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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7

꿈의 사도 - Riichi Ueshiba

"가면속의 수수께끼"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

전작 "가면속의 수수께끼"는 주위의 매니아도 많고 볼 기회도 많았지만 저는 제대로 보기가 상당히 힘든 만화였습니다. 독특한 설정과 묘사들은 눈여겨 봐둘만 했지만 스토리와 주제 의식에서 공감을 느끼기는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 "꿈의 사도"도 특유의 성적인 상상력은 여전합니다. (장점이 될 수도 있겠고 단점이 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일단은 전작보다 유쾌한 액션물적인 성격을 많이 취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만 보면 여러명 있는 (9명이 있다고 묘사됩니다) "꿈의 사도"라는 "꿈의 힘을 다루는 자"들이 의뢰받은 괴사건을 해결한다는 흔한 전대 액션물의 설정으로 각 사도들이 각각의 특수 능력으로 악당들과 맞서 싸운다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평범한 내용입니다.

허나 흔한 액션물로 생각하고 본다면 대략 낭패! 이 작품은 오히려 야릇하고 이색적인 러브스토리(첫번째 편은 중학생 소녀들의 레즈비언 경향의 러브 스토리를, 두번째 편은 기계와 인간의 사랑)로 보는게 타당한 작품이에요.
사실 저는 첫번째 이야기부터 이 만화에 반해버렸습니다. 명문 사립 여자 중학교인 "하나비라자카 여학원"에서 발생한 24명의 소녀들의 상상임신 사건... 그 아이들은 이전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백합반 동창생들로 사건은 2년전 여자로 꾸미고 학교를 다녔지만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 남자아이 "요코"와 관련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좀 뻔한 이야기가 아닌가 했는데 일본의 "만엽집", "고사기"의 히루코 전설까지 엮어서 보여주는 이야기 전개가 정말로 탁월해요. 모든 이들이 영생하고 모든 이들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이 성취되는 "히루코의 나라"라는 큰 배경을 깔고 작가 자신이 추구하던 소년 소녀에 대한 야한 상상력 + 액션물의 성격까지 짬뽕하여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만든 능력에는 감탄밖에는 할게 없더군요. 특히 마지막에 밝혀지는 "히루코의 나라"의 정체가 돋보입니다.
위와 같이 특유의 지나칠정도로 집요한 디테일의 그림도 여전하고요.

두번째 작품 "광물의 성모"편은 "긴쥬"라는 주인공 소년이 아버지가 만들어 준 인형인 "루루"와 사랑을 엮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루루"에게 생명을 넣기 위한 "돌의 심장", 즉 "현자의 돌"을 노리는 집단인 "헤르메스 교단"이 등장하고 이들에게 "루루"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꿈의 사도"들의 도움으로 그들과 맞서던 긴쥬는 결국 아버지가 "루루"를 자신에게 만들어 준 이유를 알게 된다는 내용이죠. 요새 유행인(?) "현자의 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지만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차용한 설정이나 무한의 사랑을 반복해 나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좋습니다.

물론 아직 5편까지 밖에 나오지 않은 듯 해서 전반적인 품평을 하기는 아직 어렵긴 합니다.
또 앞서 장점만 언급했지만 딱! 한가지 지적하자면 탁월한 스토리텔링에 비하면 오히려 너무 만화적이고 작위적인 설정들로 이루어진 "꿈의 사도"들의 존재감이 희박해 보여 아쉽더군요. 심리학 이론에 근거한 여러 디테일하고 자잘한 설정들("상자 정원" 요법 등)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에 잘 섞이지가 않고 오히려 "만화 캐릭터나 완구의 무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라는 설정의 액션장면만 눈에 띄게 과장되게 묘사되어 겉도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그래도 작가 특유의 일러스트에 가까운 디테일한 묘사와 성적 상상력 (훗^^)에 덧붙여진 독특한,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로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울러 보다 귀여워지고 다듬어진 캐릭터까지 있으니 흐뭇하네요. 별점을 주기는 아직이기는 하지면 여태까지는 3.5점입니다.

2004/11/16

If Only - 길 정거 : 별점 2.5점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사랑스런 로맨티스트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와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성공한 젊은 비즈니스 맨 이안(폴 니콜스). 둘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사만다는 일만 생각하고 자신은 자신은 뒷전인 이안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고, 이안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만다가 답답하다. 여러 우여곡절끝에 사만다의 졸업 연주회에 가는 길.. 이안은 '그녀가 있음을 감사하고 계산 없이 사랑하라'는 택시기사의 충고를 들으며 문득 그녀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졸업연주회가 끝나고 식사를 하던 두 사람은 그 동안의 쌓인 감정들 때문에 말다툼을 하고, 레스토랑에서 뛰쳐나와 혼자 택시를 타고 가던 사만다는 이안이 보는 앞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그는 믿지 못할 상황과 마주한다. 자신의 곁에는 그녀가 있고, 그녀가 떠나간 어제가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 이안은 어제의 일들이 단순한 꿈이길 바라며 그녀의 운명을 바꾸려 노력한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보며 그는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안에게 다시 주어진 사만다와의 마지막 하루. 이제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뿐! 그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사랑을 담은 최고의 하루를 선물하기로 하는데...

제니퍼 러브 휴잇 제작 주연의 멜로 영화입니다. 홍보가 부족한지 별다른 광고조차 보이지 않는 곧 잊혀질 영화 같지만 왠지 겨울에 잘 어울리기도 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내용은 왠지 예전에 보았었던 "사랑의 블랙홀"이 조금 연상되기도 하는 전개더군요. 하지만 "사랑의 블랙홀" 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오늘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 이라는 설정이 가장 큰 차이겠죠. 일단 새롭게 시작하는 하루의 일들이 "평행 우주론" 처럼 아주 약간의 오차가 있지만 결국 동일하게 반복된다는 설정은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가장 큰 약점이 드러납니다. 바로 시계가 깨진다던가 사만다가 손을 데는 부분 같은 사소한 일들보다 중요했던 실패한 계약을 새로운 하루에서는 성공한다는 큰 차이점이 생기는거죠. 이러한 큰 변화에 대해 주인공 이안이 전혀 의문시 하지 않고, 단지 사소한 일들의 반복으로 사만다의 죽음이라는 운명을 너무 쉽게 체념하듯 받아들인다는건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달라진 일과를 체크하면서 어떻게든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차라리 아예 같은 내용이 어쨌건 반복되게 되게끔 영화를 이끌어 나가서 이런 모순을 없애고 마지막의 죽음까지 일관되게 처리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납득하기 쉬운 전개였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면 엔딩 부분의 감동이 훨씬 덜 했겠지만 말이죠. 

뭐 그래도 영화는 멜로물로는 손색없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무작정 울리는 것 보다는 이런 색다른 요소들이 있는 것이 더 재밌었달까요? 최루성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색다른 설정과 드문드문 등장하는 코믹한 장면, 그리고 제니퍼 러브 휴잇 자신이 직접 부른 엔딩 부분의 주제곡 장면 같은 멋진 장면들이 계속 나와주어서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았고요. 무엇보다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현재"의 중요성, "하루"의 중요성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몇몇 설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있었지만 멜로물로서 갖춰야 할 미덕에 색다른 설정이 주는 독특한 재미까지 갖춘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PS : 그런데 한때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재림"으로까지 일컳어졌던 제니퍼 러브 휴잇이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요? 영화에서 너무 후지게 나와서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PS 2 : 제니퍼 러브 휴잇이 범상치 않은 가창력으로 직접 부르기는 하지만 주제곡도 연출에 비하면 그닥 좋은 편이 아니어서 좀 아쉽더군요. 뭐 이건 제 개인 취향입니다만....

2004/11/15

야구만화 단상

"H2"의 히데오의 삼진 장면과 "메이저"의 시게노 고로의 명대사

몇번 글을 올렸지만 저는 야구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야구 만화도 무척 좋아하는 편이지요.

그동안 수많은 야구 만화를 봤습니다. 그동안 봐 왔던 만화에서 그래도 뭔가 열기가 느껴지는 것은 역시 고교야구 만화더군요. 아무래도 3년이라는 시간 제한과 하나하나의 승부에 귀중함을 부여하는 토너먼트 제도의 특성 탓이겠죠? 

하지만 간만에 아다치의 "Touch"와 "H2"를 보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청춘 고교 야구 만화의 히트작으로 수많은 팬이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진정한 승부는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Touch의 라이벌 니타 아키오는 중요한 지구대회 결승 시합에서 타석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서 우에스기 타츠야가 아닌 우에스기 카츠야의 볼을 기다린다며 볼을 흘려보내고 H2의 히데오 역시 사랑과 명예가 걸린 중요한 시합에서조차 히로의 볼을 직구만 노리고 변화구를 헛스윙합니다.
야구 시합이 1대1의 격투도 아니고 이런 팀과 동료들을 무시하는 행동이 어떻게 용납될 수 있습니까? 삼진당한 주제에 "진짜 너의 볼이 아니야" 어쩌구 하는 대사나 주워 섬기다니..... 그래서인지 "Touch"와 "H2" 두 작품 모두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진정한 고교 야구 만화로 보이진 않네요.

이런 무책임한 녀석들 보다는 다리가 부러지고 어깨가 작살나더라도 전력을 다하는 "메이저"의 시게노 고로나 "그래! 하자"의 에자키, 진통제를 맞아가면서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루키즈"의 아니야, 그리고 차리킴과의 승부를 위해 새로운 변화구를 계속 개발하는 "달려라 꼴찌"의 독고탁 쪽이 훨씬 멋있습니다. 지더라도 후회없는 승부를 해야죠. 상대가 어찌되었건 전력으로 상대해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스포츠 맨 정신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