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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4

초고층 호텔 살인사건 - 모리무라 세이이치 : 별점 3점

초고층 호텔 살인사건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김정우 옮김/해문출판사

크리스마스 이브, 동양 최대의 호텔인 이하라 호텔의 개장을 기념하는 파티가 열리던 중, 이하라 호텔의 거대한 빛의 십자가 모양의 조명 앞으로 사람이 떨어져 죽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목격하게 된다.
피해자는 미국 넬슨사에서 파견된 이하라 호텔의 지배인 토마스 소렌센. 그의 죽음은 살인사건으로 보이지만 그가 투숙해 있던 16층의 방은 사실상 밀실 상태여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 뒤, 이하라 그룹 사장 비서 오자와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오자와의 부하 직원의 증언으로 경찰은 소렌센 사건에서의 트릭 및 소렌센-오자와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하게 된다.
하지만 철벽의 알리바이를 깨지 못해 고민하던 중, 이하라 그룹의 라이벌인 부용은행의 차남 고레나리 도시히코마저 밀실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며, 경찰은 이 세 사건의 연관성을 연구하여 철벽의 알리바이와 밀실트릭을 깨트리고 진범을 검거하게 된다.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작품. 꽤 유명한 작품이지만 예전 번역본은 구하기가 어려워 손을 놓고 있던 차에 해문의 미스테리 베스트로 출간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1971년 작품으로 비교적 초기작에 속하고, 이 작가의 초기작은 꽤 괜찮은 작품이 많아 읽기 전 부터 상당히 기대를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작가의 후기작은 작품이라 부르기 미안한 수준의 작품마저 양산한 작가라서.....

여튼, 이전에 읽었던 "고층의 사각"과 유사하다는 것이 눈에 먼저 뜨이네요. 호텔에서 실제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설정이 꽤나 요긴하게 쓰이는 점, 그리고 고층의 호텔 밀실이라는 점은 판박이로 보여져요.
그러나 데뷰작 이후 어느정도 내공이 쌓인 덕인지, 인물과 드라마는 훨씬 복잡하게 전개됩니다. 무엇보다도 호텔에서 발생한 밀실 살인 트릭과 시간차를 이용한 장소이동 알리바이 트릭, 그리고 체인으로 밀실을 만드는 3종의 트릭이 등장해서 추리적인 재미를 마음껏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최대의 장점이겠죠.
허나 "고층의 사각"에 비해 너무 흥행을 의식한 티가 나는 것은 감점 요소입니다. 난잡한 상류계층의 생활과 범죄를 그리는 것이야 모리무라 세이이치 작품의 특징이라 치더라도 이 작품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만화같은 느낌마저 들거든요. 인물 및 배경 설정에서 현실감이 너무 떨어지기도 하고요. 모리무라 작품에서 항상 느껴왔던 것이지만 이러한 설정들이 좋은 트릭과 전개를 너무 흐리고 있어서 아쉽습니다.

그래도 그냥 트릭만 놓고 본다면 모리무라 세이이치 작품에서도 꽤 높은 수준이기는 합니다. 개인적으로 평가한다면 첫번째 사건 -초고층 호텔 살인사건- 은 제목으로까지 쓰인 임팩트 있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트릭은 수긍하기 어려운, 그냥저냥한 수준이었지만 다른 2개의 트릭은 상당히 재미있고 깔끔하니까요. 특히나 2번째 시간차 알리바이 트릭이 아주 좋은 편인데, 기발하기도 하거니와 범인들이 보다 치밀한 함정을 파기 위한 공작을 벌이다가 오히려 꼬리를 잡히게 되는 전개가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작가의 최고 대표작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지만 추리작가로서의 모리무라 세이이치를 잘 느낄 수 있고, 길이도 그다지 길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심심풀이 독서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생각됩니다.
아울러 접하기 힘든 작품을 과감하게 선정해서 소개해 주는 점, 거기에 계보도까지 그려놓고 시간차 트릭을 깨기위한 시간대를 표로 구성하여 삽입한 출판사의 센스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역시 추리전문 출판사는 다르군요.

2005/05/02

내가 죽인 소녀 - 하라료 / 박영 옮김 : 별점 4점

내가 죽인 소녀 - 8점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비채

의뢰 전화를 받은 사립탐정 사와자키는 작가 마카베 오사무의 집에 찾아가나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경찰에게 체포된다. 혐의는 알고보니 마카베 오사무의 딸 사야카의 유괴 혐의. 경찰의 취조 끝에 누명은 벗겨지나 유괴범은 사와자키가 몸값을 전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사와자키는 어린 소녀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는 경찰의 감시와 의심의 눈길 속에서 유괴범 요구대로 도쿄 시내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접선을 시도하나 폭행사건에 휘말려들어 몸값을 잃어 버리게 된다.

이후 마카베 오사무의 처남 가이 마사요시의 재차 의뢰로 혹시 가이의 4명의 자녀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며 스스로 유괴범을 찾기 위해 애쓰나 결국 사야카는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하지만 조사 도중 가이의 딸인 가무라 지아키의 남편인 유키가 우연찮게 몸값이 들어있던 가방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수사는 활기를 띄게 되는데....


하라 료의 유명한 작품으로 소문만 들었던 책입니다. 그동안 구하기 위해 여러번 노력했지만 실패했던 차에, 이번에 석원님 등 인터넷 상의 지인 여러분의 도움으로 출판사 공동구매라는 방법으로 구입하게 되었네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뭐 하나 빼놓을 부분이 없을 정도로 멋졌거든요! 일단 주인공 사와자키부터 아주 매력적입니다. 블루버드라는 애차와 필터없는 담배를 애용하며 거칠고 시니컬한 말투에 경찰과는 사이가 좋지 않다는 등의 여러가지 디테일은 전성기 미국 하드보일드 탐정 계보를 충실하게 이어가는데, 실제 "액션" 자체는 별볼일 없다는 점에서 의외의 현실성까지 느끼게 해 주니까요.
그리고 이야기 전개도 짜임새있고 박진감 넘칩니다. "유괴"라는 범죄는 주로 면식범의 소행일 여지가 많다는 전제하에서 이야기의 얼개가 짜여지고 있는데 상당히 합리적이면서도 구체적이라 마음에 드네요. 모든 단서와 근거가 사와자키의 조사를 통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사와자키의 조사는 대부분 "미행"과 "탐문"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등의 현실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고요.
아울러 수사과정 외에도 사와자키라는 캐릭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다른 사건들 역시 소설에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가 탁월합니다. 단편적인 정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짤막하고 지엽적인 이야기인데 뭔가 스토리에 맞춰서 캐릭터 설정이 드러나는 작품 구성이 정말 대단해 보였어요.

무엇보다도 마지막의 진상과 그에 따른 반전이 상당히 임팩트있어서 그야말로 화룡정점을 찍어주는 것이 좋더군요. 별다른 증거 없이 사와자키의 추리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말로 마지막에 터트린다는 점에서도 확실한 정통 미국식 하드보일드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진정한 하드보일드 작품이었달까요.

그래서 별점은 4점. 추리적으로나 소설적으로나 치우침 없는 재미를 가져다 주는 괜찮은 작품인데 많이 안 팔렸다는 점에서 추리 매니아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이 팔리지 않은 이유는 제 생각에는 이해불가능할 정도로 허접한 표지...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구입에 도움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PS : 뭔가 울림을 주는 저 제목이 읽기 전에는 참 멋지게 보였는데 읽고 나니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의 의미네요^^

* 2015.06.17 신규 출간본 추가 및 내용 일부 수정

2005/05/01

댄서의 순정 - 박영훈 : 별점 2.5점


한때 최고의 선수로 촉망 받던 영새(박건형). 영새는 대회에서 라이벌 현수의 방해공작으로 파트너와 우승을 다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지나 선배 상두에 의해 조선족 자치구에서 여러번 우승한 댄서 장채린(문근영)과 새롭게 팀을 이루려 한다. 하지만 채린은 사실은 연인이 있던 언니 대신 온 것이 밝혀지고, 채린의 입국에 돈을 썼던 영새의 선배 상두는 채린을 술집에 팔아 넘긴다. 하지만 영새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데려와 춤을 가르쳐 주기 시작한다.
춤이 점점 발전하는 채린은 영새의 전 파트너 세영이 그랑 알레그로(발레동작의 공중회전과 퀵스텝을 적용시킨 최고의 기술)를 추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기술을 배우길 원하며 두 사람 사이에 신뢰 이상의 감정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채린을 데려왔던 상두는 채린이 발군의 실력을 보이자 영새의 전 라이벌이자 재력가 현수를 찾아가는데...

댄스 스포츠를 주제로 한 영화는 이전 바즈 루어만의 "댄싱 히어로"를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었죠. 그런데 이 작품은 각본을 대체 누가 썼는지는 모르나 대사나 스토리가 무척이나 부족하고 허접합니다. 영화 오프닝에서 등장하는 라이벌의 유치찬란한 방해공작에서 시작해서, 중간중간의 스토리의 개연성이 너무나도 떨어지거든요.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3개월 연습해서 국내 대회 우승한다는 설정도 그렇고, 장채린이 주민등록만 따고 중국을 가는건지 아닌건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구성은 이해 불가네요. 거기에 마지막의 반딧불 이야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유치했습니다. 발로 만든 CG하며..... 여튼, 각본만 놓고 본다면 "어린 신부" 쪽이 훨~씬 나은 수준이라 생각되네요.
관심가던 "댄스 스포츠" 장면 역시 배우들의 춤 솜씨에 많은 노력이 투입되었으리라는 짐작은 가지만 "댄싱 히어로" 영화에서 만큼의 에너지나 재미는 느껴지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는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그랑 알레그로" 동작을 카메라 트릭으로 촬영한 장면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문근영의 표정 하나만으로도 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달까요? 문근영 때문에 허접한 영화가 꽤 재미있는 영화로 바뀌는 것은 놀라왔어요. 연기도 좋았지만 짜증나는 장면에서도 문근영의 표정연기 하나로 영화가 재미있어지며, 문근영의 눈물 연기 하나로 유치 찬란한 장면에서도 눈물이 핑 돌게하는 힘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지금까지 보았던 국내에서의 어떤 스타보다도 흥행력은 돋보이지 않나 싶네요. 앞부분에 문근영이 맞는 부분에서는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더라니까요? 거기에 문양의 노래 장면이나 댄스 장면 등 서비스도 만점입니다!

때문에 별점은 2.5점.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잔잔하고 재미있는 장면도 있고 "댄서킴" 김기수의 조연 연기 등 생각보다 볼거리도 많은 편이라 그다지 후회는 없는 주말 데이트용 영화였습니다. 문양 팬이라면 절대적으로 보아야만 하는 영화라 생각되네요. 참고로, 전 팬은 아니지만 이제부터 팬이 되렵니다! 허나 문양도 마지막 장면에서 보니 이제 성숙한 티가 물씬 나는게, 더 성장하기 전에 문근영을 만끽하려면 이 영화가 마지막이 아닐까 싶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