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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9

기억 전달자 - 로이스 로리 원작 / P. 크레이그 러셀 그림 및 각색 : 별점 2점

로이스 로리의 유명 소설을 각색한 그래픽 노블입니다.

철저히 통제되어 가족, 직업, 감정, 심지어 생명까지 모두 관리되며 사랑과 고통, 색채와 음악 같은 감각은 사라진 된 디스토피아 세계를 시각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교육이나 가정 환경, 아이들의 방과 후 활동 등에서 보여주는 세세한 설정과 묘사들이 인상적이에요.  

‘기억전달자’라는 설정도 눈에 띕니다. 잊혀진 역사와 감정, 추억 등 모든걸 기억하는 단 한 사람이 있다는 설정입니다. 보통 이런 인물은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는 배제되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오히려 존중받는다는게 독특했습니다. 선택된 후계자에게 기억을 넘겨주는 과정, 이전 후계자가 현 기억 전달자의 딸이었는데 자살을 택했다는 반전도 흥미롭고요.

작화도 좋습니다. 흑백에서 시작해, 기억 전달자가 된 조너스가 세상의 진실을 깨달으며 컬러로 전환되는 부분은 감정과 감각의 회복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냅니다. 만화로 각색해서 발표할만 했던 명장면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류의 디스토피아 SF 세계관은 이미 너무 많이 접한 나머지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상세한 나름대로의 설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바닥의 고전인 "1984"를 비롯하여 영화 "브라질", "이퀄리브리엄"과 결국은 별다르지 않은 탓입니다. 조너스가 탈출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인 ‘임무해제’가 일종의 사형 제도라는 것도 초반부터 예상 가능해서 반전의 맛도 부족하고요.

결말도 불분명합니다. 조너스가 살아남았는지, 죽었는지, 고생 끝에 무엇을 얻었는지를 알 수 없어서 열린 결말이라기보다는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작화도 좋고 기억전달자 설정은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익숙한 이야기로 결말도 별로라 감점합니다. 추천드리기는 어렵습니다.

2025/10/18

책방도감 - 건축지식 편집부 / 정지영 : 별점 2.5점

일본의 작은 서점 40곳을 직접 취재해서 만든 책입니다. 그런데 단순한 서점 소개는 아닙니다. 서점 운영에 필요한 실용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지요. 특히 서점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우선, 서점 내부 구조에 대한 꼼꼼한 설명이 그러합니다. 계산대 위치, 책장 배치, 조명, 테이블 크기 같은 디테일이엄청나거든요. 복합 매장의 경우 카페 좌석 크기나 소품 배치까지도 알려줄정도로요. '건축지식 편집부'라는 월간지에서 만든 책 답게 도면, 실제 치수라던가 사용된 재료 등의 정보도 상세합니다. 

책장과 책 전시 방법을 알려주는 부분에서의 책 표지를 전면으로 보여주는 진열 방법이나, 저렴한 자재로 품격 있게 책장을 꾸미는 팁도 유용했습니다. 나중에 이사를 하면, 저도 책장의 일부를 그렇게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간만 다룬 게 아닙니다. 서점 운영에 필요한 자금, 월세, 고정비용, 책 구입처, 운영 방식 같은 정보도자세히히 나옵니다. 덕분에 막연한 꿈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창업하기 위한 방법을 어느정도 알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도 한 때 서점 사장을 꿈꿨기 때문입니다.

소개된 서점 중에는 인상적인 곳도 많았습니다. 도쿄 세타가야에 있는 "캣츠 먀우 북스"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책만 판매한다는데 고양이 점원도 있다고 해서, 딸아이와 꼭 한번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책장을 빌려서 운영하는 '책장 대여 서점'도 신선했습니다. 이런 공간이 우리나라에도 생긴다면 좋겠네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도감이라는 제목답게 도판은 많은데, 사진이 기대에 못 미칩니다. 평면도와 사진이 잘 어울리지 않았고, 사진의 질도 그다지 좋지 않았던 탓입니다. 차라리 일러스트로 표현했으면 더 보기 좋았을 것 같아요. 취재한 서점들도 맨 뒤에 지도로 위치를 정확하게 소개해주는게 좋았을테고요.

그리고 뒤로 갈수록 서점 운영 실무에 관한 내용이 많아집니다. 처음에는 서점 공간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본말이 전도된 듯 하여 뒷 부분은 집중해서 읽기는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서점이라는 공간이나 관련된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께는 추천드립니다.

2025/10/17

크레이븐 더 헌터 (2024) - J.C.챈더 : 별점 1.5점

소니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영화 시리즈 중 한 편(이자 시리즈를 끝장내버린)입니다. 좋았던 부분부터 얘기하자면, 우선 캐스팅이 훌륭합니다. 에런 테일러존슨이 연기한 크레이븐은 만화 속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고, 조연들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러셀 크로우가 맡은 아버지 니콜라이의 무게감과 프레드 해킨저의 카멜레온도 찌질하면서 비겁해 보이는 연기도 좋았고요. 알렉산드로 니볼라의 라이노 역시 분장과 효과는 별로였지만, 배우 덕분에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액션도 몇몇 장면은 꽤 볼 만했습니다. 납치된 동생의 뒤를 쫓는 추격씬, 튀르키예 수도원에서 동생을 구하기 위해 벌이는 잠입 액션, 마지막 정글에서 사냥꾼들과 초반에 벌인 결전은 나름 박진감이 느껴졌습니다. 크레이븐이 동물적인 본능을 활용해 싸우는 장면은 다른 슈퍼히어로들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전해주었고요.

하지만 완성도는 낮습니다. 엉성한 각본 탓이 큽니다. 이야기 전개를 화면에서 계속 설명해 주지만,  정작 캐릭터의 내면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요. 크레이븐(세르게이)와 아버지와의 갈등 구도는 진부했고, 어린 동생을 버린 크레이븐의 과거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 감정이입이 어렵습니다. 칼립소가 뜬금없이 등장해 조력자가 되는 과정도 억지스럽고요. 

크레이븐의 능력도 차별화는 되지만 전혀 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힘과 속도 모두 특별한 맛이 없어요. 그래서 액션의 스케일도 작습니다. 지구적인 위기가 닥치는 다른 슈피 히어로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요. 심지어 메인 빌런 라이노의 최후는 들소 떼에 깔려 죽을 정도로 허무하고 시시했습니다.
파워 밸런스도 맞지 않았습니다. 라이노가 주 빌런으로 나왔지만 오히려 포리너가 더 강해 보였으니까요. 그런 포리너가 칼립소의 활 한 방에 죽는 장면도 어이가 없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캐스팅과 몇몇 액션 장면은 괜찮지만, 캐릭터 매력을 살리지 못한 각본과 힘 없는 연출이 발목을 잡은 졸작입니다.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 잘 알겠더군요. 추천드리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