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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9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유성호 : 별점 2.5점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6점
유성호 지음/21세기북스

법의학자 유성호가 오랜 경험과 연구를 통해 '죽음'에 대해 서술한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저자가 "미스테리아"에서 연재하고 있는, 실제 사건 속 법의학 이야기를 펼쳐내는 컬럼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터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미스테리아" 연재 컬럼과 비슷한 내용의 책일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책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제 실수지요. 

그래도 다행히 총 3부 구성 중 1부인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는 비교적 기대에 값합니다. 여러가지 실제 사건 속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법의학 소견과 검시 결과 등이 소개되고 있는 덕분입니다. 특히 완전범죄를 꿈꿨던 범행들이 눈에 뜨입니다.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이라던가, '의사 만삭 아내 살인 사건' 처럼 세간에 큰 화제를 불러왔던 사건들도 포함되어 있어서 흥미를 더하고요.

그러나 2부인 "우리는 왜 죽는가"와 3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부터는 이런 실제적인 법의학 관련된 글은 없습니다. '죽음'에 대해 역사적, 철학적, 과학적 개념을 다루고 있는 글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도 2부는 '죽음'을 인위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뇌사와 연명 의료 지속 여부, 그리고 안락사 이슈에 대해 심도깊게 접근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기는 했습니다. 평상시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주제라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고요. 특히 환자 자신이 연명 의료를 받을거라 생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연명 의료로 생을 유지해야 한다면, 그 결정을 정작 당사자인 환자는 하지 못한다는 이슈는 남 이야기 같지도 않더라고요. 법의학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이러한 이슈에 대해 국내에서 법제화되거나, 법원 판결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생기게 된 1997년의 '보라매병원 사건' 과 2008년 '세브란스 병원 연명의료 판결' 과 같이 실제 사례가 소개된 것도 이해를 돕습니다.
자살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는 부분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다른 책들과는 달리 근거를 가지고 접근하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잡지 《뉴요커 The New Yorker》가 금문교에서 투신 자살을 시도했다가 다행히 구출되어 살아남은 사람들을 인터뷰했을 때, 그리고 우리나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안용민 교수가 실제 자살 시도자를 진료하면서 들었다는 이야기 및 이를 연구한 내용들에서 자살자들 모두가 막상 죽으려는 순간에는 살고 싶었다고 생각했다던가, 자살의 원인으로 자살 유전자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그러합니다. 자살 유전자는 세로토닌이라는 뇌 신경화학물질과 관련되어 있다는군요. 물론 아직 명확하게 그 근거를 밝힐 수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자살의 원인 중 70퍼센트는 환경적 요인이고 나머지 30퍼센트는 유전적 요인일 것이라는 정도라고는 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주변에 자살자가 있는 가족은 보다 조심해야 할 것 같네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설명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3부만큼은 영 관심이 가지 않더군요.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에 대한 설명들인데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죽음에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고, 저 역시 불필요한 연명 치료는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니까요. 하지만 저자의 약력이라던가, 다른 글들에서 기대했었던 실제적인 사건과의 연계라던가, 법의학자로서의 전문성이 묻어나는 글은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가장 마지막의 영생 등에 관련된 내용은 지금 시점에서는 많이 앞서간 측면이 없지 않아 보였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여러모로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제 기대와는 다른 결과물이었습니다. 차라리 "미스테리아" 연재 컬럼이 단행본화되면 좋겠습니다.

2020/01/05

명작 의자 유래 사전 - 니시카와 다카아키, 사카구치 와카코 / 박유미 : 별점 2.5점

명작 의자 유래 사전 - 6점
니시카와 다카아키 지음, 사카구치 와카코 그림, 박유미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역사 속 대표적인 의자 350가지를 선정한 뒤, 큰 판형을 잘 활용한 상세한 일러스트와 디자이너 정보와 함께 시대순, 지역별로 구분하여 소개하는 디자인 역사서입니다.

의자 디자인에 대한 책은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의자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제품 디자인'의 정수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의자 디자인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되고 깊은지를 잘 알려주는데, 책에 따르면 의자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오늘날 의자의 형태가 이 때 거의 완성되었거든요.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자인 헤테프헤레스 1세의 황금 안락 의자, 그리고 좌석, 등판, 팔걸이, 4개의 다리, 하인방의 부재 (4개의 다리를 엮어 지탱하는 구조물)로 구성되어 오늘날의 의자 기본 구조와 거의 동일한 투탕카멘의 옥좌 등의 발굴로 증명되고요. 개인용 목제의자는 현대의 스툴 개념과 동일합니다.

그 다음은 현재 남아있는 유물은 없지만 그림으로 확인 가능한 고대 그리스의 의자 클리스모스, 고대 로마의 카데드라를 거쳐 중세 유럽으로 넘어가는데, 중세 유럽은 문화와 건축 양식에 따라 구분됩니다.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의 세가지 양식으로요.
이러한 문화와 양식 측면의 구분은 다음 시대인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등으로 이어지며 해당 시기마다 그 양식을 대표하는 의자들이 소개됩니다. 로코코부터는 나라별로 신고전주의 (루이 16세 양식), 퀸 앤 양식 (영국 앤 여왕 제위 시대 양식) 등으로 더 상세하게 구분한게 특징입니다. 이 때부터 특정 문화와 양식에 종속되어 유행을 따라가지 않은 디자이너 - 대표적으로는 영국의 가구 디자이너 토마스 치펀데일 - 가 등장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 뒤는 특이하게 특정 '의자'의 소개로 넘어갑니다. 영국의 윈저 체어, 미국의 셰이커 체어, 토넷의 곡목 의자입니다. 한 시대를 거의 평정하다시피하며, 지금도 사랑받는, 일종의 '양식'과 '형태'를 만든 명작 의자들이기 때문입니다.

19세기부터는 다시 양식으로 구분되는데 영국의 미술 공예 운동, 아르누보와 20세기 전반 모던 양식 등으로 이어지고, 20세기부터는 현대 의자라고 해도 무방한 의자들과 유명 디자이너들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친숙한 이름이 많아서 반가운데,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매킨토시와 힐 하우스 래더백 체어, 해릿 토마스 릿펠트의 레드&블루 체어,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체어,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야콥센의 스완 체어와 더 에그 체어, 베르너 팬톤의 팬톤 체어, 핀란드의 영웅 알바르 알토와 그의 의자들, 미국의 천재 찰스 임스와 그의 의자들, 그리고 현대의 아론 체어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20세기부터의 소개는 조금 아쉽습니다. 19세기까지의 소개는 크게 특정 시기를 묶어서 의자의 발전사를 시대순으로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었는데, 그냥 유명한 의자들을 닥치는대로 소개한 것에 지나지 않는 탓입니다. 책의 소개만으로 특정 양식이나 흐름 등을 알아차리기는 힘들어요. 이렇게 나열식으로 의자와 디자이너를 소개하면, 이전에 읽었던 "세상을 바꾼 50가지 의자"와 같은 책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 아니, 흑백 일러스트로 소개해 준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못합니다. 큰 판형을 살리지도 못하고 대부분 작은 사이즈로 소개되고 있기도 하니까요.
뒤에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형태, 계통도로 정리해 놓기는 했는데 실제 본문과 연결해 보기는 어려운 만큼, 차라리 이 형태와 계통도를 맨 앞에 목차처럼 수록하고, 의자들의 소개도 계통도대로 명확하게 소개해주는게 훨씬 좋았을 겁니다. 제목 그대로 '유래'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말이죠.

아울러, 일본이 제품 디자인 강국이기는 하나 '명작 의자 유래 사전'이라는 책에 한 꼭지를 할애하여 역사를 소개하고, 주요 디자이너와 의자를 소개할 정도로 비중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일본에서 나온 책이라 어쩔 수 없기는 하겠지만, 뭔가 공평한 시선으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19세기까지는 별점 5점을 주어도 괜찮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 감점합니다. 의자 디자인의 역사와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뒤의 부록과 같은 형태, 계통도만 참고하면 좋을 듯 합니다.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미식 특강 - 카리야 테츠 / 김숙이 : 별점 2점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미식 특강 - 4점
카리야 테츠 지음, 김숙이 옮김/창해

제목만 보면 "맛의 달인"의 엑기스만 모아놓은 책 같은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만화의 원작자 카리야 테츠가 저술한 음식 관련 에세이집입니다. "맛의 달인"에 수도 없이 등장했던, 여러가지 요리에 대해 작가의 생각을 풀어놓는 식의 이야기들입니다. 지금의 꽁치는 모두 냉동이고 너무 일찍 잡아서 예전의 맛이 나지 않는다, 지금의 닭고기와 돼지고기는 그냥 인공적으로 만든 단백질에 불과하다.. 같은 식으로요. 때문에 일부 글들은 뻔하고 지루합니다.

그러나 작가의 사고방식이나 라이프 스타일이 독특해서 재미있는 부분도 제법 됩니다. 예를 들자면 돈은 꽤나 번 것 같은데 다 먹어버려서 남은게 없다, 호주에서 살고 있는데 그곳의 진짜 맛있는 두부는 한국인 할머니가 만든다는 등입니다. 도쿄대 출신인 것도 처음 알았고요. 

아울러 "맛의 달인" 원작자 다운 음식 관련한 프로페셔널한 에세이도 괜찮았어요.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것을 꼽아보자면, 우선은 35만엔 짜리 "최고의 라면" 이야기를 꼽겠습니다. 값비싼 중국산 화퇴와 자연산 닭의 칭탕에다가 최고의 다시마와 가다랑어포로 국물을 내고 조미료는 당연히 천연 간장에 구슈의 다네가시마 흑돼지 최상급 로스를 숯불 화로에 구워 올린 라면이라고 합니다. 재료비, 교통비를 모두 감안한 가격이 35만엔이라고 하는데 한번 먹어보고 싶어지네요.
다음으로는 5밀리 정도로 얇게 썬 가지를 넉넉히 참기름을 두룬 팬에 센불로 볶은 뒤 간장으로 마무리하는 가지 참기름 볶음입니다. "맛의 달인" 31권에 나오는, 제 기억으로는 가지 공포증이 있는 나카마츠 반장과 후쿠이 차장 아들에게 먹이던 요리였는데 만화로 볼 때보다도 더 집에서 해먹고 싶은 생각이 이 들게 만든게 의외였습니다. 아무래도 글이 그림보다 분위기, 식감, 느낌을 전달하는데 있어 상상력을 자극할 여지가 더욱 많기 때문인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글을 읽으니 만두만들기도 도전해보고 싶어지더군요. 작가의 가족처럼 피까지 만드는 것은 무리겠지만요. 또 "맛의 달인" 12권에 등장한 중국식 파이 "로빙"이 원래 있거나 유명한 요리가 아니라 순전히 작가의 아버지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맛의 달인"에서는 뭔가 대단한 중국 전통 가정요리처럼 묘사되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 외에도 에세이와 연관된 "맛의 달인"에 등장한 그림들이 충실히 실려있을 뿐 아니라 본문에 나온 음식이 맛의 달인 어느 권에 나오는지 부록이 실려있는 등 "맛의 달인" 팬에게는 여러모로 즐길거리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때문에 내용은 딱히 새로운 것은 없으나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에세이집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20.01.05 추가 ----이전에 읽었었던 걸 모르고, 다시 리뷰를 작성했었습니다. 별점과 내용에 대한 인상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개인 아카이브 차원에서 추가합니다.

"맛의 달인"의 원작자 카리야 테츠의 미식 관련 에세이집. 본문 내용은 "맛의 달인"과는 크게 관련은 없습니다. 하지만 "맛의 달인"에 소개되었던 요리들이 많이 등장하고, 삽화는 모두 "맛의 달인" 속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어서 아예 떨어트려 놓고 생각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자 카리야 테츠의 생각이나 행동거지가 '우미하라'로 대표되는 "맛의 달인" 이라는 작품에서 특정 음식과 맛을 고집하는 '맛꼰대' 그대로라서 더욱 그런 느낌이 짙어요. 예를 들어 요새 꽁치,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등등 (등장하는 거의 모든 식재료)는 먹을게 못된다, 옛날 친환경으로 길렀던 재료들에 비하면 음식도 아니다라는 주장이 책 전체에 가득하거든요. 좀 더 전문적인 무언가를 기대했는데, "나 때는 말이야~"와 다를바 없는 꼰대스러운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실망이 컸습니다. 게다가 이 주장에 등장하는 브로일러 닭, 응고제 글루코노델타락톤을 사용한 두부가 맛이 없다는건 "맛의 달인"에서도 여러 번 써 먹은 주제라서 딱히 흥미로운 내용도 아니고요. 이럴 바에야 그냥 "맛의 달인"을 보는게 낫죠.

물론 전문가스러운 이야기가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버블 시대 방송국 지원으로 완벽한 라멘을 만든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함수 (칸스이 / 감수)를 넣지 않고 밀가루와 달걀만으로 반죽한 뒤 홍콩 전문가를 통해 면을 뽑고, 중국햄 화퇴와 닭으로 상탕을 낸 뒤 다시마와 가다랑어포로 일본식 맛을 더하고, 숙성 간장으로 간을 한 뒤 고명으로는 흑돼지를 구워 만든 차슈를 얹어 만들었다네요. 재료는 모두 자연산, 최고급을 사용했기 때문에 한 그릇 만드는 비용은 35만엔!이라고 하고요. 35만엔으로 왜 라면을 먹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두부의 부자가 왜 "썩다"라는 의미의 한자를 썼는지에 대한 고찰도 재미있었습니다. 치즈 만드는 과정과 연결하여 '유부'라는 말에서 유자 대신 콩 자를 붙여 만든 말일 수도 있다는 설인데 꽤 그럴듯했습니다. 관련 자료가 있는지 찾아보고 싶어질 정도였어요. 사시미의 어원도 충실한 자료 조사를 통해 잘 설명해 주고 있고요. 레시피도 틈틈이 실려있는데 가지 참기름 볶음도 간단해서 해 먹어봄직 하고, 집에서 만두를 만드는 이야기를 하면서 소개하는 '로빙' 레시피도 볼 만 합니다. "맛의 달인" 12권에서도 등장했던 바로 그 요리인데,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언젠가 꼭 도전해 보겠습니다. 만드는 김에 "맛의 달인" 60권에 등장했던 중화식 파호떡도 함께 만들어 보면 좋겠죠.

그러나 이런 류의 이야기는 극소수일 뿐더러, "맛의 달인"에 등장했었던 이야기가 많다는 약점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래서야 구태여 이 책을 구입해서 읽어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맛의 달인" 팬을 위한 책이긴 한데, "맛의 달인" 팬이라면 딱히 읽어볼 필요가 없는 기묘한 아이러니를 지닌 책입니다. 2권까지 나왔던데 구입해 볼지 말지가 고민이네요. 어차피 절판되기는 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