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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9

눈먼탐정 캐러더스 - 어네스트 브래머 / 장미경 (자유추리문고 26) : 별점 2점

20세기 초반, 추리소설의 여명기에 명탐정 홈즈의 대성공 이후 여러 매거진, 신문 등을 무대로 하여 여러 탐정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연재물이라는 특성탓인지 단편이라는 형식이나 트릭 중심의 전개 및 추리적인 장치, 방법 모두가 비슷비슷한 도토리 키재기 식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작품의 형식보다는 기본 설정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 중에서도 소설의 주인공인 탐정에게 직업이나 외모, 그 외의 여러 장치로 특징적 요소를 부여한 작품이 제일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설정 놀이가 창작하기에 가장 쉬운 탓이었겠죠.
간단한 예를 들어도 서부 개척시대의 탐정인 "엉클 애브너" 라던가, 이름마저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의 인물 "구석의 노인", 신부님인 "브라운 신부", 천재 교수 "반 두젠", 괴도 "뤼뺑" 등등등 셀 수도 없습니다.

이 눈먼탐정 캐러더스 역시 당시 쏟아져 나온 탐정들 중 한명으로 셜록 홈즈와 차별화 되는 요소는 제목 그대로 "장님"이라는 특징 정도입니다. 같은 장애인 탐정으로는 유명한 귀머거리 탐정 드루리 레인이 있는데 레인은 독순술 덕에 일상 생활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는 설정이었죠. 캐러더스 역시 눈 역할을 하는 충실한 관찰자 하인 퍼킨슨이 있어서 추리적으로 모순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촉각으로 편지나 메모지의 글귀를 읽어내기까지 하니까요. 또한 장애인이기에 다른 감각이 발달했다는 식으로 놀라운 추리력의 이유를 제시합니다. 이 작품집에서도 남다른 촉각과 후각, 청각에 의존하는 단편이 몇 편 있을 정도거든요. 뭐 과학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지만요.

이 단편집은 이러한 장애인, 장님 탐정 캐러더스의 기념할 만한 데뷰작을 비롯해서 전 단편집 세 권에서 가려 뽑은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단편들 하나하나를 본다면 썩 좋은 작품들은 아닙니다. 전에 하서판 걸작선에서 읽었던 대표작 "브룩밴드 장의 비극"은 좋은 작품이었기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솔직히 실망했어요.
일단 주인공이 장님이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를 찾아보기도 힘들고 장님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다른 탐정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탓이 큽니다. 이래서야 차별화를 위해 억지로 장님이라는 설정을 가져다 붙인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지요. 드루리 레인은 최소한 "최후의 비극"에서 귀머거리라는 것을 결정적 트릭으로 써먹었는데 말이죠. 

또한 추리적으로 그다지 정교한 장치는 없다는 것도 큰 단점입니다. 이야기의 논리는 굉장히 합리적이지만 세밀한 복선이나 반전 없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구조라서 기복이 별로 없고, 드라마도 재미가 없어요. 무엇보다도 사건이 너무 시시합니다. 추리라는 것이 성립될만한 사건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별로 흥미롭지도 않고요. 

그 외에도 상황 설명으로 너무 긴 분량을 끌고 나가는 탓에, 진상을 밝히는 실제 추리는 굉장히 비중이 적다는 점도 감점 요인입니다. 정작 중요한 내용이 별로 없어요. 결말도 엄청나게 한심스럽고요. 이런 점에서는 사건의 전개에만 치중할 뿐, 결말은 대충 생각했던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듭니다. 본 이야기가 아닌 부수적 사건이 훨씬 인상적인데, 차라리 보다 가볍고 쉬운 이야기로 꾸며 나가는 것이 더욱 좋았을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굉장히 이색적이고 매력적인 탐정을 창조해 낸 성과는 있지만 단지 그뿐인, 셜록 홈즈의 인기에 편승한 조잡한 기획물에 불과한 실망스러운 수준의 작품입니다. 홈즈와 동시대, 같은 공간에서 호흡했던 다른 명탐정을 만난다는 역사적 의미, 그리고 당시 시대 상황을 소설을 통해 접하는 재미 외에는 건질게 없습니다. 물론 셜록 홈즈도 졸작이 있긴 하지만 걸작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캐러더스는 그정도 포스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당대의 아류작일 뿐입니다.

그래도 딱 한 편, "연립주택의 참극"이라는 괜찮은 작품이 실려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작품 하나는 홈즈 시리즈 최고 걸작과 비교해도 별로 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다른 수록작들이 다 별로라는 거지만요. 수록작별 간단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디오니소스 은화

사립탐정 캐러일은 의뢰받은 사건 때문에 디오니소스 시대의 은화 감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전문가인 리치먼드에 거주하는 윈 캐러더스를 방문했는데, 그가 과거의 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캐러더스는 캐러일에게 사건의 개요를 듣고 곧바로 사건의 진상을 풀어내는데... 

사건을 의뢰하러 오는 역의 사립탐정 캐러일, 장님이자 부유하며 뛰어난 추리력을 지닌 캐러더스, 그리고 캐러더스의 하인이며 엄청난 관찰력의 소유자인 퍼킨스 등 주요 설정과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는 캐러더스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그러나 설정과 캐릭터 소개가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이고 정작 사건 이야기는 단 몇 페이지에 걸쳐 짧게 언급될 뿐이라 추리적으로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사건의 진상에 관한 이야기를 캐러더스가 이미 경험했다는 결말이 너무 맥빠져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스트래스웨이트경 부인의 간지 (간교한 지혜) 

보험회사는 진주목걸이 도난 보험에 가입한 스트래스웨이트 경 부인의 목걸이 재감정에 나섰다. 감정인이 교체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처음의 진주목걸이와 재감정한 목걸이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캐러일에게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곧바로 목걸이는 도난당했고, 캐러일과 캐러더스는 사건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경 부부를 방문했다. 그리고 캐러더스는 곧바로 목걸이가 어디 있는지 알아냈다. 

당시 유행인가요? 방탕하고 가난한 귀족 이야기는 굉장히 진부할 뿐더러 이야기의 중심인 목걸이 도난 사건 역시 너무 간단한 사기극이라 조금 유치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사건의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 되는 단서 역시 빈약하기 짝이 없고요. 첫 작품에서의 단점인 배경과 캐릭터 소개 부분이 많고 정작 사건 이야기는 비중이 적은 단점 역시 여전합니다.

매싱검 장의 유령 

매싱검 장 11호실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았다. 가스를 잠갔음에도 불구하고 시도 때도 없이 가스등이 켜졌고, 욕실에서 물이 흘렀기 때문이었다. 캐러일은 사건 조사를 위해 부하를 잠복시켰지만 부하 역시 유령임에 분명하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캐러일은 어쩔 수 없이 캐러더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유령이 등장하는 아파트라는 소재도 독특하고 유령을 등장시키는 방법이 나름 과학적이며, 결말까지 깔끔합니다. 좋은 작품이에요. 

하지만 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 즉 의외의 이야기가 나오기 힘든 내용이기에 정교함이 조금 떨어지고 이 작품만 유별날 정도로 번역이 엉망이라 제대로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극명하게 갈리고 뒤섞여 있는데, 번역만 좋았어도 훨씬 좋았을 겁니다. 아쉽습니다.

독버섯 

12세의 소년 찰리 윈폴이 독버섯을 먹고 사망했다. 캐러일의 활약으로 그의 숙부 필립 래우덤의 계획 살인으로 생각되어 그는 체포되었지만, 캐러더스는 캐러일이 잡은 증거를 뒤쫓아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의 누명을 벗기는 이야기는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합리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여 이야기의 설득력이 높습니다. 특히 캐러일이 밝혀낸 증거를 하나씩 뒤집어 나가는 과정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이야기에 별다른 기복이 없고 결국 진상이 너무나 별볼일 없다는 단점 역시 분명합니다. 왜 경찰이 진상을 파악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전무해서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단점이고요. 결말만 좀 더 말끔하고 명쾌했다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겁니다.

헤들럼 고지의 비밀 

1차대전 직전의 미묘한 시기, 퍼킨슨은 우연히 찾아간 박물관에서 그가 예전에 알고 있던 독일 군인 폰 굴트 대위가 정체를 숨기고 일하고 있는걸 알아채고 캐러더스에게 그 사실을 보고했다. 캐러더스는 폰 굴트 대위가 수행하고 있는 작전을 그가 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통해 눈치채는데... 

1차대전 직전의 당시 시대 상황 때문인지 홈즈도 그렇고 스파이, 특히 독일 스파이를 색출하고 그들의 작전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당시 소설에 꽤 많이 보이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스파이 분쇄물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스파이의 작전이 너무 보잘 것 없고 내용에서도 중요한 암호가 트릭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암호 그 자체로 존재해서 캐러더스의 액션씬(?) 이 등장하는 것 정도가 위안거리일 뿐인, 추리물로서의 가치가 낮은 시시한 작품입니다.

연립주택의 참극 

폴래슈가 캐러일을 찾아 왔다.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바람을 핀 일 때문에 정부의 애인에게서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게 이유였다. 아내에게 밝혀지면 곤란하다는 것을 들어 비밀 유지를 당부했지만 그는 그 직후 살해되고 마는데... 

이 작품집의 베스트로 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사건이 치밀하면서도 복선과 전개가 합리적이고 추리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캐러더스가 장님인 덕분에 추리가 명쾌해 지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드네요. 

지나치게 독자에게 친절한 탓에 중간부분에서 일찍 진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알려진 트릭이기도 한데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인지는 조금 궁금하군요.

구두와 은그릇 

세간에 화재가 되고 있는 "원숭이 도둑"에 의해 캐러더스가 고용한 엔덜리의 집에서 은그릇이 도난당하고 말았다. 캐러더스는 엔덜리 부부의 집에 방문해서 그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묘한 사건들과 여러 증거들을 모아 진상을 밝혀낸다. 

중심 사건인 시시한 도난사건보다는 중간부분의 구두가 바뀐 사실을 통해 밝혀내는 짤막한 치정극 이야기가 훨씬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소품 수준이지만 상당히 기발하고 인상적이거든요. 그러나 도난 사건이 너무 별로이고 결말까지 실망스러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컬버 거리 범죄 

컬버 거리에 있는 위도슨 앤드 스텝 상회의 사장 버논이 갑자기 정신이상 상태로 발견되고 상회에는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버논의 정신이상과 화재를 연결짓지만 버논 가문과 친분이 있는 캐러일의 조카딸에 의해 캐러더스가 사건에 뛰어들어 사건을 해결한다. 

초 중반부는 나름대로 인상적인데 중반 이후에 범인이 너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결정적 약점이 있으며 사건의 단서가 맥락이 좀 맞지 않아 추리적으로 실패한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뭔가 더 정교한 트릭이나 장치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이 시리즈 특유의 원패턴 전개라 조금 아쉽습니다.

2006/12/16

월관의 살인 상/하 - 아야츠지 유키토 / 사사키 노리코 : 별점 2.5점

월관의 살인 -하 - 6점
사사키 노리코 지음/삼양출판사(만화)

기차를 혐오하는 어머니 때문에 기차를 단 한번도 타보지 못한 여고생 소라미는 어머니의 사후, 자신에게 외할아버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외할아버지의 초대로 "월관"에 찾아가게 된다. 월관으로 가는 특별 열차를 탄 소라미는 그 열차의 동승객들이 전부 철도 매니아, 즉 철광이라고 불리우는 인물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것에 놀라며, 이윽고 열차가 출발한 뒤, 철도 매니아만 노리는 연쇄 살인범에 의해 살인극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관 시리즈의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와 독특한 일상속 개그를 선보이는 만화가 사사키 노리코의 공동 창작물.
하지만 이 책만 놓고 본다면 아야츠지 유키토 스러운 분위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연쇄 살인범이 등장하는 사사키 노리코의 개그 만화를 봤다라는 인상이 더욱 강할 정도로 만화적 재 창조가 원작을 압도하기 때문인데 굉장히 조화롭지 못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전해 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사키 노리코의 재 해석이 더욱 빛났다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사사키 노리코의 굉장히 세밀한 특정 직업군들 (수의대생, 간호사, 프랑스 레스토랑 직원 등)에 대한 묘사가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로, 예전에 봤던 "아이러브 트레인" 이라는 철도 매니아 만화가 생각날 정도로 철도 매니아 (철덕)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이게 철도 매니아 만화인지 추리 만화인지 헛갈리기 까지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사사키 노리코의 재해석은 단점도 있어서, 추리적으로도 나름 괜찮은 설정과 복선이 깔려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묘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추리 만화로서의 가치는 상당히 떨어집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특유의 폐쇄적인 공간, 그리고 공간의 특수성을 이용한 살인극이 이 작품에서도 동일하게 펼쳐지는데 다른 요소들, 특히 개그적인 부분에 많이 묻히고 있는 탓입니다. 
사사키 노리코의 담담하면서도 일상적인 연출 탓에 사람이 많이 죽는데도 불구하고 극의 긴박감이나 위기감이 정말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 역시 추리 만화로서는 감점 요인이겠죠.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개그물을 보는 느낌마저 들었으니까요....

사사키 노리코의 팬이라면 어떠한 이야기도 자신만의 세계로 만드는 그녀의 능력에 경탄하며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야츠지 유키토나 추리물의 팬이라면 뭔가 이질적이고 기대하지 못한 결과물로 볼 수 있을 거에요. 추리적으로는 분명 아쉽긴 하거든요. 저는 두 작가 모두의 팬이기에 어느 정도 만족했지만, 취향을 좀 많이 탈 듯한 느낌이 드네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사사키 노리코의 팬이 훨씬 두터운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해 봅니다. 대박나서 이러한 창작물이 많이 나오면 그걸로 좋은 거니까요.

그리고 제가 산 것은 초회 한정판인데 굉장히 싼티나는 보드게임이 부록으로 들어 있더군요. 절대 해 볼 것 같지는 않지만 뭐 부록은 부록이니까...

2006/12/14

Prison Break Season 1 : 별점 3점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사형수가 되어 집행일자만 기다리는 형 링컨을 탈옥시키기 위해 마이클 스코필드는 완벽한 준비를 끝낸 뒤, 무장강도 사건을 일으키고 형이 있는 폭스리버 교도소에 수감된다...

탈옥은 그동안 참 많은 추리물에서 다루어 왔던 소재입니다. 어떻게 보면 완벽한 감시하에 있는 무엇인가를 훔쳐낸다는 소재와도 일맥상통하며 이러한 소재는 뤼뺑시리즈를 비롯해서 너무나 많은 작품에서 쓰이고 있죠. 탈옥만 똑 떨어트려 놓고 보더라도 사고기계 반 두젠 교수의 대표 단편인 "13호 독방의 문제" 등 고전에서도 숱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 중엽까지의 감시체계는 아무래도 허술한 곳이 많아서 지금 보기에는 완성도도 좀 떨어져 보이고 뭔가 허술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편이었죠.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 보다 완벽한 감시체계를 추구하며 교도소 자체가 첨단화 되어가기 때문에 탈옥이 점점 불가능해지면서 더욱 정교하고 세밀한 탈옥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아무래도 스케일이 크고 정교한 맛이 있어서인지 영상물에서 이러한 작품이 흔한데, 이번에 본 "Prison Break" 는 가장 최근 발표된 탈옥물 답게 고전적인 탈옥물의 정석에 충실하면서도 정교하고 스릴도 넘치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묘미는 이미 밖에서 완벽하게 모든 준비를 끝낸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의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장애물이 생길때 마다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마이클의 계획 자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자세하게, 관객에게도 어떻게 탈옥할 것인지에 대해 전체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단계별로 보여줌으로써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TV 드라마의 장점이기도 하죠. 또 방영시간이 타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여러가지 준비와 장치들이 보다 디테일해진 점도 좋고요.
이렇듯 탈옥 자체만 놓고 본다면 탈옥물 최고 걸작인 "알카트라즈 탈출"에 맞먹는 재미를 선사할 정도로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작품이었습니다. 22편이나 되는 만큼 꽤 길긴 하지만 킬링타임용으로 즐길만한 재미는 충분했고 저도 1주일간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습니다. 첫번째는 별 생각없이 방영했다가 의외의 인기를 끌어서 연장 방영할 계획이 중간에 급히 수립된 듯한 분위기입니다. 탈옥을 한번 실패하는 거야 그렇다쳐도 불필요한 음모론을 집어넣어 쓸데없이 이야기를 부풀리는 것, 그리고 본편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곁다리 이야기를 질질 끈다던지 하는 것인데 장기 연재만화의 폐단 그대로입니다. 
두번째는 주인공과 주인공의 형 링컨을 제외하고는 같이 탈옥에 가담하는 모든 죄수들이 전부 질나쁜 악질 범죄자이기 때문에 결국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번째 문제는 이야기가 너무 커지면서 희생자가 점점 늘어가는 것이고요. 첫번째 문제야 불필요한 부분은 대충 넘기면서 탈옥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면 해결할 수 있지만 두번째 문제는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더군요. 아동 연쇄 성폭행 살인마라던가 마피아 보스 같은 놈들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인간 말종들이거든요. 
마지막 세번째 문제점은 주인공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형을 위하는 부분의 정통성이 많이 희석되서 드라마가 약해지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차라리 형만 그냥 죽었으면 형의 전처와 전처의 남편, 증인들 등등등이 희생되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season 1만의 별점은 3점, 그런데 탈옥을 한 다음의 이야기인 시즌 2는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군요. 어차피 탈옥이야 당연히 성공할테고 결국 흔해빠진 음모론과 그 배후를 찾는 이야기, 그리고 숨겨진 돈을 찾는 이야기로 흘러갈텐데 이러한 부분은 별 관심 없거든요. 듣자하니 평도 좋지 않은데 대부분 저 같은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겠죠? 아무래도 시즌 2는 제가 보기에는 방송사의 오판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래도 탈옥물 자체로의 완성도는 상당히 뛰어난 만큼, 이쪽 쟝르를 선호하신다면 즐겁게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네요. 저는 무척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