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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7

달콤, 살벌한 연인 (2006) - 손재곤 : 별점 4.5점!

달콤, 살벌한 연인 (2disc) - 10점
손재곤 감독, 박용우 외 출연/CJ 엔터테인먼트

서른이 넘도록 연애한번 못해본 노총각 대학 영문과 강사 황대우. 우연찮게 다친 허리통증과 짝사랑한 후배와 친구와의 교제를 알게 된 후 외로움에 몸부림 치다가 아래층에 새로 이사온 여인 이미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점차 애정이 깊어질 수록 미나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결국 미나가 미대생이며 독서를 좋아한다고 했던 모든 이야기가 거짓임을 알게되는데 사실 그녀에게는 더욱 큰 비밀이 있었으니...

이 영화는 꽤 유명한 배우인 박용우가 나오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저예산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정된 셋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컬트성 짙은 괴작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사실 "김치냉장고가 다 망쳐놨어" 라는 멘트가 인상적이었던 예고편을 너무 재미나게 봐서 꼭 보고싶었던 차에 연휴를 기회로 보게 되었네요.

영화를 보고 난 감상은 한마디로 "박용우 최고!" 입니다. 원래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심스러울 정도로 멋없고 지루한 노총각 황대우라는 캐릭터와 정말로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이 영화 전편에 걸쳐 보여지는데 그 캐릭터 재현도는 "올드보이"의 최민식씨와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내 여자친구가 사실은 연쇄살인범"이라는 기본 아이디어 자체가 워낙 탁월하고 그것을 코믹한 구성의 시나리오로 옮긴 솜씨가 정말 대단합니다. 어떻게 보면 심각하고 잔인한 상황이며 전부 4명을 살해한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거부감 없도록 절묘하게 전개하는 구성덕에, 또한 장면장면과 대사가 너무나 웃겨서 영화 보는 내내 정말 즐거웠습니다.
살인이라는 범죄가 등장하고 시체 은닉에 대한 한국적 발상 등 범죄영화적인 측면에서도 볼거리가 많아서 추리 매니아로서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추리-스릴러 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완전범죄에 대한 이야기로 허술하긴 하지만 문제가 많지 않게끔 제법 잘 짜여져 있기도 하고요. 하드보일드처럼 하나의 살인이 살인을 부르는 연쇄 구조 역시 친숙하지만 설득력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이미나 역의 최강희씨의 연기가 너무 처져서 몰입이 조금 힘들었던 것과 조금 어설픈 결말과 에필로그 장면이었습니다. 결말은 나름의 해피엔딩을 어떻게든 구현하려는 감독의 의도로 보이기는 하지만 너무 밋밋해서 영화 전편에서 느껴지던 기발하고 신선한 느낌이 많이 퇴색된 것 같고 에필로그는 정말 사족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 같으면 황대우가 신혼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이미나와 조우하고 이미나가 또다른 살인(?)을 암시하는 결말로 찍지 않았을까 싶은데 좀 약하고 아쉽더군요.
그래도 몇몇 결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본 국내 영화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영화 중 하나임에는 분명합니다. 저예산인 티가 좀 나면서 완성도 면에서는 약간 부족해 보이기도 하지만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연기로 만들어진 볼만한 영화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4.5점입니다.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 명대사는 :
"운전면허도 없는 년이 사람은 왜 죽여!!"

2006/05/04

마징가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 마에다 건설 판타지 영업부 / 김영종 : 별점 2.5점

마징가 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 6점
마에다건설 판타지영업부 지음, 김영종 옮김/스튜디오본프리

실존하는 종합 건설회사 마에다건설이 "공상세계 대화장치"라는 가상의 기계를 통해 만화와 애니메이션 세계의 건축물을 수주받는 신규 부서 '판타지 영업부'를 만들어 4명의 직원을 투입, 첫 프로젝트로  마징가 Z의 지하기지 (실제로는 오수처리장 격납고)를 설계하고 견적 산출 후 발주하는 과정을 그린 책. 제목이 좀 이상하네요. "지하기지" 가 아니라 "격납고" 일텐데....

어쨌건 만화속에서만 존재하는, "공상과학대전" 등의 책에서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한 거대 로봇물에서 그나마 현대 과학기술로 구현이 가능한 격납고만이라도 재현한다는 프로젝트 취지 자체는 과거 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건설업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도록 도판과 설명도 (지나칠 정도로) 충실하고요. 무엇보다도 여러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실제의 건축물의 충실한 실례를 들어가며 다양한 공법과 기술들을 자세하고 진지하게, 그리고 설득력있게 전개해 나가는 과정은 탄복을 자아냅니다. 예를 들자면 만화영화와 설정고를 참고로 한 기본설계를 마친 후, 연구소의 위치가 후지산 근처라는 설정을 통해 근처의 지질을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만화영화와 똑같이 구현하기 위한 슬라이딩 개폐부의 도입이나 유압식 엘리베이터 적용 여부 논의, 내진 설비를 갖추는 것에 대한 고민 등 등 모든 세세한 부분이 그러합니다. 판타지 영업부의 진지한 자세가 엿보였달까요. 마지막에 등장하는 1/100 실제 모형은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으로 손색이 없는 결과물입니다!

실제로 "마에다건설공업(前田建設工業) 주식회사는 1919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자본금 234억 엔, 종업원 수 3,427명(2005년 3월 말 현재)에 달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초대형 토목건설 전문 업체로 20세기 최대의 프로젝트로 불리우는 도쿄만 아쿠아라인 인공섬을 비롯하여 도쿄도 청사, 요코하마 베이브릿지, 우나즈키 댐, 홍콩 신공항 여객터미널, 후쿠오카 돔(프로야구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구장) 등 일본 내외의 역사적 의의를 지니는 대공사를 다수 성공시키며 첨단 건설공법의 선두주자로 명성을 떨쳐왔다."라고 하는데 대기업 답지 않은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흥미진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데에 박수를 보냅니다. 뭐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건 광고 차원이건 국내 대기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놀라운 발상이라 생각되어 여러모로 부럽네요.

현실속의 프로젝트는 아니며 최종적으로 산출된 예산인 72억엔에 공기가 6년 5개월이라는 수치는 실제 구현될 확률도 굉장히 낮다고 생각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책 자체는 무척이나 참신한 시도로 보이며 대기업에서 고객 서비스, 홍보용으로 충분히 추진할 만한 재미난 기획이었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마에다 건설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게끔 되어 있다고 하지만 한국어로의 번역도 충실한 만큼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단 만원이라는 가격은 좀 비싸보이지만요. 다음 기획이 무엇인지 벌써부터 궁금해 집니다.

덧 1 : 우리 회사에서도 비스무레하게 뭔가 할 수 있는게 없는지 곰곰히 한번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아 내 일만 늘어나려나?
덧 2 : "태권브이 기지를 만들어 보자!"라는 제목으로 수록된 부록은 한마디로 사족일 뿐, 책의 가치를 떨어트릴 뿐이라 가슴이 아픕니다.

밤 그리고 두려움 (Night & Fear) 1~2 - 코넬 울리치 / 하현길 : 별점 3점

밤 그리고 두려움 1
코넬 울리치 지음, 프랜시스 네빈스 편집, 하현길 옮김/시공사

격조했습니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여러 일이 겹친 탓입니다. 요새 책 몇권 구입했으니, 부지런히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5월 리뷰의 첫 빠따(?)는 '윌리엄 아이리쉬'로도 잘 알려진 코넬 울리치의 단편선입니다. 시공사에서 발간되었습니다. 1,2 권으로 분권되어 있는데 크기와 장정은 마음에 듭니다. 외모는 합격점!
내용 역시 알찹니다. 코넬 울리치(윌리엄 아이리쉬) 특유의 분위기를 짙게 풍기면서도 재미도 있는 단편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입니다. 전부 국내 초역된 작품들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작품은 1권에 8편, 2권에 6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권이 훨씬 좋았습니다. 긴박함과 스릴 가득하고 하드보일드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제임스 엘로이의 대선배라 할 수 있는 코넬 울리치의 진가가 잘 보이는 작품들이 많거든요. 제임스 엘로이 작품과는 경찰의 폭력이 독자의 공감을 얻게끔 하는 구성이라는 차이가 있는데, 이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권선징악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라면, 1권에서는 앞서 말한 권선징악적 요소가 잘 드러난 "용기의 대가"와 하드보일드 모험 소설같다는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요시와라에서의 죽음", 작은 사건이지만 서스펜스가 넘치고 심리묘사가 발군이라 거장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던 "앤디코트의 딸", 마지막으로 부정을 저지른 형사에 대한 이야기인 "윌리엄 브라운 형사"를 꼽습니다.
2권에서는 경찰의 아들이 대사건에 뛰어드는 "유리 눈알을 추적하다"와 굉장히 이색적인 트릭이 겹치는 "죽음을 부르는 무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중 "유리 눈알을 추적하다"는 동화적인 요소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코넬 울리치의 색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그러나 편저자 프랜시스 네빈스가 밝히듯, 작가의 다른 작품 플롯과 분위기를 그대로 차용하여 재생산한 작품들은 모르고 읽는다면 괜찮겠지만 알고 읽으면 뭔가 속았다..라는 느낌도 들기는 합니다. "댄스 한번에 10센트 (춤추는 탐정)"을 그대로 베낀 듯한 작품처럼 말이지요.

그래도 코넬 울리치 탄생 100주념 기념 단편집이라는 부제에 걸맞는 멋진 단편집인건 분명합니다. 추리시장에 한줄기 단비같은, 저같은 단편 추리 매니아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선물이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2권 뒤의 실려있는 편저자 프랜시스 네빈스의 서문도 상당한 분량에다가 내용 또한 코넬 울리치의 삶과 작품세계를 잘 요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은데, 소개된 작품들 중 다양한 장편들, 특히나 Black 시리즈 작품군이 무척 땡기더군요. 코넬 울리치 명의이건 윌리엄 아이리쉬 명의이건 제가 읽은 장편이라고는 어린이용 "공포의 검은커튼"과 "환상의 여인"밖에 없는데 다시 제대로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습니다. 번역자 후기에 따르면 번역자도 번역하고픈 마음이 든다니 적극! 추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