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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8

Q 앤드 A 1~6 - 아다치 미츠루 : 별점 2.5점

[세트] Q 앤드 A 1~6권 세트 (묶음) - 6점
아다치 미츠루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어릴 적 형의 죽음 이후 아버지의 전근으로 떠났던 옛 집으로 6년 만에 돌아온 안도 아츠시. 그는 돌아온 날 집에 지박령으로 남아있는 형 히사시(통칭 큐짱)의 유령을 보게 된다...

아다치 미츠루의 최신작입니다. 딱히 찾아보지는 않지만, 눈에 뜨이면 보게 되는 작가이지요. 형제와 옆집에 사는 소꿉친구 여자아이, 그리고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형의 사고사는 작가의 대표작 "터치"의 설정을 그대로 따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쌍둥이가 형제, 그리고 뛰어났던 쪽이 형이라는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그 외 캐릭터들, 성격 모두 기존 작품에서 이리저리 따왔습니다. 안도 아츠시 – 히로(H2) / 오가사와라 이치로 – 닛타 아키오(터치), 세키(러프) / 유후 – 카츠키(카츠), 아오바, 모미지 "크로스게임"... 인 식입니다. 즉, 전형적이고 매너리즘 가득하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크로스게임"처럼 야구를 중심 소재로 과거 히트작을 짜깁기한건 아닙니다. 육상이라는 소재가 등장하나 그냥 양념처럼 쓰일 뿐, 내용 자체는 그간 아다치 작품에서 보지 못했던 유령이 등장하는 옴니버스 에피소드 중심의 일상계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거든요. 유령이 나오는 하이틴 코미디라는 점에서는 괴작 "유&미"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약간 성인(아저씨) 취향의 개그라든가, 제목도 비슷하네요. 여튼, 덕분에 "크로스게임"에서 정점을 찍었던 진부함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좋은 작품이냐 하면 좀 애매합니다. 6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끌고 나갈 이야기로는 보이지 않았고, 이야기 전개도 툭툭 튀는 느낌이 강했던 탓입니다. 작가가 스토리 전개에 큰 생각이 없었던 것처럼 무의미하게 낭비되는 설정도 많았고요. 대표적인 게 큐짱이 빙의하면 아츠시를 일반인 이상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귀신 보는 소녀는 왜 등장했는지도 모르겠고요. 그 외 캐릭터들—라이벌이라는 오가사와라 이치로나 귀신 감독 등—도 마찬가지로 낭비되고 있으며, 마지막 타임슬립 비슷한 설정도 사족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류의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이기는 하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전성기였던 80년대 후반~90년대 스타일이라 요즘에도 통할까 싶은 의문도 들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밝고 순진한 이야기들이 반복되니까요. 여기에 바뀌지 않은 작화와 전개 스타일도 더해져 20여 년 전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하나의 스타일이 된 거장의 여유와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소품입니다. 쉬어가는 의미로는 적절했습니다. "전국대회 1위를 하면 사귀자!"라는 순진한 고백만큼은 매력적이었던 만큼, 복잡한 설정이나 캐릭터는 다 덜어내고 한두 권짜리 단편으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겁니다. "진배"처럼요. 그래도 한번 힘을 뺀 만큼, 후속작 "믹스"에서는 예전의 힘을 다시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2014/09/17

낮비 1~6 - 후루야 미노루 : 별점 2.5점

너무나 외롭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아무것도 없는 하루하루에 불만인 주인공 오카다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직장 동료 안도에게 말을 걸고, 여기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안도가 짝사랑하는 유카와의 만남, 그리고 유카를 죽이려는 연쇄살인마이자 고교 동창 모리타의 등장...

후루야 미노루의 우울 + 심각 계열 작품으로 전작인 "시가테라"와 굉장히 유사합니다. 루저에 가까운 주인공에게 미모의 여자친구가 먼저 대시한다는 판타지, 고교 동창인 사이코패스와 주변 인물들로 인해 본의 아니게 이상한 상황에 처한다는 이야기 구조가 거의 판박이거든요. 왕따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고요.

그러나 "시가테라"와 가장 큰 차이점은 "시가테라"의 주인공 오기노는 왕따 피해자라서 핵심 사건에서 주변에만 있기 힘든 탓에 이런저런 일에 계속 휩쓸리는데 반해, 이 작품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 커플인 오카다와 유카의 연애담과 비일상적인 연쇄살인마 모리타의 살인 행각이 분리되어 교차 전개(물론 나중에 합쳐지지만)된다는 점입니다. 오기노 캐릭터의 평범한 부분과 피해자 부분을 둘로 나눈 셈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오카다와 유카 커플, 그리고 안도가 등장하여 양념을 쳐주는 일상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둘의 이야기가 재미있다기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고집하는 상남자 안도가 상당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에요. "이나중 탁구부", "그린힐"에서 보여주었던 작가의 개그 센스가 여전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기도 하고요. 안도를 주인공으로 한 외전이 나와도 참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에 반해 모리타의 폭주는 평범한 일상이라는 환상을 확실히 깨준다는 측면에서는 성공하고 있으며, 막판까지 사이코 범죄물로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맛도 있지만 너무나 몰상식한 연쇄살인마로 묘사되기에 과하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시가테라" 정도로—인터넷에서 우연히 만난 꼴통이 살인마더라, 중퇴당한 고교 동창은 야쿠자가 되었더라—마무리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네요. 아니면 차라리 모리타가 오카다와 유카를 살해하는 데 성공하고 끝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무계획으로 막 나가는 모리타가 유일하게 목표하고 계획한 것이 바로 둘의 살해인데, 다른 우발적인 살인은 잘도 저지르면서 정작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다는 점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았던 탓입니다.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우리네 인생살이를 풍자한 걸까요?
마지막으로, 모리타가 학생 때 자신이 비정상임을 깨닫고 오열하는 장면, 그리고 그의 체포로 이어지는 마무리는 솔직히 좀 의아했습니다. 갑자기 '모리타도 인간이었던 적이 있었다'는 메시지가 이 작품에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뜬금없기도 했고요.

그래도 "시가테라"보다는 마무리가 깔끔할 뿐더러 나름 해피엔딩—어쨌든 오카다 커플은 목숨을 건지고, 안도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여성이 생기고, 모리타는 체포되니 만큼—이라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하나로 묶이게 되는 구성도 괜찮았고요. 두 작품의 장점만 하나로 합쳤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오카다와 유카의 미래에 행복만 있기를 바라며 리뷰를 마칩니다.

2014/09/16

데어데블 : 본 어게인 - 프랭크 밀러, 데이비드 마추켈리 / 최원서 : 별점 2점

데어데블 : 본 어게인 - 4점
프랭크 밀러 글, 데이비드 마추켈리 그림, 최원서 옮김/시공사(만화)

데어데블의 전 애인 카렌이 마약에 빠져 데어데블의 정체를 킹핀에게 팔아넘겼고, 킹핀은 데어데블 맷 머독을 철저하게 파멸시켰다. 그러나 맷 머독은 불굴의 의지로 재기하여 복수에 나섰다...

이 바닥에서는 명성이 자자한 작품이지요. 킹핀이 맷 머독을 파멸시켜 나가는 초중반부는 명성 그대로! 몰입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흡사 영화를 보는 듯한 구도와 전개가 인상적으로, 만화의 컷 그대로 영화를 찍어도 괜찮다 생각될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최고는 기자 유릭이 전화로 협박받는 장면인데 정말이지... 직접 보시라고밖에는 이야기 못하겠네요. 밑바닥이라 할 수 있는 헬스키친의 수녀원에서 재기하면서 옛 애인 캐런을 보듬는 맷 머독의 모습도 정말 명장면이었고요. 악역 킹핀의 카리스마도 압도적이라 이대로만 갔더라면 제 인생 최고의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완벽하게 말아먹고 맙니다. 킹핀의 목적은 물리적으로 맷 머독을 때려잡는 게 아니라, 그라는 인간을 속한 곳에서 완벽하게 파멸시키는 것이었고 본인 스스로도 맨손으로 데어데블을 제압할 수 있는데, 뭐가 아쉬워서 마지막에 뉴크라는 군인을 불러다가 헬스키친을 날려버리는 거대한 사고를 치는걸까요? 이미 초반의 목적은 달성한 거나 다름없는데 말이죠.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또 뉴크를 막기 위해 어벤져스, 그 중에서도 캡틴 아메리카가 활약하는 부분은 작품의 정체성마저도 의심케 합니다. 막판에 뉴크가 생포됨으로써 킹핀이 궁지에 몰린다는 설정 역시 뜬금없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차라리 친구인 포기, 애인 카렌, 기자 유릭까지도 모두 킹핀이 파괴하여 발붙일 곳을 잃은 데어데블이 몸을 추스른 뒤, 킹핀에게 홀로 도전한다는 전개가 훨씬 나았을 겁니다. 혹 지더라도, 그리고 맷이 모든 것을 잃었더라도 최소한 자존심은 잃지 않았다 정도의 결말이었다면 충분했을 테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전력질주로 1위를 앞둔 우사인 볼트가 결승선 앞에서 쓰러진 시합 같은 느낌이에요. 용두사미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법이겠죠.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덧붙여, 뒷부분에는 본편에 데어데블의 의상 디자이너인 포터가 과거 글레디에이터라는 악당으로 데어데블과 어떻게 엮였는지를 알려주는 단편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꽤 볼만한 작품이기는 한데, 이 작품을 빼고 분량과 가격을 낮추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하네요. 글레디에이터라는 악당이 딱히 비중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