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ng.egloos.com 의 이사한 곳입니다. 2021년 1월, 추리소설 리뷰 1000편 돌파했습니다. 이제 2000편에 도전해 봅니다. 언제쯤 가능할지....
2004/11/17
꿈의 사도 - Riichi Ueshiba
전작 "가면속의 수수께끼"는 주위의 매니아도 많고 볼 기회도 많았지만 저는 제대로 보기가 상당히 힘든 만화였습니다. 독특한 설정과 묘사들은 눈여겨 봐둘만 했지만 스토리와 주제 의식에서 공감을 느끼기는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 "꿈의 사도"도 특유의 성적인 상상력은 여전합니다. (장점이 될 수도 있겠고 단점이 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일단은 전작보다 유쾌한 액션물적인 성격을 많이 취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만 보면 여러명 있는 (9명이 있다고 묘사됩니다) "꿈의 사도"라는 "꿈의 힘을 다루는 자"들이 의뢰받은 괴사건을 해결한다는 흔한 전대 액션물의 설정으로 각 사도들이 각각의 특수 능력으로 악당들과 맞서 싸운다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평범한 내용입니다.
허나 흔한 액션물로 생각하고 본다면 대략 낭패! 이 작품은 오히려 야릇하고 이색적인 러브스토리(첫번째 편은 중학생 소녀들의 레즈비언 경향의 러브 스토리를, 두번째 편은 기계와 인간의 사랑)로 보는게 타당한 작품이에요.
사실 저는 첫번째 이야기부터 이 만화에 반해버렸습니다. 명문 사립 여자 중학교인 "하나비라자카 여학원"에서 발생한 24명의 소녀들의 상상임신 사건... 그 아이들은 이전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백합반 동창생들로 사건은 2년전 여자로 꾸미고 학교를 다녔지만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 남자아이 "요코"와 관련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좀 뻔한 이야기가 아닌가 했는데 일본의 "만엽집", "고사기"의 히루코 전설까지 엮어서 보여주는 이야기 전개가 정말로 탁월해요. 모든 이들이 영생하고 모든 이들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이 성취되는 "히루코의 나라"라는 큰 배경을 깔고 작가 자신이 추구하던 소년 소녀에 대한 야한 상상력 + 액션물의 성격까지 짬뽕하여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만든 능력에는 감탄밖에는 할게 없더군요. 특히 마지막에 밝혀지는 "히루코의 나라"의 정체가 돋보입니다.
위와 같이 특유의 지나칠정도로 집요한 디테일의 그림도 여전하고요.
두번째 작품 "광물의 성모"편은 "긴쥬"라는 주인공 소년이 아버지가 만들어 준 인형인 "루루"와 사랑을 엮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루루"에게 생명을 넣기 위한 "돌의 심장", 즉 "현자의 돌"을 노리는 집단인 "헤르메스 교단"이 등장하고 이들에게 "루루"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꿈의 사도"들의 도움으로 그들과 맞서던 긴쥬는 결국 아버지가 "루루"를 자신에게 만들어 준 이유를 알게 된다는 내용이죠. 요새 유행인(?) "현자의 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지만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차용한 설정이나 무한의 사랑을 반복해 나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좋습니다.
물론 아직 5편까지 밖에 나오지 않은 듯 해서 전반적인 품평을 하기는 아직 어렵긴 합니다.
또 앞서 장점만 언급했지만 딱! 한가지 지적하자면 탁월한 스토리텔링에 비하면 오히려 너무 만화적이고 작위적인 설정들로 이루어진 "꿈의 사도"들의 존재감이 희박해 보여 아쉽더군요. 심리학 이론에 근거한 여러 디테일하고 자잘한 설정들("상자 정원" 요법 등)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에 잘 섞이지가 않고 오히려 "만화 캐릭터나 완구의 무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라는 설정의 액션장면만 눈에 띄게 과장되게 묘사되어 겉도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그래도 작가 특유의 일러스트에 가까운 디테일한 묘사와 성적 상상력 (훗^^)에 덧붙여진 독특한,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로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울러 보다 귀여워지고 다듬어진 캐릭터까지 있으니 흐뭇하네요. 별점을 주기는 아직이기는 하지면 여태까지는 3.5점입니다.
2015/11/12
수수께끼 그녀 X - 우에시바 리이치 : 별점 3점
| 수수께끼 그녀 X 12 - |
"가면 속의 수수께끼", "꿈의 사도"의 작가 우에시바 리이치의 만화. 전 12권으로 완결된 작품입니다. 2014년 11월에 완결되었으니 비교적 최신작이죠. 우연찮게 읽기 시작했는데 꽤나 재미있어서 한 번에 읽어버렸네요.
1화는 이전 작들과 비슷했습니다. 타액을 이용하여 감정과 몸 상태를 공유한다는 등의 기묘한 설정, 너는 누구와 첫 섹스를 하게 될 것이다와 같은 충격 발언이 연이어 그려지니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뒤로 갈수록 평범한 학원 러브 코미디로 변모해 버립니다! 둘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에 아이돌 가수의 난입, 학교 축제 등과 같은 대형 에피소드가 끼어드는 전형적인 스타일로요. 물론 작가가 작가이니만큼 아주 평범하지만은 않습니다. 에피소드별로 여전히 일상 속 비일상스러운 기묘함이 계속 감돌거든요. 서로 타액을 공유한다는 설정이 계속 사용되는 식으로요.
게다가 타액을 공유한다는 설정의 러브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두 커플이 끝까지 키스를 하지 않는다는 점도 높이 평가합니다. 이런 플라토닉한 러브스토리라니! 12권으로 깔끔하게 완결하면서 우라베의 입을 빌어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히 밝혀준 결말도 아주 좋았고요.
또 히로인 우라베 미코토의 매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완벽한 외모에 운동신경 발군으로 온갖 체육 활동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는 슈퍼우먼인데다가, 자신의 남자친구(와 관계자)에게만 따뜻한 나만의 여신이지요. 개인적 견해로 남성 판타지 궁극 히로인의 양대 산맥 - "오렌지로드"의 아유카와 마도카, "오! 나의 여신님"의 베르단디 - 중 아유카와 마도카의 적통 계승자로서 21세기에도 죽지 않는 생생한 매력을 뽐냅니다. 그만큼 비현실적인 슈퍼우먼은 아니지만 말이죠. 하긴 우라베 미코토도 항상 가위를 팬티 옆에 끼워 가지고 다니면서 무언가를 자르고 파괴하는 데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는 만화 같은 설정이 있으려니 동급이려나?
그리고 무색무취, 유유부단의 대명사 카스카 쿄우스케보다 남자답고 확실한 츠바키 아키라도 꽤 호감이 갑니다. 전형적인 하렘 루트를 타지 않고 우라베 일직선, 그러면서도 지킬 것은 멋진 녀석이거든요. 학교 동급생들 앞에서 "코이즈미 마이 러브"를 외치는 단순 일직선 바보와는 다르게 우라베가 입을 댔던 음료수를 마신 뒤 생긴 변화를 눈치채고 달려가 사과하는 섬세함도 돋보이고요.
그 외의 다른 캐릭터들, 안경 로리 거유 오카와 우에노, 스와노 등에게도 이야기를 할애해가며 조연으로의 역할을 주는 디테일도 좋았어요. 특히 오카와 우에노가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말로 있음직해 보이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이에 더해 화풍도 청춘 러브 코미디 스타일로 서서히 바뀐 덕분에 여성 캐릭터들의 작화가 아주 매력적이라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전작들에서는 좀 어리거나 빈약(빈유)했던 캐릭터들이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여성을 예쁘게 그리는 건 만화가로서 상당히 중요한데 그야말로 포텐이 제대로 터진 느낌입니다. 청춘 러브 코미디답게 전작 스타일의 집요한 디테일 묘사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등 작가의 스타일 자체가 변한 것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나, 저는 여성 캐릭터의 매력이 더 중요한 성격의 작품이라 생각하기에 "호"입니다.
딱 한 가지 문제라면 타액을 공유하는 설정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겠죠. 우라베와 츠바키 둘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설정으로 아, 여긴 원래 그런 세계구나... 싶은 정도로 넘어가기는 하는데 좀 대충대충인 감이 없잖아 있어요. 카자미다이 고교 축제에서 상영된 영화 "수수께끼의 그녀 Y"처럼 이유를 대략이라도 밝혀주고 끝을 내는 게 어땠을까 - 영화 속 설정은 이 모든 건 주인공의 착각으로 사실 지구는 멸망한 것이었다는 것 - 싶은 생각도 들긴 합니다.
그래도 별점은 3점입니다. 청춘 러브 코미디라는 정말이지 흔하디 흔한 장르에서 약간의 독특한 설정만으로 이만큼의 변주를 끌어낸 점은 정말이지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앞서 말했듯 근본적으로 "플라토닉"한 이야기라는 발상의 전환도 놀랍고 말이죠. 특히나 우라베 미코토의 존재만으로도 러브 코미디 계에서 일정 지분을 차지할 자격은 충분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제법 되는지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되었더군요. 이 역시 차분히 감상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