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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3

추상오단장 - 요네자와 호노부 / 최고은 : 별점 2.5점

 

추상오단장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북홀릭(bookholic)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 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데도 책은 무선 제본되어 있었다."

무사시노의 헌책방 스고 서점에서 일하는 요시미츠에게 한 여자 손님이 찾아왔다. 무명작가 카노 코쿠뱌쿠의 리들 스토리 단편이 실린 잡지를 찾고 있던, 본명이 기타자토였던 카노의 딸 기타자토 카나코였다. 그녀는 요시미츠에게 모두 다섯 편으로 이루어진 작품 중 남은 네 편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는데...

"기발한 일상계 추리물"과 장편 "인사이트 밀"로 좋은 인상을 남긴 요네자와 호노부의 연작 단편 형식의 장편 소설입니다. 스고 요시미츠가 단편 소설을 찾는 과정과 각 단편의 결말에 얽힌 수수께끼를 푸는 이야기가 교차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단순히 무명 작가의 작품을 찾는 일상계 미스터리처럼 보였지만, 점차 단편들의 수수께끼들이 기타자토와 관련된 과거 사건, 즉 그의 아내(카나코의 어머니)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앤트워프의 총성" 사건과 연결된다는게 밝혀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반전과 추리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리들 스토리의 결말이 실은 두 종류로 존재한다는 아이디어도 돋보였고, 모든 단편이 '앤트워프의 총성' 사건 기사의 수수께끼를 밝히고 있다는 것도 그럴듯 했어요.

"기적의 소녀" – 소녀는 자고 있었나? 깨어 있었나?
"환생의 땅" – 죽이고 심장을 찔렀는가? 죽이기 전이었나?
"어두운 터널" – 남자는 아내에게 달려갔는가? 그렇지 않은가?
"소비전래" – 남자는 아내를 죽였나? 그렇지 않나?

또한, 스고의 성장기같은 잔잔한 묘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일상계 미스터리의 분위기가 강해 편안한 느낌을 주는 점도 마음에 드네요.

그러나 전체적인 완성도와 설득력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단장, 기묘한 우화 같은 단편들의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탓입니다. 작품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내용이 너무 쉽게 흘러간다는 느낌이랄까요.  리들 스토리, 즉 열린 결말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장르의 취지와 걸맞지도 않고 정작 중요한 부분은 제대로 밝혀놓지도 않는 식이니까요. 

기타자토가 단편들을 리들 스토리로 만든 이유도 명확하지 않으며, 마지막에 밝혀지는 결말—즉, 단편들이 의도적으로 뒤섞여 구성되었다는 진상— 역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카나코가 진상을 아는 것이 두려웠다면 차라리 죽기 전에 모든 원고를 태워버리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스고가 이 모든 단편을 찾아낼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에, 설정 자체가 다소 작위적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작품 "눈꽃"의 결말이 앞선 네 작품에 비해 의외성도 없고 다소 시시하게 마무리된 점도 감점 요소입니다.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마무리를 감안했을 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평도 좋고 인기도 높은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아이디어와 결말을 먼저 정한 후, 그에 맞춰 설정과 전개를 조정한 느낌이에요. 조금 더 정교하고 설득력 있는 구성과 설정이 들어갔다면 더욱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었을 텐데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리들 스토리의 대표작으로 클리브랜드 모펫의 "수수께끼 카드"가 언급되는데, 굉장히 궁금해졌습니다. 국내에는 출간되지 않은 작품 같은데, 어떤 방법으로든 찾아서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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