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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30

유리의 도시 - 폴 오스터 / 데이비드 마추켈리, 폴 카라시크 / 황보석 : 별점 4점

유리의 도시
폴 오스터 원작, 폴 카라시크.데이비드 마추켈리 글.그림, 황보석 옮김/열린책들

국내에도 붐이 일었던 작가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의 첫번째 편을 만화로 펴낸 Graphic Novel 입니다.

단순히 만화로 보기 보다는 Graphic Novel 이라는 장르명이 어울릴 정도로 그림, 장면 전환, 심지어 대사 처리까지 고민하여 그려낸 티가 역력합니다. 이러한 점은 작풍은 다르지만 슈피겔만의 "쥐" 와 유사한 부분인데, 뭔가 읽는 이에게 그림 만으로도 뭔가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점이 특히 그러하죠(아니나 다를까 그림을 그린 작가의 소개를 보았더니 슈피겔만과 대학 동창이고 친구라고 하는 글이 있네요). 유럽풍의 화사한 칼라 대신에 흑백톤으로 목판으로 찍어낸 듯한 거칠고 단적인 이미지 역시 비슷하고요.

워낙 다양한 이야기가 얽혀 있고 자아 성찰이나 해탈의 분위기 등으로 전개되는 등 스토리라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뭔가 전해져 오는 느낌이 묵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초반부의 하드보일드 스러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것은 추리 매니아로서 마음에 들은 부분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추리물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긴 했지만 초반 분위기는 정말 그럴싸했거든요.

책이 좀 어렵고 복잡하며 그림도 취향을 탈 것 같긴 하지만 저는 무척 좋았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외로운 느낌이 정말 잘 전해져 오거든요. 어른을 위한 그림책에 딱 맞는 그런 책입니다. 그야말로 Graphic Novel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것 같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블루 타워 - 이시다 이라 / 권남희 : 별점 1.5점

블루 타워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문이당

21세기 신주쿠에 살고 있는 말기 암 환자 '세노 슈지'는 뇌종양으로 인한 두통이 극심해진 어느 날, 자신이 200년 후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인 "황마"로 인해 인류의 90퍼센트가 사망한 23세기의 '세노 슈'라는 인물이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23세기의 그 땅은 살아남은 10퍼센트의 사람들이 지상에서 도망쳐 거대한 '블루 타워' 안에 모여 사는 세계였다. 세노 슈는 타워의 지도층으로 그는 자신이 빙의(?)한 몸의 권력을 이용하여 타워의 차별철폐와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을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제법 유명한 작가인 것 같은데 읽은 적은 처음인 이시다 이라의 2004년 작품입니다. SF 스타일이긴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고 비논리적인 부분이 많아 환타지 성향에 가까운 작품이더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바이러스에 의해 세상이 피폐해지고 여러 게릴라와 세력이 기득권을 놓고 싸우는 전개는 "에덴", 타워의 층에 의해 신분이 결정되어지고 땅에 사는 인간들이 가장 하위층이라는 개념은 "총몽", 멸망한 미래에서 거대 타워가 하나의 도시가 된다는 개념은 "강철도시"나 "불새" 등으로 이미 잘 알려진 것들로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들 뿐인 탓입니다.

때문에 전개를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전개 역시 만화와 다름 없이 뻔하고 식상해서 전혀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일단 어린 나이의 해방동맹 전사나 하층 계급이지만 주인공을 도와주는 여성 캐릭터, 전설의 용병으로 주인공의 보디가드를 맡은 캐릭터 등 모든 등장인물부터가 너무 뻔합니다. 그나마 주인공이 일종의 빙의(?)를 통해 두개의 세계를 오간다는 설정만 약간 특이하지만 이 중요한 설정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전무해서 단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너무 글을 쉽게 쓴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에요. 물론 뇌종양으로 인한 두통이라는 설명이 있긴 하지만 솔직히 말도 안돼는 이유죠. 그나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설명만 나름의 자료조사가 바탕이 된 듯 그런대로 치밀할 뿐입니다.
정통 SF를 표방한 작품은 아니기에 이러한 비방이 옳은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소설가라면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전개는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옮긴이의 말을 인용하자면 "SF소설이라고는 하지만, '황당무계한 공상 과학'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소설...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다." 라는데 저에게는 "황당무계한 공상 과학"의 전형이었고 한 편의 유사한 만화를 읽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니 차라리 만화 되었더라면 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네요. 소설로 읽기에는 싼티가 물씬 나는 애매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말미의 어설픈 해피엔딩도 불만스러웠고요.

저도 일본 추리 계열 작품은 좋아하지만 왠지 전체적으로 가볍다.. 라고 느껴지는 편이었는데 다른 쟝르물을 읽으니 그러한 느낌이 더더욱 커지네요. 작가의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 하겠지만 저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에덴" 쪽이 비스무레한 세계관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했다고 보여집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2006/10/28

이상한 생물 이야기 - 하야가와 이쿠오 / 데라니시 아키라 / 황혜숙

이상한 생물 이야기
하야가와 이쿠오 지음, 데라니시 아키라 그림, 김동성 감수, 황혜숙 옮김/황금부엉이


작년 말 제가 일본 여행갔을때 한창 히트치고 있던 책입니다. 그때도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좀 비싼 가격에 포기했었는데 국내에서도 저도 모르는 사이 출간되었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예전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출간되었던 "학은 왜 한다리로 서서 잘까"라는 책과 거의 동일한 컨셉입니다. 어떤 동물에 대한 디테일한 일러스트와 함께 설명을 곁들여 한 장 정도 되는 분량으로 한 동물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는 컨셉이 똑같아요. 하지만 차이점은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책이 기린이나 코끼리, 학 등 동물 중심으로 좀 잘 알려진 동물들의 신기한 행동이나 습관에 대해 쓰여졌다면 이 책은 "이상하고 기묘한" 생물들을 주제로 하여 쓰여졌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갖가기 기묘한 생물들, 나팔잎갯민숭이라던가 코우가이빌, 보넬리아, 긴촉수매퉁이 등등 워낙 독특하고 희한한 생물들이 잔뜩 등장하고, 그 생물들의 신비한 생태가 자세하게 표현되어 재미를 더합니다. "약자들에게 왕따당하는 강자 - 쏨뱅이" 라는 식으로 구성된 각 항목의 제목만 보아도 읽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 정도죠. 또한 "그 동물은 지금 어디에" 라는 제목으로 실린 바다표범과 쯔치노코에 대한 이야기 역시 재미있었고요.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저에게  있어서는 데라니시 아키라의 일러스트라 할 수 있습니다. 치밀하고 디테일한 묘사와 함께 왠지 모를 유머러스함이 넘치는 것이 딱 제 스타일이었거든요. 흡사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저도 이런 그림을 한번 그려 보고 싶어질 정도로 마음에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이러한 짤막한 구성의 책을 워낙 좋아할 뿐더러 그림도 마음에 들어 꽤 만족스러운 독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기묘한 생물들인지라 좀 징그럽고 불유쾌한 모양새의 생물들, 벌레라던가 이상한 연체동물들도 많이 등장해서 이쪽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좀 꺼려하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이런 기묘하면서 신기한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