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모라는 한물간 작가이자 삶이 완전히 무너진 남자로 소설 계약은 사실상 진전이 없고, 연인 린디와의 관계도 파탄 직전이며, 생활은 무기력과 자기혐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에디에게 우연히 만난 전처의 남동생 버논이 NZT라는 정체불명의 약을 건네 주었다. 약을 복용한 에디는 마치 잠들어 있던 뇌의 모든 영역이 깨어난 것처럼 엄청난 집중력과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을 발휘하여 책 한 권을 몇 시간 만에 흡수하고, 과거에 스쳐 지나가듯 듣거나 본 정보들까지 완벽하게 재구성하며, 사람의 표정과 말투, 공간의 분위기까지 계산해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에디는 이 능력을 이용해 며칠 만에 원고를 완성하고, 외모와 말투까지 완전히 달라진 채 새로운 인간으로 변신했다. 약효는 떨어졌지만, 살해당한 버논의 집에서 찾아낸 대량의 약을 계속 복용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한 그는, 결국 재계의 거물 칼 밴 룬의 눈에 들어 거대한 합병을 주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 누군가 약을 빼돌렸고, 이전에 약을 건네주었던 사채업자 겐나디의 습격으로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2011년, 무려 15년이나 전에 발표되었던 스릴러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무능하고 무기력한 인물이 우연한 계기로 특별한 힘을 얻고, 그 힘을 발판으로 성공의 정점까지 치솟는 구조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반복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에디 모라가 약물의 힘으로 얻은 정보 습득력과 판단력, 자기 연출 능력, 대화 기술, 순발력 같은 요소들을 성공 과정에서 적절하게 묘사하여 상당히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브래들리 쿠퍼의 캐스팅도 정말 적절합니다. 초반의 방구석 폐인 같은 초라함에서, 중반 이후 모든 상황을 장악하는 매혹적인 성공가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고도 강렬합니다. 영화 대부분을 사실상 혼자 끌고 가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여기에 로버트 드 니로가 칼 밴 룬 역으로 등장해 영화의 무게 중심을 잡아 주는데, 묵직함 덕분에 영화 전체의 신뢰도가 높아지고요.
NZT가 만능이 아니라는게 드러나면서 시작되는 위기에 대한 설정도 아주 좋습니다. 약효가 떨어질 때마다 극심한 공백과 금단 현상이 찾아오고, 같은 약을 복용한 사람들 상당수가 심각한 후유증을 겪거나 죽음에 이르렀다는 설정인데, 이 설정이 없었다면 이세계 전생물과 다름없는 뻔한 치트 능력물에 지나지 않았을 겁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장면들 - 에디가 엄청난 속도로 질주한 후 기억 단절이 발생하는 장면, 약 없이는 무능했던 자신으로 돌아가는 공포를 그려낸 장면 - 도 좋습니다.
이런 장면들을 위한 촬영과 편집도 빼어납니다. 에디가 NZT를 복용했을 때 세상이 전혀 다른 질감으로 보이는 효과, 화면이 급격히 확장되거나 도시의 거리가 빨려 들어가듯 이어지는 연출, 빛과 색감이 강조되며 감각이 극대화되는 장면들이 대표적입니다.
액션 장면도 많지 않지만 속도감이 있고 긴장감도 충분합니다. 여기에 점프컷과 리듬감 있는 편집이 더해져, 많은 정보를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안에 효율적으로 전달해 줍니다. 이야기를 설명하는 방식 역시 제법 교묘해서, 전형적이지만 경쾌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교훈극으로 끝나지 않는 결말도 인상적입니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약물의 힘으로 성공한 주인공이 결국 대가를 치르고 모든 것을 잃거나,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면서 겸손한 교훈을 얻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이 작품은 전혀 달라요. 에디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오히려 모든 것을 손에 넣게 되거든요. 그는 사업가로 성공하고, 정치의 영역에까지 발을 들이며, 마지막에는 칼 밴 룬조차 자신보다 아래에 놓인 인물처럼 다룹니다. 심지어 NZT의 능력을 약 없이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이세계 전생물과 다름없는 결말인 셈인데, 이런 류의 장르물에서는 정말이지 처음 봤네요.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특히 약까지 복용했던 겐나디가 궁지에 몰린 에디에게 허무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은 실망스러워요. 긴장감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위협에 비해 마무리가 너무 쉽게 풀려 버린 탓입니다. 약으로 인지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우연이나 기묘한 행운을 이용해 간신히 살아남았더라면 더 강렬했을 텐데 말이지요.
그리고 애초에 에디가 겐나디와 얽히는 과정은 작위적이며, 그 뒤 겐나디 일당을 모두 처리하고도 별다른 뒷문제 없이 빠져나가는 부분도 설명이 부족합니다. NZT를 복용한 사람이 에디만이 아닌데, 왜 유독 그만 후유증을 통제하고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요. 러닝타임이 길지 않은 탓에, 이런 구멍들은 그 외에도 제법 눈에 띕니다.
하지만 단점은 사소합니다. 영화 전체의 속도감도 좋고, 전개와 시각적 완성도가 높은 덕분입니다. 발표 당시 호평이 충분히 이해가 되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웰 메이드 스릴러 영화를 찾는다면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