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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7

로그 메일 - 제프리 하우스홀드 / 이나경 : 별점 2.5점

로그 메일 - 6점 제프리 하우스홀드 지음, 이나경 옮김/arte(아르테)

<<아래 리뷰에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고위층 명사가 유럽 어딘가의 독재자를 암살하려다가 체포되었다. 진짜로 죽이려고 했던건 아니고, 심심풀이로 벌인 게임에 지나지 않았지만, 독재자의 부하들은 모진 고문 뒤 사고로 위장해 죽이려 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그는 천신만고 끝에 영국으로 돌아오지만, 독재자의 부하들이 여전히 자기를 노리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불명예를 걱정한 그는 국가의 도움을 받지않고 홀로 도주하여, 과거 추억이 어려있던 도싯 지방에 은신처를 마련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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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직전인 1939년 출간된 전설적인 서스펜스 스릴러.
사실 저는 제목만 보고 최첨단 IT 소재물이라고 착각해 왔었습니다. Log mail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알고보니 Rogue Male 이더라고요! 외톨이 수컷, 일본식 표현으로는 한마리 외로운 늑대와 비슷하겠지요? 일종의 사냥감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가끔은 흉폭함과 야성을 드러내는 주인공에게 딱 들어 맞는 제목입니다.

하여튼, 여러 미스터리 랭킹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던 작품으로, 국내에는 상당히 늦은 2019년에 출간되었는데 명성답게 서스펜스, 긴장감은 발군입니다.
외국에서 망신창이 상태로 이름모를 낚시꾼, 그리고 영국 배의 일등 항해사 베이너의 도움을 얻어 귀국한 뒤, 도싯 지방의 아무도 모르는 오솔길에 위치한 은신처로 이동하기 위해 여행하는 부부로부터 사이드카가 달린 자전거를 구입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하고, 은신처 위치가 좁혀질 위기에 처하자 경찰 시선을 돌리기 위해 다른 곳을 은신처처럼 만들어 위장하고, 결국 외국 비밀 요원 퀴브-스미스에게 위치가 발각되어 좁은 공간에 갇혔다가 탈출하는 과정 모두 읽는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듭니다.

여러가지 잘 안배된 설정들도 긴장감을 더해줍니다. 대표적인게 주인공이 고문을 받아 '눈에 상처'를 입었다는 설정입니다. 사람들 눈에 너무 띄는 탓에 원래 계획이었던 시골 마을에 몰래 숨어드는게 불가능해져버리니까요. 선글라스로 가려도 누구나 눈에 이상이 있다는걸 눈치채버리고 말거든요.
비교적 초반에 비밀요원 중 한 명을 죽이는 바람에 영국 경찰들에게도 쫓기게 된다는 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덕분에 주인공의 눈 이상이 전국에 알려졌을 뿐더러, 외국 정보요원들 뿐만 아니라 영국 경찰들도 주인공을 체포하려 해서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주인공의 실력과 의지, 인내력만으로 이야기를 끌고가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조력자 - 특히 미녀 - 를 만나 도움을 얻는 헐리우드 스릴러스러운 전개는 전무합니다. 처음 탈출할 때 외국인 낚시꾼과 일등 항해사 베이너가 선선히 도와주는 장면같이 운에 의지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허용 범위 안쪽입니다. 낚시꾼은 독재 반대파일 수 있으며, 베이너의 경우는 주인공이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유명인사라는 설정 덕에 도와주었을 거라는 암시를 주는 식으로 합리적인 설명도 덧붙여져 있고요.

쫓고 쫓기는 대결 구도도 잘 그려져 있습니다. 치밀하고 끈기있는 추적으로 주인공의 은신처를 알아낸 퀴브-스미스 대령은 라이벌로 손색이 없습니다.
더 놀라왔던건 만만치 않았던 영국 경찰의 수사력 묘사였습니다. 도싯 시골 숲 속에 은신처를 마련하고 숨어 있던 주인공에게 거의 한끝발 차이로 육박해 올 정도의 솜씨를 보여줍니다. 심지어 맞부닥치는 바람에 정면에서 도주극을 벌이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지요.
이런 상대방들의 추적을 통해 원래 사냥꾼이었던 주인공이 사냥감이 되었다는 상황을 잘 알려주는 묘사들도 몰입을 도와줍니다.

그러나 몇가지 앞, 뒤가 맞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주인공의 독재자 암살 시도가 그러한데요, 주인공은 일관되게 단지 자기의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퀴브 -스미스에 의해 은신처에 산채로 감금당한 뒤에 갑자기 약혼했던 연인의 복수를 위해서라는 동기가 튀어나옵니다. 이럴거라면 처음부터 당당히 죽일 의도가 있었다고 말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영국인이 남의 나라 지도자를 쏘려고 했다가 잡혔는데, 이게 왜 외교 문제가 되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게임에 불과했다는 말을 외국 정보부에서 선선히 받아들여서 사고사로 죽이려 했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요. 주인공은 상당한 고위층으로 보이기에, 당연히 좋은 협박거리(?)로 사용될 수 있었으니까요.

전체적으로 흥미로운건 사실이지만, 경찰 추적이 근처에 이른 탓에 가짜 은신처를 만든 뒤 그 곳에 숨어있다가 도주한 것처럼 꾸미는 장면은 과했습니다. 도주 경로와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일부러 눈에 띄는 행동을 하고, 경찰 바로 옆에 숨는 묘기를 부릴 것 까지는 없었어요. 은신처를 감추려다가 본인이 위기에 처하는건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잖아요. 또 그렇게 잘 숨을 수 있으면,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은신처에서 숨어 있는게 더 나았을테고요.
게다가 이 시도는 퀴브 -스미스에 의해 숨겨두었던 사이드카가 드러나, 은신처 바로 근처까지 퀴브 -스미스가 찾아왔을 때의 행동과는 반대라 앞, 뒤가 맞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퀴브 -스미스가 근처 농장을 다 뒤져서 오솔길이 은신처라는걸 알아냈다고 추리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앞서 경찰이 나타났을 때 처럼 다른 곳으로 도주했다고 위장하거나, 아니면 실제로 도주했어야 했습니다. 시간도 충분했었고요. 하지만 은신처에 틀어박혀 숨어있는 방법을 택했다가 산채로 감금당하고 말지요.

주인공을 은신처에 가둔 퀴브 - 스미스가 바로 그를 죽이지 않고 회유하는 척 연기를 하는 장면도 이상했습니다. 바로 죽이지 않는 이유를 영 모르겠더라고요. 영국을 떠나지 않겠다는 서류에 서명을 받기 위한 목적은 전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별로 대단한 서류가 아니라는건 주인공과 퀴브 -스미스의 대화로 이미 드러날 정도이고, 주인공 서명 정도를 위조하는게 그리 어려울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영국 정부와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도 21세기의 한국 독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불명예가 예상된다는데, 도대체 무슨 불명예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주인공이 "사실 내가 아는 영국인 중에 그가 가져온 망할 문서에 서명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도 거부하겠지만, 대부분은 그저 고집 때문에 거부할 것이다."며 서명을 거부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무엇보다도 퀴브-스미스와의 마지막 대결이 아쉬웠습니다. 총이 없어서 고대 로마의 노포와 비슷한 무기를 직접 만들었다는 설정은 나쁘지 않아요. 그러나 퀴브 스미스가 환기구를 막았던 자루를 빼다가 주인공이 쏜 화살에 맞고 죽는건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주인공에게 총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환기구로 고개를 내민다는건 영 석연치 않았습니다. 물론 직전에 주인공이 서명을 하겠다며 퀴브-스미스를 구워 삶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총이 없다는걸 퀴브-스미스가 확실히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내용을 보강하던가, 아니면 퀴브-스미스가 예상하지 못한 무기를 사용하는 식으로 끌고가는게 더 좋았을 겁니다. 최소한 주인공과 자웅을 겨룬 라이벌에게 어울리는 결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명성의 이유는 잘 알 수 있지만, 지금 시점의 한국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낡은 느낌도 없지 않아서 감점합니다.
이런 작품은 아무래도 영화로 보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과거 2번이나 - 그 중 한 편은 흑백 고전 영화 시대의 거장 프리츠 랑 감독이고, 또 다른 한편은 명배우 피터 오툴 주연 - 영화화 되었더군요. 곧 베네딕트 컴버비치 주연으로 다시 영상화된다는 소문이 있는데, 어떻게 만들어질지 기대되네요.

2022/11/26

두산 베어스의 22시즌을 마무리하며

 


올 시즌, 두산 베어스는 60승 2무 82패로 9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제 예상보다 훨씬 못한 결과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10승 이상을 기대했던 1선발 에이스 미란다의 부상과 중도 퇴출이었습니다. 확실한 1선발이자 연패 스토퍼 역할을 해 줄 투수가 없으니 연패도 잦아지고, 이닝 이터의 부재는 중간 투수들의 부담을 불러오는 등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대체 선발로 선을 보였던 박신지, 최승용 선수도 별로 인상적이지 못했고요. 반등을 기대했던 이영하 선수는 이제 더 이상 선발로 가치가 없는 현실만 일깨워 주었습니다.
중간 투수진도 정철원 선수가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며 신인왕까지 수상했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부활을 기대했던 박치국, 이승진, 이형범, 김강률 선수는 결국 시즌 내내 별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고 홍건희 선수도 솔리드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니까요.

당연히 타선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성적이 하락할거라는건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습니다. 중심 타선은 한심할 정도입니다. 김재환 선수는 몸값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으로 보여주었고, 양석환 선수도 전년 대비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병살타 신기록을 세운 호세 페르난데스 선수를 비롯, 스텝업을 기대했던 박계범 선수의 성적은 처참할 지경이고요. 박건우 선수의 뒤를 이어 만개할걸로 믿었던 김인태 선수도 부상 등으로 제몫을 하지 못했습니다. 강승호, 정수빈 선수도 기복이 심해서 시즌 한창 때에는 별로 좋은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했던건 팀 컬러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각목으로 때려 부수던 우동수 깡패곰 시절이나, 선발로 찍어 눌렀던 판타스틱 4를 기대하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육상부' 시절의 BQ 넘치던 플레이들은 가능하잖아요? 뛰지 못하면 잘 하기라도 해야죠. 올 시즌은 공수에 있어 실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끝내기 안타를 치고도 세레머니 할 생각 탓에 병살 아웃되어 허무하게 끝나버렸던 SSG전이 대표적입니다. 수비를 못하면 1군에 올리지 않는다는 베어스 철학은 어디갔는지도 모르겠고요.
근성과 투지로 '미라클 베어스'라고도 불리웠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실수하고 못하면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아무리 전력이 떨어져도 LG전에서만큼이라도 근성을 보여주던게 바로 얼마 전인데 말이지요. 오재원 선수같은 선수가 필요한데, 그런 역할을 해 줄 선수가 없다는게 너무나 아쉽습니다.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해본다면, 결국 김태형 감독의 책임이 커 보입니다. 물론 프런트 진의 잘못도 작지는 않아요. 작년에도 글을 남겼었지만, 김재환 선수에게했던 투자, 그리고 직전해 정수빈 선수를 잡아서 박건우 선수룰 놓친 것 모두 프런트 진의 실수니까요. 선수단 구성이 엉망이 된 건 프런트 책임이지요.
그러나 팀 컬러의 실종, 잘못된 선수 기용, 끝없는 타격 부진, 유망주 육성 실패 등은 모두 감독에게 가장 책임이 클 것입니다. 직전 시즌까지는 눈부신 성과를 보였지만, 재계약은 더 못하고 감독이 교체된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이제 2023년부터 이승엽 감독을 맞아 새롭게 달리게 되었습니다. 아직 시즌은 커녕, 스토브 리그가 마무리되지도 않았고 동계 훈련 역시 시작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작년보다는 전망이 밝네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선수 교체와 양의지 선수의 복귀 덕분입니다. 알칸타라 선수의 복귀가 확정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둘이 합쳐 20승은 해 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스물스물 생기거든요. 스탁, 미란다, 브랜든 합쳐서 14승을 거두었던 작년보다 +6승이 더해지며, 단순 WAR만 비교해도 박세혁 선수보다 +3 이상 높은 양의지 선수의 복귀까지 합치면 거의 10승이 더해지는 셈입니다. 이 정도만 되어도 70승 2무 72패로 거의 5할이니, 5강 싸움은 가능한 수준이 됩니다. 올해 5위였던 기아의 성적도 비슷했지요.
기존 선수들도 조금 기대가 생깁니다. 일단 투수진은 외국인 투수 두 명이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돈다는 가정 하에 올 시즌 스텝업한 곽빈 선수를 필두로 4선발로는 차고 넘치는 최원준 선수, 갑툭튀 정철원 선수는 확실한 상수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 부상으로 정상 가동되지 못했던 박치국, 김강률 선수 등이 힘을 보태주고, 기대주인 최승용, 이병헌 선수 등 신인 몇 명이 뒷받침만 해 주면 올해보다는 확실히 나을 겁니다.
올해 가장 큰 문제였던 타선의 해결사는 호미페 대신 선택된 새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와 복귀한 양의지 선수 두 명입니다. 팀에 부족했던 장타력을 더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니까요. 여기에 신임 이승엽 감독과 전면 교체된 코치진이 반드시 터져야 하는 김대한 선수를 비롯, 몇몇 선수만 알을 깨도록 도와준다면 더할나위 없겠습니다. 그걸 위해 선택한 신임 감독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유튜브 등을 통한 마무리 훈련 모습 등은 긍적적으로 보였습니다.

뭐 그래도 당장 우승을 노린다는건 도둑놈 심보입니다. 작년 성적을 보면 말이죠. 가을 야구가 아니라 한국 시리즈 진출이 당연한 것인줄 알았던 좋았던 시절은 다 갔으니, 당분간은 성적을 내려놓고 팬으로서 열심히 하는 모습에 박수를 쳐 줄 생각입니다. 당장 내년은 성적보다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를, 그리고 LG에게는 반드시 이겨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내년 시즌에는 선수단의 핵이 될 만한, 근성 넘치고 팀 컬러를 대표할만한 스타 선수가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김대한, 송승환, 안재석, 이유찬, 정철원, 최승용 선수나 아니면 다른 선수 누구라도요. 겁없이 뛰어도 되는 시즌이니 부담갖지 말고!

순전히 팬심으로 써보는 2022 두산 베어스 예상!

명탐정에게 장미를 - 시로다이라 교 / 김은모 : 별점 1점

명탐정에게 장미를 - 2점
시로다이라 교 지음, 김은모 옮김/문학동네

<<허구추리>>로 유명한 시로다이라 교의 데뷰작. 두 편의 중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망작 of the 망작입니다. 올해는 아직 다 가지 않았지만, 올해의 최악으로 꼽겠습니다. 읽어보실 필요는 당연히 없습니다. 제 별점은 1점입니다.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수록작별 상세 리뷰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메르헨 난쟁이 사건>>
'난쟁이 지옥'이라는 독약에 관련된 참혹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첫 번째 피해자 후지타 게이코는 난쟁이 지옥을 만들었던 다케바야시의 딸이었고, 두 번째 피해자 구니오는 다케바야시의 조수였다. 두 사람은 각종 언론사 등으로 보내진 <<메르헨 난쟁이 지옥>>이라는 동화 속 모습 그대로 살해당했다.
유력한 용의자인 다케바야시의 또 다른 조수였던 쓰루타는 첫 번째 사건에서의 알리바이가 완벽했다. 오히려 쓰루타는 후지타 가에 나타나 게이코의 딸 스즈카를 동화의 마지막 피해자 한나처럼 죽일 수 있다며 협박하는데...


어떤 이야기와 살인 사건이 맞물려 전개되는 작품은 많습니다. '마더 구스' 동요를 이야기 전개에 써먹었던 크리스티 여사님의 <<주머니 속의 호밀>>이나 밴 다인의 <<비숍 살인 사건>> 처럼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도 빼 놓을 수 없을테고요.
이렇게 범인이 무언가를 따라서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해서이거나 범행에 관련된 중요한 무언가를 숨기려고 했다는 등이 있습니다. 단순히 범인이 정신병자여서 그랬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의 이유는 특이했습니다. 난쟁이 지옥을 팔고 싶은데 독약의 효능 등이 잊혀졌으니, 이를 다시 세간에 알리기 위해 기묘한 잔혹 동화를 창작하여 뿌리고 동화대로 잔혹한 사건을 저지른 것이거든요.
쓰루타는 구니오의 장기말에 지나지 않았는데, 오히려 구니오의 뒷통수를 쳐 그를 살해하고, 신출귀몰한 능력자 범인인양 후지타 가에 나타나 자기는 사람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다며 협박했다는 진상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세가와 미유키가 사건의 모순을 눈치챈 계기가 된 동화 속 등장 인물 이름인 한나, 니콜라스, 플로라는 모두 후지타 가족 이름과 연결된다는 등, 단서 제공도 공정합니다. 히브리어 뜻까지 알아야 하는 등 좋은 단서로 보기에는 어렵지만요.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도 일본 만화 등에서 흔히 보았던 전형적인 쿨 뷰티, 차도녀 안경 선배 설정이기는 한데 명탐정으로서의 고충 - 진상을 드러내어 오히려 마음에 상처를 입는 - 을 묘사한건 신선하더군요.
물론 명탐정이 마음에 상처 따위는 입어서는 안되지요. 유불란의 말대로 명탐정의 혈관에는 강침이 돌아야 하는 법입니다. 그런 유불란도 감정에 휩쓸려 버리기는 했지만....

그러나 억지가 심합니다. 아이 사체로 만든다는, 주술에 가까운 독약 '난쟁이 지옥'의 설정부터가 억지입니다. 기묘한 동화를 창작하고, 성인 여성을 납치하여 온 몸을 난도질하는 엽기 범죄 역시 마찬가지에요.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독약 광고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어떤 장소에 '난쟁이 지옥'을 풀어서 사람들을 심부전으로 죽게 만들고, 매스컴에 '난쟁이 지옥'으로 일으킨 범죄라는 성명서를 내는게 훨씬 손쉽고 깔끔했을겁니다. 게이코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었다 하더라도, 후지타 가에 독을 푸는게 더 현실적이었을테고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게이코에게 '난쟁이 지옥'에 대해 알린 뒤, 범행 현장으로 찾아오도록 시켰던 트릭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게이코가 '난쟁이 지옥'에 대해 업보가 있다고 생각한건 독을 이용하여 친모를 살해한 탓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죄의식을 느끼고 구니오의 덫에 스스로 빠질리 없지요. 그런데 그 사실을 구니오 등이 알 턱이 없으니 이는 모순입니다. 게이코가 친모를 살해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했을거에요.

딱히 명탐정이 필요했던 사건도 아니라는 문제도 큽니다. 쓰루타가 게이코 사건에서의 알리바이가 어쨌건 간에, 구니오 사건에 대한 수사만 철저히 진행했어도 사건은 해결되었을테니까요. 게이코는 퇴근길에 납치당한게 아니라, 그녀 스스로 현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구니오의 알리바이가 생겼는데 아를 밝히지 못한건 경찰의 부실 수사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납치는 못했더라도 공범이 있었다면 범행은 저지를 수 있잖아요. 세간의 화제가 된 강력 사건을 이렇게 허술하게 수사한다는건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게이코의 편지를 후지타 가에서 내놓지 않는걸 경찰이 방관하는 것도 납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기발한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독배 퍼즐>>
미하시의 후배로 스즈카의 가정 교사를 맡았던 야마나카 후유미가 '난쟁이 지옥'에 독살당했다. 가족이 모두 모인 티 타임에서 차를 마신 직후였다. 조사 결과 티 포트에 '난쟁이 지옥'이 가득 들어있었다. 누가, 왜 포트에 독을 넣었을까? 미하시는 이번에도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에게 사건을 맡기는데....

한마디로 최악. 진상은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를 흠모하게 된 스즈카가 명탐정을 다시 만나기 위해 사건을 일으켰다는 겁니다. 그녀가 어머니의 유품인 '난쟁이 지옥'을 티 포트에 넣었던 거지요.
그런데 스즈카는 중학생입니다. 아무리 명탐정이 보고 싶어도 가족 모두가 먹는 차에 먹으면 바로 죽는 독을 다량으로 푼다는게 과연 말이나 될까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장난삼아 풀었다면 모를까요. 너무 써서 바로 뱉을 수 밖에 없다는건 증명되지도 않았고, 증명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족이 모여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차가 쓰다고 바로 뱉어낸다는 것도 잘 상상이 안되고요. 야마나카 후유미가 미각 장애가 있어서 차를 삼켰다는 만화같은 설정도 거슬렸습니다.

어쨌건 명탐정은 불렀지만 이유를 알려줄 수 업어서 미하시 등이 내세운 가짜 진상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스즈카가 계모 교코의 살의를 눈치채고, 독이 묻은 찻잔 흔적을 감추기 위해 독을 포트에 쏟아 부은거라는데, 비상식적입니다. 계모가 자기 목숨을 노리지만 계모와 아버지가 너무 사랑해서 그걸 숨기고 독을 가지고 도박을 한다? 아버지, 아니면 미하시에게 말하고 도움을 구하는게 당연하잖아요? 그리고 교코가 스즈카를 죽이려 했다면 '난쟁이 지옥'을 썼을리도 없어요. 그 독이 어디에 있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온 가족이 다 아니까요. 의학적으로는 병사로 판단되더라도, 아버지 가쓰히토와 미하시는 의심의 눈초리를 절대 거두지 않았을 겁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하시가 스즈카를 은밀하게 조종해서 후유미를 살해한 진짜 흑막이었다는 연극도 어처구니 없었어요. 건실한 청년 미하시 캐릭터와 어울리지도 않으며, 그래봤자 스즈카가 실행범이라는건 바뀌지 않으니까요. 이런 억지 연극을 꾸미는 것 보다는 차라리 스즈카의 뇌종양을 미유키에게 알리고, 경찰 고발을 취소해달라고 부탁하는게 나았을 겁니다.

제일 큰 문제는 명탐정 미유키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스즈카만 걱정하고 피해자 야마나카 후유미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하시와 미유키에게는 후배이기도 한데 왜 그녀의 죽음은 비통해하지도 않고, 진상을 덮으려고만 할까요? 살인범 스즈카를 무슨 순정만화 속 비련의 피해자처럼 묘사하는 마지막 장면은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명탐정이 진실을 밝히는 바람에 비극을 불러왔다 운운하는데, 스즈카가 사람을 죽인건 사실이라서 뭐가 비극인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별점은 1점. 명탐정을 부르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만화같은 동기를 비롯하여, 뭐 하나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시리즈가 더 이어지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