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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6

작가 형사 부스지마 - 나카야마 시치리 / 김윤수 : 별점 2점

작가 형사 부스지마 - 4점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북로드

제목처럼 전직 형사이지만 은퇴 후 작가로 데뷰해 인기를 얻으면서, 형사 지도원으로 복귀한 부스지마가 신참 형사 아스카와 함께 작가들이 관련된 여러 사건들을 해결한다는 내용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이런 저런 작품들로 많이 접해 보았었던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이지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극히 만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나가는 작가로 문학계에 정통하며 온갖 냉소와 비난을 사정없이 날리는 작가 형사 부스지마의 설정부터가 만화적이니까요. "부호 형사"와 별다를게 없는 과장된 설정입니다. 등장하는 편집자와 작가들에 대한 설정들도 억지가 느껴질만큼 과장되어 있다는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사회파에 가까운, 묵직한 작품들을 선보였던 작가답게 마냥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출판계, 특히 작가들에 대해서 부스지마의 입을 빌어 통렬한 비판을 가하는건 나름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좀 부족했고, 이야기 구성이 대체로 한가지 패턴이라는 단점은 큽니다. 전체 평균한 별점은 (간당간당한)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트릭과 진상, 범인을 모두 까발리는 스포일러 가득한 리뷰'라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워너비의 심리 테스트" 소설 스메라기 신인상 1차 심사위원이었던 도메키가 자루없는 날카로운 알루미늄 송곳에 꿰뚫려 살해당했다. 용의자는 도메키가 심사평을 험하게 썼던 신인상 출품 작가들 3명 - 다다노 구스오, 오우미 히데오, 아이카와 시오리 - 이었다. 그러나 작가들의 심문에 넌더리가 났던 아소 반장과 이누카이 형사는 신참 아스카에게 형사 지도원 부스지마의 도움을 받아 수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사건 설명을 들은 부스지마는 3명을 각각 만나, 그들 면전에서 더욱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데....

주요 설정과 등장인물들이 소개되는 시리즈 제 1작. 이 시리즈가 어떤 작품인지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부스지마가 얼척도 없이 자기 작품에 대해 자신감만 가득차 있는 신인 작가들을 통렬하게 깨부시는 장면이 가장 핵심이라는 점에서 말이죠.

추리적으로 빈약하다는 특징도 두드러집니다. "자루가 없는 알루미늄 송곳"이 화살인건 너무 명백하니까요. 이를 초반에 알아채서 이야기하지 않는게 더 이상했습니다. 부스지마가 용의자들을 도발해서 재차 범행을 시도하도록 만드는데, 범인이 이에 넘어가 부스지마를 죽이려 한다는 전개도 다소 유치했고요. 오우미 히데오가 기계 공작 회사를 다니다가 정년 퇴직했다는 정보를 이용하여 흉기를 추리해 낸 뒤, 가택 수사로 증거를 잡는게 더 추리물다왔을겁니다. 부스지마가 직접 표적이 되어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한다는 과장된 추리쇼는 불필요했을 뿐더러, 억지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아무리 방탄복을 입었다고 한 들, 화살을 머리에 맞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신인 작가들에 대한 비난도 나름 새겨들을 부분은 있지만, 대상자인 3인이 안 좋은 신인 작가의 단점만 극대화하여 합쳐놓은 인물들이라는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일관한다는 점에서, 만화적인 느낌을 부각시킬 뿐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편집자(編集者)는 편집자(偏執者)" 

편집자 마다라메 아키라에게 신인 작가들이 연이어 찾아왔다. 하고로모 사야는 데뷰 전 동인 작품의 출간을 막고자, 그리고 그녀 원고 속 트릭 아이디어를 반강제로 중견 작가에게 넘긴걸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덴도 구이치로 역시 항의가 목적이었다. 데뷰작에서 사용하라고 마다라메가 전해 준 트릭과 반전이 인기작가 아야메 작품을 베낀 것이어서, 덴도는 표절 작가로 낙인찍혀 작가 인생을 망쳤기 때문이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출판, 문학계를 통렬히 비판합니다. 신인 작가들 약점을 쥐고,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폭언을 내뱉는 악덕 편집자 마다라메, 그리고 제대로 된 작가도 아니면서 자기 작품과 소설가라는 직업에 헛된 신념을 품은 신인 작가를 통해서요. 문단에서 라이트노벨 작가는 일회용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등의 업계인스러운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나카야마 시치리 시선을 보자면, 편집자보다는 작가 문제가 훨씬 큰 것으로 그려져 이채롭더군요. 편집자가 작가와 이인삼각으로 작품을 완성해 나가면 좋지만, 수익을 중시하는 편집자도 당연히 필요하다는게 나카야마 시치리의 논리거든요. 출판도 시장이니까요. 마다라메도 문제는 있지만,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는 측면으로는 우수한 직원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작가들은 일반인의 상식도 갖추지 못한, 자의식에만 쩌든 괴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덴도 구이치로는 아예 동정도 가지 않을 정도에요. 소설가라는 놈이 편집자가 제공한 트릭과 반전으로 글을 썼다면, 이건 작가가 아니라 그냥 대필 기계일 뿐이니까요. 이런 주제에 자기가 창작자다 뭐다 운운하며 뭔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인 것 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욕을 먹어도 쌉니다. 조금 낫기는 하지만 하고로모 사야도 마찬가지에요. 또 이런 작가들이 단순한 비지니스 파트너에 불과한 편집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도 통렬하게 꼬집습니다.

다행히 이 작품은 비판 외에도 추리물로도 볼 만했습니다. 사용된 알리바이 트릭이 꽤 괜찮았거든요. 우선 하고로모가 흉기를 준비하고, 범행 현장인 호텔 지하 주차장까지 마다라메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범행 시각에는 너무나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듭니다. 그리고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던 덴도가 화장실을 가는 척 잠깐 자리를 비운 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 트렁크 안에 가두었던 마다라메를 찔러 죽이고 바로 돌아온 겁니다. 나중에 하고로모가 차를 회수하면서, 시체도 유기했고요. 꽤 그럴듯했어요. 

그러나 문제는 호텔은 CCTV가 완벽하게 존재하는 곳이라는 거지요. 지하로 향하는 모든 입구, 엘리베이터와 주차장 CCTV만 조사해도 트릭이 드러나는건 순식간이었을 겁니다. 덴도가 호텔 바에 있었다는걸 검증하기 위해 경찰이 철저하게 수사했을테니 빠져나가기는 힘들었을테고요. 그런 점에서 정교한 계획이라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는 수사의 문제일 뿐, 트릭을 폄하하기는 힘들고 독자가 추리하기 위한 정보도 공정하게 제공되고 있는 만큼 별점은 2.5점 주겠습니다.

"상을 받긴 했지만" 

신인상 수상작가들에게 쓴 소리를 하던 노 작가가 살해된 사건이 등장합니다. 당연히 쓴 소리를 들은 작가들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자의식 과잉으로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한 애송이들에 불과하고요. 부스지마가 풋내기들 정신 교육을 시킨다는 전개도 앞서 이야기들과 똑같습니다. 한마디로 원 패턴으로 일관하는 자기 복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추리적으로도 최악이에요. 트릭이나 단서, 증거같은건 등장하지도 않거든요. 부스지마의 정신 공격(?)에 무너진 범인이 스스로 범행을 자백하는게 전부니까요. 작가들을 쓴 소리로 비판하면서, 본인은 이런 작품을 버젓이 발표하는건 무슨 정신머리인지 모르겠네요. 최악 중 최악으로 별점은 1점입니다.

"애독자" 

작가 다카모리 교헤이 토크쇼 간담회에 3명의 독자가 참석했다. 한 명은 인터넷에 혹독한 비판만 올리며 즐거워하는 일종의 악플러인 구와에 도모미. 한 명은 다카모리 교헤이에게 강하게 연심을 품은 정신병자 스토커 마키시마 히나코. 마지막 한 명은 다카모리 교헤이에게 어떻게든 자기 작품을 보여주려고 발악하는 작가 지망생 가노 이쿠였다. 그리고 간담회 직후 다카모리 교헤이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는데...

여러모로 앞서의 시리즈 다른 작품들과는 차이점을 보여줍니다. 첫 번째는 작가가 아니라 작가에게 비틀린 애정을 품은 독자들이 주요 용의자라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부스지마가 이 독자들에게는 독설을 날리지 않는다는 점이고요. 마지막 세 번째는, 범인이 따로 있었다는 점입니다! 다카모리 교헤이는 여자 관계가 복잡해서, 아내가 그를 살해했던게 진상이었습니다. 최신간 속지 부분을 뜯어내어 현장에 두었던건, 사인을 받았을 팬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했던 것이고요. 이 페이지만 뜯어진 채 시체 밑에 책이 놓여져 있던 것, 사인이 번지는걸 막기 위함인 간지가 현장에 없었던 것, 그리고 현장에 있던 책은 2쇄본이었는데, 2쇄본이 작가 서재에 없었던 걸로 보아 서재에서 꺼내온 책이라는 결정적 증거 등으로 진상을 추리해내는 과정도 합리적이었습니다. 이 중 간지가 현장에 없었던게 증거가 되기는 힘들어 보이기는 했지만, 그 외 내용은 아주 괜찮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원 패턴이었던 전개를 탈피했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스포일러 가득한 악담을 리뷰랍시고 올리는 구와에 도모미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등장하는데, 살짝 찔리더군요. 저도 거의 모든 리뷰에 스포일러를 가득 담고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리뷰 내용에 스포일러가 있다는걸 더 잘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원작과 드라마 사이에는 깊고 어두운 강이 있다" 

부스지마의 트리콜로 시리즈의 드라마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프로듀서 소네는 원작의 인지도만 원했기에, 주인공도 여자로 바꾸고 없던 러브라인, 해피엔딩을 추가했으며 핵심인 보험금 살인도 스폰서 눈치를 보느라 치정 살인으로 바꾸고 말았다. 결국 부스지마와 편집자 신보는 방송사 관계자와 담판을 짓는 자리를 갖고, 부스지마는 언제나의 말투로 이 모든걸 소설이나 기사 형태로 폭로하겠다며 관계자들을 비웃었다. 그리고 그날 밤, 소네는 살해당했고 부스지마도 용의자로 떠올랐다.

작가 지망생들보다는 TV 드라마 관계자들을 비웃고 비난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비판할 악당의 악행을 먼저 묘사해서 독자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킨 뒤, 부스지마가 면전에서 한 방 먹이는 방식은 전작들과 거의 같습니다. 한마디로 원 패턴이라 식상했어요. 

추리적으로도 건질게 별로 없습니다. 부스지마가 시나리오 작가 후세가 소네를 공격한 방법을 과거 드라마에서 찾아내는 등의 활약은 하지만, 후세와 신보의 발자욱을 현장에서 입수했기 때문에 추리로 범인을 밝혀낼 여지는 전무하니까요. 후세는 단순 폭행이었고, 실제로 질식사하게 만든건 편집자 신보였다는 추리도 설득력이 낮습니다. 무엇보다도 신보가 자백하지 않았다면, 범행을 증명하기 쉽지 않았을겁니다. 기절한 사람을 돌려 놓으면 질식사 할 수 있다는 책을 함께 작업했다는 것 정도가 증거가 될 수는 없을테니까요.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 2인 3각으로 작품을 만든 신보를 직접 고발하는 부스지마가 자기는 작가 이전에 형사였다는 멋진 말을 한 직후, 이를 소재로 작품 하나를 쓸 수 있겠다고 하는 장면은 부스지마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를 잘 드러내기는 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느껴져서 별로 자연스럽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여러모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22/01/15

기타기타 사건부 - 미야베 미유키 / 이규원 : 별점 2.5점

기타기타 사건부 - 6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미야베 미유키에도물인데 '제 2막'이라는 부제처럼 새로운 시리즈입니다. 가난한 16세의 고아 기타이치가 주인공이지요. 기타이치는 '붉은 술 문고' 행상이면서, 동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해결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자신을 돌봐주었지만 복어를 먹다 비명횡사해버린 오카핏키 센키치 대장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요. 

그러나 외모가 출중하거나 대단히 머리가 좋은 건 아니에요. 관찰력과 판단력은 나름 괜찮지만 몸도 약한 편이고요. 그래서 탐정 역할이자 두뇌는 주로 대장의 미망인인 장님 마쓰바가 맡고 있습니다. 기타이치는 주로 발로 뛰면서, 단서들을 모아 안락의자 탐정같은 마쓰바 부인에게 전달해주는 역할 담당입니다. 주체적인 행동력을 갖춘 조수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는 '네로 울프'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물론 기타이치는 아치 굿윈과 같은 인생 경험이나 넉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요. 아울러 부족한 액션을 보충하기 위해, 목욕탕 가마 담당이지만 귀한 집안 후예로 굉장한 무술을 지닌 기타조가 은밀히 기타이치를 도와준다는 설정도 덧붙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기타(이치)기타(조) 사건부'가 된 걸로 추측됩니다.

이전의 다른 에도물과 다른 새로운 시리즈만의 특징이 몇 가지 눈에 뜨입니다. 첫 번째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라는 점입니다. 수록작 네 편 중 실제 괴담이 등장하는 작품은 한 편 뿐이며, 그 이야기도 결말과 진상은 합리적으로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수록작들 네 편이 모두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특징이에요. 전형적인 괴담물, 괴담물인줄 알았지만 일상계, 일종의 모험물, 추리물로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비교적 현실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 많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이는 주인공 기타이치의 설정 때문입니다. 사회적 지위와 신분이 낮고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팍팍하니, 규모가 크고 복잡한 사건보다는 아무래도 현실에 맞닿은 이야기들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었을테지요. 작가가 '미시마야'와 같은 기존 시리즈 대신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도 에도 서민들 삶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배경 덕분에, 에도 서민 생활에 대한 묘사도 굉장히 상세합니다. 기타이치가 홀로 '나가야'에 세를 얻어 살면서 문고 행상을 하고, 이런 저런 가게를 탐문하는 등 모든 장면에서의 묘사는 정말 손에 잡힐듯하니까요. 작가가 에도라는 곳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세삼 깨닫게 해 줍니다. 대한민국 독자가 이런 묘사를 모두 이해하기는 좀 힘들다는게 문제이기는 하지만요. 이전에 읽었던 "만족을 알다" 등 에도 관련 책과 함께 읽어야 대충 배경이 머릿 속에 그려질 것 같습니다. 

수록작별로 짤막하게 소개해 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복어와 후쿠와라이"

수록작 중 유일하게 진짜 괴담이 주요 소재입니다. 저주받은 후쿠와라이 때문에 소동이 빚어지게 되거든요. 그러나 결말은 굉장히 현실적이에요. 저주를 풀기 위해 마쓰바 부인이 눈을 가리고 후쿠와라이를 완벽하게 완성하는데, 지극히 논리적인 방법이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스타크래프트로 따지면 일종의 '귀맵'을 썼다는게 진상이니까요.

"쌍륙 가미가쿠시"

'저주받은 쌍륙'에 의해 '가미가쿠시 (아이 실종)'가 일어나는 내용으로 괴담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알고보니 아이들의 거짓말이었다는게 진상입니다. 

이를 밝혀내는 과정과 진상, 일종의 트릭과 추리 과정 모두 일상계같은 느낌을 전해주어서 현실적이면서도 와 닿게끔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타이치 혼자서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모습을 통해, 그가 장차 센키치 대장의 뒤를 이을거라는걸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시리즈에서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이 없는 지킴이"

기타이치가 연고없는 유골을 수습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알고보니 목욕탕 가마 담당 기타조의 아버지 유골이었고, 기타조는 은혜를 갚기 위해 도미칸 납치 사건을 기타이치가 해결한걸로 만들려고 한다는 내용입니다. 

수록작 중 유일하게 괴담이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으며, 대체로 '모험물'에 가깝다는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추리물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도미칸 납치 사건은 추리의 여지가 전혀 없었고, 사건도 반 쯤은 우연에 의해 해결되는 탓입니다. 앞서 도미칸이 과자가게 이나다야의 난봉꾼 차남을 응징하는 장면은 재미있었고, 또 다른 주인공 기타조가 첫 등장하는 등 건질게 없지는 않지만, 수록작 중에서는 가장 처지는 작품입니다.

"저승에서 돌아온 신부"

밥집 딸 오사키가 자신이 된장가게 아들 만타로의 죽었던 아내 환생이라고 주장한 뒤 일어난 일련의 살인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살인 사건이 두 건이나 일어나는 잔인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른 수록작들과 결을 좀 달리합니다. 사건을 추리해서 풀어가는 내용도 비교적 정통 추리물에 가깝고요. 환생이 아니라 사기극이었다걸 드러내는 추리의 과정도 괜찮았습니다. 사건 해결은 오사키의 자백에 의한 것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이는 에도라는 시대 특성상 어쩔 수 없었던 점이라 생각되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렇게 평균 수준의 작품이 세 편 이상은 되기에,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물을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추리물 속성이 옅고, 기타이치가 오카핏키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기이자 모험물 속성이 강해서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요. 왠지 리뷰를 쓰기도 힘들었기에 후속권은 읽어볼 것 같지 않네요.

2022/01/14

디 아더 피플 - C.J. 튜더 / 이은선 : 별점 2점

디 아더 피플 - 4점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다산책방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이브는 혼잡한 고속도로를 타고 귀가하다가 앞 차량에 자기 딸 이지가 납치되어 타고 있는 걸 목격했다. 열띤 추격 끝에 차량을 놓친 게이브는 경찰로부터 아내와 딸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2년 뒤, 장인 해리가 시신을 확인했는데도 불구하고 딸이 죽지 않았다고 믿던 게이브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전전하며 전단지를 돌리는 삶을 살던 중, 친구 '선한 사마리아인'의 도움으로 이지가 납치될 때 탔던 차를 기어코 찾아냈다. 차에서 가져온 노트로 응징받아야 할 사람을 대신 응징해 주는 다크웹 '디 아더 피플'의 실체도 알아냈지만 누군가에게 습격당해 단서를 모두 빼앗겼다. 

한편, 게이브의 단골 휴게소에서 일하던 케이티는 앨리스라는 소녀 전화를 받았다. 케이티 언니 프랜의 딸이라며 도움을 요청했고, 앨리스를 보살피면서 그녀가 바로 이지였다는걸 깨달았다. 그러나 케이티 역시 습격을 받고, 겨우 탈출하는데....

이전 "초크맨"으로 접했던 영국 작가 C.J 튜더의 세 번째 장편입니다. 스티븐 킹 작품의 저열한 카피에 불과했던 "초크맨"에 큰 실망을 했던 터라 더 이상 읽을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좋은 리뷰들로 자주 찾는 블로그인 '추리문학쪼개기'에서 이 작품에 대해 호평한 리뷰를 읽고 관심이 생겨 읽어보게 되었네요.

전혀 모르는 차에 내 딸이 타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도입부는 흥미롭습니다. 극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게이브가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할아버지 해리가 시체를 확인까지 했는데 이지가 과연 살아있는게 맞는지?라는 수수께끼도 거의 마지막까지 끌고 가면서 독자를 몰입하게 만들어 주고요. 디 아더 피플에 접속하기 위한 암호가 자동차에서 입수했던 성경책과 관련이 있었다던가, 장인 해리가 시신 확인을 하려는 게이브를 막기 위해 약을 썼다는 추리적인 장치들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건질게 없습니다. 따지고보면 딸의 납치를 목격한다는 것 부터가 작위적이에요. 우연히 살인 사건을 목격한 탓에 사건에 휘말린다는 이야기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지만, 그 중에서도 작위적인걸로 치자면 첫 손가락에 꼽힐 만 합니다. 대체로 '모르는' 사람이 살해당했던 다른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르니까요. 

전개도 엉망입니다. 게이브가 복수를 대행하는 디 아더 피플이 사건을 저질렀다는걸 알아낸 이후의 전개는 특히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이 시점에서 게이브는 누가 살인을 의뢰했는지 바로 알아챘어야 했거든요. 그의 인생 통들어 이렇게 복수를 당할만한 사건은 어린 시절 음주 운전으로 이사벨라를 식물 인간으로 만들었던 사건뿐인데 이사벨라의 모친 샬럿은 이미 죽었으니, 남는건 오랫동안 이사벨라를 돌봤던 간호사 미리엄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샬럿으로부터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은 게이브와 가족의 유산을 관리하게 되는 것도 미리엄이니 동기도 확실합니다. 매덕 경위가 이지가 살아있다는걸 납득한 순간, 이 사건을 꾸민게 누구인지 충분히 알려줄 수 있었을 겁니다. 아니, 이 정도는 이후 경찰 수사로도 밝혀낼 수 있었을거에요. 

이렇게 중요한 이사벨라 사건, 그리고 이 사건 때문에 게이브가 거액을 물려받았다는걸 거의 마지막까지 드러내지 않는 전개는 추리물 애호가로서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사건의 핵심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꽁꽁 숨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을 알기 전까지 게이브의 아내가 살해당한 이유는 장인 해리 때문일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마침 해리는 저명한 의사이니, 의료 사고에 관계된 원한이 있을거라고요. 마찬가지로 프랜은 가족과 사이가 안 좋았으니, 아버지에게 성폭행같은걸 당해서 복수 의뢰를 했던거고 그 탓에 게이브 가족 살해를 거들다가 이지를 데리고 달아나게 된 거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리는 다 헛수고에 불과했어요. 재미 여부를 떠나 반칙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독자는 추리의 여지가 거의 없는 탓입니다.

또 전개 도중 스티브가 게이브를 죽이지 않고 노트만 빼앗아 간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게이브는 습격했던 스티브의 얼굴을 봤는데 말이지요. 게이브가 다크웹 패스워드를 알고 있는 한 접속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구태여 힘을 써서 노트 따위를 훔쳐갈 이유는 없었어요. 차라리 패스워드를 바꾸는게 더 합리적이었을 겁니다. 여기서 게이브를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스티브가 케이티를 죽이려 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어져 버리고 맙니다. 게이브, 프랜, 케이티, 미리엄, 이지 등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오가는 전개도 좋다기보다는 혼란스러웠고, 중요 정보를 가리기 위한 꼼수로 여겨질 뿐이었습니다.

"낯선 승객" 설정을 비공개 커뮤니티로 만든 것에 불과한 다크웹 '디 아더 피플' 설정도 어설픕니다. 친족이 아닌 아무나 디 아더 피플에 복수 의뢰를 할 수 있다? 뭐 그건 있을 수 있다 치죠. 그러나 복수 대상이 범행을 저지른 당사자였던 게이브가 아니라 가족이라는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게이브의 가족을 죽인 살인자가 프렌과 이지를 죽이려다가 살해당한다는 것(같은 차를 몰고 있었던 것으로 증명됨)도 마찬가지입니다. 디 아더 피플은 다른 사람의 복수를 회원 누군가가 해 준다는게 기본 조건입니다. 정해진 킬러가 타겟을 해치우는게 아니라요. 그런데 게이브 가족 살인범도 그렇고, 나중에 게이브가 케이티를 스티브라는 동일 인물이 습격한다? 뭔가 잘못된 거지요. 설정 오류에요. 

디 아더 피플이 교도소 안에 수감되어 있는 범죄자를 자살로 위장하여 살해할 정도로 전능하다는 설정, 이 정도 조직이 신규 회원(?)을 알음알음 구두로 모집하는 설정 등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이보다는 "원한 해결 사무소"나 "선악의 쓰레기"같은, 주어진 현실 내에서 맡은바 임무를 가하는 복수 대행업자가 나오는 만화가 더 현실적이라 생각됩니다. 

디 아더 피플에 대해 알고 있는 핵심 관계자 케이트와 게이브가 만났고, 케이트의 언니 프렌이 이지를 데리고 있었으며, 게이브를 돕던 '선한 사마리아인'이 프랜의 의뢰로 죽은, 프랜 아버지를 과실치사로 죽게 만든 소년의 아버지였다는 인물 설정과 관계도 비현실적입니다. 특히 선한 사마리아인은 억지가 지나쳤어요. 일단 그가 게이브에게 접근하여 프랜을 찾으려 했다는 동기부터가 말이 안됩니다. 게이브 가족을 죽이는데 프랜이 협조했다는걸 알아낸 방법이 설명되지 않으니까요.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이지를 납치했던 차를 찾아낸 방법 역시 설명이 없는건 마찬가지고요. 

게다가 마지막에 이지가 이사벨라와 영적 교감을 하다가, 마지막에 염동력(?)을 발휘해서 미리엄을 죽이는 결말은 이게 뭔가 싶더군요. 이런 설정이 대체 왜 필요했던걸까요? 스티븐 킹빌 호지스 시리즈같은 싸이킥 스릴러를 생각한 듯 한데, 그만한 설득력도 없고 이야기에도 불필요했습니다. 이런 설정은 아예 빼는게 훨~씬 좋았을겁니다.

결말도 별로입니다. 게이브가 어린 소녀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죄를 지은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약 2년간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혼 위기였던 아내만 죽었을 뿐 딸은 무사히 돌아오고, 오히려 예쁘고 다정한 케이트와 함께 유산으로 물려받은 대 저택에서 행복한 미래를 살아갈 거라는건 개운하지가 않네요. 이 정도로 제대로 된 죗값을 치뤘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가해자도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류의 이야기인데,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읽히는 재미는 있지만 단점도 많았기에 감점합니다. 앞으로 이 작가 책을 더 읽어볼 일은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