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라는 별명으로 더욱 잘 알려진 브로드웨이의 무희 마거리트 오델이 교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지방검사 매컴의 요청으로 수사 협력을 위해 파일로 번스는 친구인 변호사 반 다인과 함께 사건 현장과 여러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확인했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보석 상자의 흔적으로 전문 절도범인 "멋장이" 토니 스킬의 절도가 의심되나 그의 알리바이를 경찰은 깨트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마저도 살해당해서 사건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파일로 번스는 애초부터 다른 인물에 혐의를 두고 있었고, 스스로의 직감과 심리학적 분석으로 진범을 파악한 뒤 알리바이를 벗겨내는데 성공한다.
반 다인의 파일로 번스 시리즈 두번째 작품입니다. 원체 제가 잘난척 하는 탐정을 좋아하지 않아 그동안 읽지 않은 장편인데, 저번 자유 추리 문고 구입 Rush에 편승하여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읽고난 감상은 역시 파일로 번스는 제 취향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도 제가 읽은 시리즈, "벤슨" "승정" "가든" 중에서는 "승정 살인사건" 다음으로 꼽을 만한 괜찮은 요소가 많이 있어서 나름 재미나게 읽긴 했습니다.
특징은 파일로 번스의 이른바 "심리학적 분석"이 굉장히 중요하게 쓰인다는 점입니다. 특히 포커 승부를 통해 그 사람의 본질을 파악한다는 것이 꽤 참신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사실 그다지 와 닿지는 않았지만 카이지나 타짜 느낌이 약간 묻어나는, 나름 원조격 느낌을 전해주더군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트릭인 알리바이 트릭은 솔직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경찰의 현장 수사 부족으로 성립되는 트릭이라 무척이나 실망스러워요. 또한 당시 상황에서는 그런대로 과학적인, 이치에 합당한 트릭으로 쓰일 수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 읽기에는 상황이 너무 부실하고 증거가 너무 결정적이라는 단점 때문에 더더욱 수긍하기 힘들었습니다. 트릭이 성립하기 위한 복선이 지나치게 묘사되는 탓에 범인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역시 단점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의 가장 획기적 설정인 "살인 사건 현장에 있던 두 사람" 이라는 설정에서, 둘 중 한사람이 범인이라고 할 때 둘 중 누가 범인인지를 특정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건 큰 맹점입니다. 한 명이 살해당했더라도 죄 값을 받은 것인지, 증거 인멸 차원에서의 범죄인지가 결국은 추리에 의해서만 증명될 뿐이니까요.
이러한 점들 때문에 퍼즐 트릭물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설정은 기발했지만 트릭과 이후 전개가 그에 따르지 못했다 할 수 있겠네요.
아울러 파일로 번스의 장황한 현학적 지식의 나열이나 그에 못지 않는 작가 주석은 그렇지 않아도 긴 작품을 더더욱 짜증나게 합니다. 잘난척도 정도가 있어야지... 화가 날 정도에요. 다양하고 방대한 인용구와 단어들 때문에 번역은 힘들었겠지만 그러한 어려움이 재미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고전 추리물의 걸작이기도 하고 추리사에 나름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걸작 반열에 올리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심리적 분석"이라는 참신한 요소는 굉장히 높이 살 만 하고 몇몇 설정이 돋보이며 재미 역시 그런대로 있는 편이라 고전 추리물 애호가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제가 읽은 바로는 파일로 번스 물은 "승정 살인사건" 만 읽고 넘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