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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3

하에다마처럼 모시는 것 - 미쓰다 신조 / 신정명 : 별점 3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조 겐야는 편집자 시노, 오가키와 함께 고라 지방 도쿠유 촌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전해지는 네 가지 괴담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일행이 '하에다마 님' 숭배 신앙이 남아있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불가해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네 가지 괴담의 상황과 장소가 일치하는 네 건의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도조 겐야가 나서는데...

미쓰다 신조도조 겐야 시리즈 최신 장편입니다(국내 기준).  
괴담과 본격 미스터리를 결합하는 시리즈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고라 지방에 전해지는 네 개의 괴담이 단순한 배경 설명이나 분위기 조성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벌어지는 네 개의 사건과 정확하게 대응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네 개의 사건은 모두 일종의 밀실 살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본격물적인 가치도 높고요. 특히 노조키 렌야 사건과 신관 사건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노조키 렌야 사건은 멀쩡히 입구가 열려 있는 대숲 신사에서, 어디에도 결박된 흔적이 없는 노조키 렌야가 어째서 굶어 죽었는가라는 기묘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언뜻 보면 스스로 빠져나오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 초자연적인 현상처럼 보였지요.
그러나 범인은 낡은 법의를 노조키 렌야에게 입힌 뒤 그 법의에 긴 대나무 장대를 꿰고, 천으로 양손을 결박해 양팔이 벌어진 상태로 몸을 고정해 두었던 겁니다. 그 결과 노조키 렌야는 빽빽한 대숲 사이를 통과할 수 없었습니다. 눈 앞의 출구도 어떻게 해도 걸려서 나갈 수 없었고요. 이는 현장에 남아 있던 대나무 장대와 사당을 부수려 했던 약한 타격 흔적, 대숲 입구에 남은 내려친 자국들로 증명됩니다.
닫힌 방이 아니라 열려 있는 공간을 빠져나갈 수 없는 밀실처럼 만든 점, 현장의 자연물 자체를 트릭의 일부로 끌어들였다는 점, 그리고 괴담과 동일한 '아사'라는 살해 방법을 택한 점 모두가 대단합니다. 별점 5점도 충분할 정도로요.

망루 오두막 전망널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하던 신관이 추락사했는데, 호리이 씨가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고 사바오도 곧바로 망루를 찾은 탓에 범인이 도망칠 수 있었을 리 없었다는 신관 사건의 트릭도 돋보입니다.
범인은 먼저 신관을 살해한 뒤 망루 안의 옷장 위치를 바꾼 뒤, 벽과 옷장 사이에 시체가 가부좌 상태로 고정되게 끼워 놓았습니다. 이후 사후 경직이 진행된 다음날 아침, 범인은 신관의 옷을 입고 신관인 척 망루로 올라가서 굳어 있는 시체에 다시 옷을 입혀 전망널로 밀어 놓고 사라집니다. 범인이 사라진 뒤 시간이 지나자 시체는 사후 경직이 풀려서 아래로 떨어졌던 겁니다.
전망널이라는 망루의 독특한 구조와 망루 내부의 기물들, 그리고 항상 명상하는 신관을 바라보는 목격자 호리이의 존재를 알리바이 조작에 활용한 멋진 시한장치 트릭입니다. 이 역시 별점 5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에요.

도조 겐야와 소후에 시노의 티격태격, 도조 겐야의 아버지에 대한 언급 등의 요소도 팬으로서는 즐길거리였고 괴담도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의 이름값에 걸맞게 충분히 섬뜩합니다. "하에다마 님"으로 짐작되는 존재를 노골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은근하게 공포를 끌어내는 솜씨가 일품인 덕분입니다. 괴담을 활용하여 현실의 사람들이 음모를 꾸몄다는 네 번째 괴담의 진상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다른 도조 겐야 시리즈와 비교하면 괴담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500여 페이지 분량 중 무려 120여 페이지가 괴담에만 할애되어 있습니다. 그 탓에 도조 겐야가 마을 안에서 직접 움직이며 활약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주요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인 가키누마 도루와 제대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로요. 

또한 몇몇 사건의 동기는 썩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신관이 오래전 마을의 범죄와 인신공양이라는 과거가 밝혀질까봐 노조키 렌야를 살해했다는건 영 와 닿지 않았습니다. 범죄자의 가족까지 오랫동안 낙인찍는 일본 특유의 정서로는 이해할 수 있는 동기일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이 이해하기는 무리라 생각되네요. 이보다는 사랑하는 손녀 스즈카제를 탐내고 있었다던가, 보다 직접적인 협박을 받는다는 설정이 나았을 겁니다.
고라 지방 마을의 우두머리(?)인 5인방이 합병을 막기 위해 유리아게 촌에서 생활하는 닛쇼방적 사원을 위협했다는 이야기 역시, 목적과 동기가 다소 모호합니다. 사원 몇 명이 마을에 발길을 끊어봤자, 마을 합병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을 것 같으니까요. 이 역시 보다 직접적인 위협이 필요했을거에요.

스즈카제 양이 다루마 동굴에서 기지를 살해한 사건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스즈카제가 동굴 내부를 완벽히 숙지하고 있었다는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짧은 시간 안에 동굴 내 도구를 이용해 원거리 살인을 성공했다는건 여러모로 무리라고 생각되거든요. 기지가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무방비하게 있어야 성립한다는 점에서도 말이 안되고요. 작품의 완성도를 해칠 정도는 아니지만, 앞선 두 사건이 워낙 뛰어나서 오히려 이 약점이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오래전 마을이 상선을 침몰시켜 약탈했고, 어린 여자아이를 인신공양했다는 등의 고라 마을에 얽힌 괴담의 진상도 이전에 읽었던 미쓰다 신조 작품과 별로 다르지 않아서 실망스러웠어요. 게다가 정말로 '하에다마 님' 같은 괴이가 실존한다는 결말은 영 아니었습니다. 괴담이 실존한다는 분위기가 도조 겐야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한데, 한 개 마을이 깡그리 사라진다는건 억지였어요.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워낙 분명해서 충분히 읽어볼 만 합니다. 괴담은 섬찟하고, 추리는 현실적이면서도 참신하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독자에게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하는 본격 미스터리의 쾌감을 놓치지 않으니까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본격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독자분들, 특히 도조 겐야 시리즈 팬 분들께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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