두가 그러합니다. 현장의 장치를 이용한 트릭도 연극 무대 느낌이 물씬 나고요. 

이야기라도 설득력있게 묘사되었면 모르겠지만 트릭을 알아내는 장면부터 작위적이고, 등장인물이 너무 적어 용의자도 특정 가능할 뿐 아니라 심지어 트릭마저도 유치해서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게다가 남편과 보험을 연결시켜 용의자를 흐리게 하는 묘사도 노골적으로 독자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가 느껴져서 마음에 들지 않고요.

그야말로 초기작이라는 티가 물씬 나는 졸작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저주받은 상속권" 

고전 추리 걸작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단편입니다. 한 집안에 전해져 내려오는 저주, 저주를 이용한 냉혹한 살인이라는 설정은 브라운 신부 단편이 떠오르고 어둠 속에서 숨어있다가 살인자를 덮치는 장면은 셜록 홈즈 시리즈(그 중에서도 "얼룩끈")가 떠오르죠.

그런데 전설이 오래 전 부터 계속되어 온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집트 왕 무덤의 모험"에서처럼 현재 시점에서 진행되는 저주나 전설은 지금 시작되었으니까 가능합니다. 그러나 과거의 사건은 후대의 사람이 일으킬 수 없기 때문에 과거에 실제로 저주가 존재했다는 이야기가 되어 버리거든요.

그래도 마지막 포와로의 대사 하나로 평범 이하의 소품에서 작품의 가치가 확 뛰어오릅니다. 저주의 발단이 된 아내의 외도와 자식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의심이 후대에 구현되어 가문과 재산이 넘어갔다는 점에서는 살짝 오싹하기도 하네요. 의처증으로 아내와 아들을 죽인 미치광이에게 어울리는 멋진 마무리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요리사를 찾아라"

홈즈 시리즈를 연상케하는, 요리사가 사라진 사건이 상류층에게 있는 강력 사건보다 못할게 없다는 가정 주부의 의뢰에서 시작되는 도입부부터 범상치 않은 작품입니다. 실종된 요리사와 거액을 지닌 채 도주한 은행원을 연결시키는 전개도 일품이고요.

그런데 몇 가지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낡은 트렁크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수고를 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며, 부인이 의뢰를 취소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는 겁니다. 남편이 범인이 아니라면 구태여 의뢰를 취소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래도 평균 이상은 되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웨스턴 스타"

사라진 보석 "웨스턴 스타"에 관련된 진상을 풀어내는 이야기로 지나친 억측이 가득한 작위적인 작품이라는, 이 대부분의 단편집 수록작들이 갖춘 단점을 아주 정확하게 갖춘 작품입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배우들이며, 핵심 트릭이 연극이라는 점은 이제 지겹기까지 하네요. 

그나마 앞서 다른 작품에서 말씀드렸듯 연극적이라도 설득력있게만 전개되었다면 조금 괜찮았겠지만 이 작품 속 연극은 각본이 너무 부실합니다. '수수께끼의 중국인' 이라니! 변장을 너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요.

한마디로 점수를 줄 부분이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구름 속의 죽음" 

이전에 리뷰를 남겼던 작품이죠.

** 그리고 이 책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은 다른 "포와로 사건집" 수록작들 리뷰를 덧붙입니다. 별도로 구해 읽었습니다만, "싸구려 아파트의 모험", "베일을 쓴 여인", "사라진 광산", "초콜릿 상자" 는 아직입니다. 나중에라도 읽으면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납치된 총리" 

영국 총리가 실종된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세계 정세를 소재로 꽤나 거대한 음모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그닥이에요. 바꿔치기 트릭이 등장하는데 지극히 억지스럽거든요. 조작이 너무 쉽다는 맹점도 있고요. 총리가 저격당하는 등의 사고가 있었는데 조치도 너무 대충인 등, 여러모로 평균 이하의 졸작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사냥꾼 별장의 모험" 

헤이스팅스가 현장에서 발로 뛰고, 포와로는 간단한 정보만으로 진상을 추리해내는 안락의자 탐정물입니다.

전형적인 홈즈, 왓슨 컴비 단편이 떠오릅니다. 설정부터가 "바스커빌 가의 개"와 똑같으니까요.
하지만 완성도는 홈즈 시리즈에 미치지 못합니다. 진범이 원래 배우 출신으로, 1인 2역 연기를 했다는 것인데 경찰의 수준(더불어 헤이스팅스까지)이 의심되는 유치한 트릭에다가, 정점에 달한 연극 사랑도 너무한 수준입니다. 범인들이 구태여 포와로에게 사건을 의뢰하여 긁어 부스럼을 만든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요.

고전 향취 물씬 풍기는 도입부와 분위기는 마음에 들지만 그 외에는 건질게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데이븐하임 씨 실종 사건" 

저명한 은행가의 실종 사건 해결을 걸고 재프 경감과 내기를 한다는 이야기로, 재프 경감의 끈기있는 수사보다 자신의 추리가 더 확실하다고 자부하는 포와로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눈 같은걸 쓰는 것 보다 눈을 감고 생각하는게 더 낫다"는 말로 대표되는, 자존감이 극히 높은 자부심 덩어리 포와로 캐릭터를 여실히 느낄 수 있어요.

전개도 일품입니다. 홈즈 시리즈인 "입술 비뚤어진 사나이" 와 별다르지 않은 진상은 대단치 않고, 트릭도 변장 트릭에 불과하다는 단점은 크지만 전개하면서 드러내는 정보들을 통해 이를 설득력있게 꾸며내는데 성공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가장 완벽하게 실종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아이디어도 아주 괜찮았고요.

데이븐하임 씨는 배우도 아니고, 얼굴도 잘 알려져있는데 지나치게 변장을 맹신해서 설득력이 낮아진건 아쉽지만 가벼운 소품으로 읽을만은 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잃어버린 유언장 사건" 

돌아가신 큰아버지와 거액의 유산을 두고 승부를 벌이는 바이올렛 마쉬양의 의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산을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는 내용과 다른, 뒤에 쓰여진 유언장을 찾아내는 일종의 보물찾기인데, 여러모로 문제가 많습니다. 모호한 말에서 찾아내야 하는게 유언장이라는걸 짚어내는 첫 과정부터 애매하고, 유언장을 찾아내는 과정의 설득력도 지극히 낮은 탓입니다. 불에 가져다 대어야 보이는 잉크라는 단서는 아무데도 없다는 점에서는 추리가 아니라 초능력의 영역이 아닐까 싶고요. 게다가 헤이스팅스도 지적했지만, 둘만의 승부에 포와로가 끼어든 자체도 반칙이라 생각됩니다.

여러모로 단점만 도드라지는 수준 이하의 작품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이탈리아 귀족의 모험" 

이탈리아 귀족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으로 "사냥꾼 별장의 모험" 과 같은 개념, 트릭의 작품입니다. 목격자가 범인으로 위증을 했다는게 진상이니까요.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변장보다는 그래도 공들인 연출이 들어가 있으며, 진상을 알게 만드는 "수플레" 라는 단서도 나름 공정히 제공되고 있습니다. 커피에 대한 언급만 빼고 말이죠(커피는 전혀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화가 어디서 걸려왔는지? 라는 결정적 단서를 경찰이 미리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범인이 이런 사실도 간과하고 엉터리 알리바이 공작을 꾸민게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에요. 발표 시점에는 신고 전화의 출처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던걸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나쁘지도 않지만 단점도 명확한 평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